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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선호 귀남이, 군대 얘기만 앵무새처럼 하는 군무새”

『한국, 남자』(최태섭 지음, 은행나무)

『한국, 남자』(최태섭 지음, 은행나무)

예스24의 ‘한남’ 파문을 몰고 온 『한국, 남자』(최태섭 지음, 은행나무·사진)는 최근 불거진 젠더 문제를 남성성에 초점을 맞춰 고찰한 책이다. 부제가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다. ‘귀남이’는 남아 선호 사상 세계에서의 아들을 뜻하며, ‘군무새’는 ‘군대+앵무새’란 의미로 입만 벌리면 군대 얘기를 하는 남자를 일컫는 속어다.
 
책은 2000년대 한국 사회 남성성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기 피해자화’를 꼽는다. “남자는 군대에도 가야 하고 데이트 비용도 내야 하며 결혼하고 나면 돈 벌어 오는 기계가 돼 살아가는 존재인데, 여성들은 권리만 요구하며 남자들의 경제력에 의존해 편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억울한 남자들의 탄생’이다. 그 출발은 “한국 남자의 무능함이 파국적으로 드러난 사건”인 IMF 외환위기다. 1999년 공무원시험의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위헌 판결은 남성들의 피해의식에 불을 지폈다. 이후 사이버 세계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는 본격화됐고, 청년 남성들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책 곳곳엔 남성 독자들이 반발할 법한 분석이 여럿이다. 하지만 그 책임을 남성들에게만 뒤집어씌우진 않는다. “21세기의 청년들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렵고, 돈을 모으기도 어렵다. (…) 언제나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은 청년 문제였다. 똑바로 살라며 훈계하던 어른들은 청년 장사꾼이 일궈놓은 가게 월세를 세 배로 올리고, 대학 기숙사와 청년 임대주택의 신규 건설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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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가 남성들만 괴롭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청년 여성들은 좁은 경쟁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였고, 청년 남성들은 세대론을 면죄부 삼아 자기 연민에 빠져들었다”고 못 박는다. 이 책이 남성의 문제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쓰였다고는 하지만 여성을 일방적으로 미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경제적 추락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남성들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자신에 대한 역차별로 인지해 공격하고 있다”는 등 30대 ‘한국 남자’인 저자가 물꼬를 터놓은 한국 남성에 대한 자기 인식이 젠더 논쟁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은 남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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