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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전 대법관 “선배라 생각 말고 법 따라 판단해 달라”

전국 법원을 순시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이 6일 창원지법을 방문해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법관직원 100여 명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연합뉴스]

전국 법원을 순시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이 6일 창원지법을 방문해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법관직원 100여 명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연합뉴스]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박병대 전 대법관 변호인)
 
“전직 대법관이 구속돼 국민의 믿음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영한 전 대법관 변호인)
 
6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은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에 오가는 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법관은 “(심사에서) 어떤 점을 소명하셨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하고 차에 탔다. 고 전 대법관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변호인으로 함께 자리했던 김용균 변호사가 “법원은 국민이 믿고 기대는 최후의 보루이고, 대법관은 그 같은 법원의 상징이다”면서 구속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전 대법관은 구속영장 발부·기각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두 전 대법관은 각기 다른 법정에서 각기 다른 판사에게 심문을 받았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의 운명은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맡았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구속심사는 점심시간 없이 진행됐다. 고 전 대법관은 오후 2시5분쯤, 박 전 대법관은 오후 3시20분쯤 나왔다.
 
박 전 대법관은 고 전 대법관보다 혐의가 많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이었고, 차기 대법원장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였고 28개 혐의의 공범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기소한 후에도 추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법관의 혐의를 늘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과 관련해 청와대나 일본 기업 측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통합진보당 잔여 재산 가압류 사건 재판에도 부당하게 개입했으며, 특정 법관에 대해 불이익을 가하는 소위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실행한 혐의 등이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법정에서 “챙겨보라는 정도로만 얘기했는데 밑에서 (심의관 등이) 과도하게 행동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불러서 간 것이지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는 “자세히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다. 임민성 영장전담판사에게 “선배라는 인식을 떨치고 법에 따라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최후진술을 한 것도 전해졌다.
 
“잘못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변론한 박 전 대법관과 달리 고 전 대법관은 “잘못은 했지만 형사상 죄는 아니다”고 주장하는 쪽을 택했다. 박 전 대법관 후임으로 1년3개월 동안 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과 18개 혐의가 겹친다. 검찰은 그가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넣고,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벌어지자 수사 기록을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다고 본다. 고 전 대법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부산 사건 등에 개입한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나는 다른 공범들과는 다르다. 강제징용 재판 관련 혐의가 없고, 청와대와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행정처장인 자신을 거치지 않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종헌 전 차장에게 직접 지시하는 등 배제됐다는 주장도 했다.
 
전직 대법관이 구속영장심사를 받은 일은 사법부 역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두 전 대법관은 임종헌 전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권한을 행사했다. 임 전 차장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이 사건을 밝히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청구서를 쥐고 있는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임 전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판사다. 임 부장판사는 당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심사를 6시간 가까이 심리한 뒤 새벽 2시쯤 구속을 결정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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