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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눈물 뒤…사기 피해자 윤장현, 취업알선 피의자 됐다

[사건추적] 풀리지 않는 윤장현 ‘5대 미스터리’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할 당시의 윤장현 전 광주시장. [연합뉴스]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할 당시의 윤장현 전 광주시장. [연합뉴스]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4억5000만원을 사기당한 데 이어 사기범의 자녀들까지 취업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각종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10개월여에 걸쳐 대통령 부인을 비롯해 ‘대통령 혼외자 보호자’ ‘현역 대통령’ 행세까지 한 김모(49·여·구속)씨의 사기행각이 모두 통했다는 점도 미스터리다.
 
경찰은 6일 윤 전 시장의 보이스피싱 사건에 이어 김씨 자녀의 취업을 도와준 혐의(직권남용)로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불과 5개월 전까지 광주광역시장으로 일했던 윤 전 시장이 피의자가 된 것이다. 현재 네팔에 체류 중인 윤 전 시장은 6·13선거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는 13일 이전에 검찰에 자진 출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7일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그동안 이뤄진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①은행대출까지 받아가며 4억5000만원 송금, 왜?
조사 결과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중은행 두 곳에서 총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자신을 권양숙 여사로 소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김씨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윤 전 시장은 지인에게 빌린 1억 원을 합쳐 총 4억5000만원을 김씨에게 송금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에게 돈을 보낸 시점이 6·13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을 벌이던 시기여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권 여사를 통해 친노·친문에 줄을 대려고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 중앙포토

윤장현 전 광주시장. 중앙포토

 
②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녀들, 덜컥 믿은 이유는?
경찰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피의자 김씨의 아들(28)과 딸(30)의 취업을 알선했다. 4억5000만원을 보이스피싱 당한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된 배경이다. 윤 전 시장은 지난 1월께 김씨의 자녀를 각각 광주시 산하 공기업과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로 채용될 수 있게 도운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아들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단기계약 형식으로 공기업에서 근무했다. 딸은 지난 3월부터 기간제교사로 일하다 최근 사건이 불거지자 사직서를 냈다.
 
③‘대범한 김씨’, 1인4역하며 시장실서 ‘눈물바람’
이 사건은 김씨가 광주시장실을 방문하면서 보이스피싱을 넘어선 사기 행각으로 진화한다.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돌려쓰며 1인4역을 한 김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윤 전 시장 집무실로 찾아가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녀를 돌보는 보호자 행세를 했다. “남매가 대학 졸업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접 취업 부탁을 한 것도 이때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며 윤 전 시장에게 접근했다. 당시 김씨는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네팔 다무와 마을에서 열린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 [뉴시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네팔 다무와 마을에서 열린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 [뉴시스]

 
④‘점입가경’ 급기야는 ‘현직 대통령’ 행세까지
김씨의 범행은 문재인 대통령 행세를 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자신의 딸을 취직시켜 준 학교의 대표 등에게까지 대통령을 사칭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다. 권 여사를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학교 대표가 권 여사를 사칭해 ‘5억원을 빌려달라’는 자신의 말을 의심하자 현직 대통령으로 역할을 바꾼 것이다. 조사 결과 김씨는 전과 6범의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최소 5명에게 ‘문재인입니다’라고 거짓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의 사기는 청와대가 지난 10월 2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칭범죄 관련 대통령 지시 발표문’에 첫 사례가 되기도 했다.
 
⑤수십차례 문자·통화…“노 대통령 지키려했다”
윤 전 시장과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0월 초까지도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시장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을 듣고 채용비리에는 관여했지만, 공천을 기대하고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전 시장에 대해 늦어도 오는 11일까지는 자진 출두할 것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윤장현 전 광주시장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의 출입문. [연합뉴스]

윤장현 전 광주시장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의 출입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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