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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간 미중 협상 테이블에 오를 7가지 이슈 점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닷새가 지났다. 무역전쟁이 과연 멈출까.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교차한다. 일단 ‘90일 조건부 휴전’을 선언한 두 나라는 앞으로 석 달간 실무협상을 이어간다.
 양국 공식 발표를 통해 드러난 협상 이슈 7가지를 짚어봤다. 이 문제들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무역전쟁 종식 여부가 달렸다.
 
①트럼프 최대 관심사, 자동차 관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업무 만찬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업무 만찬을 가졌다. [AP=연합뉴스]

 
 백악관은 회담 직후 홈페이지에 발표문을 올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트위터에서 연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회담을 마치고 남긴 장문의 트윗 첫 마디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줄이고 없애기로(reduce and remove)’ 합의했다”고 했다. 백악관 공식 발표에는 없던 ‘깜짝 발표’다. 중국의 자동차 관세에 트럼프가 신경을 곤두세워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국은 올 7월 미국산 수입차 관세를 40%로 올렸다. 다른 나라의 수입차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면서 일부러 미국산에만 불리한 조건을 매겼다. 미국이 먼저 시작한 관세전쟁에 대한 보복 성격이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는 또 다른 큰 악재가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국내 공장 4곳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는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미 북동부 공장지역 지지층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됐다. 독일 자동차 3사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 투자를 압박할 정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기꺼이 미국산 차 관세를 낮춰 좋은 제스춰를 취할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가 단순히 듣고 싶은 것만 들었을 가능성도 똑같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단은 긍정적인 조짐이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증권일보는 4일 익명의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국무원 유관부서가 미국산 수입차에 적용하는 관세 인하 방안을 실질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 시기나 규모는 미정이다. 증권일보는 연내에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②얼마나가 관건…농산물·에너지 교역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농장에서 콩을 수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농장에서 콩을 수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5일 복수의 중국 관료를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콩)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정상회담 직후 “‘매우 상당한 분량(very substantial amount of)’의 농산물과 에너지 등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될 것”이라고 발표한 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자동차 다음으로 농산물을 언급했다. "농부들이 매우 대규모의 이익을 빠르게 보게 될 것"이라면서 "농부들을 사랑한다!"고 지지층 껴안기를 시도했다.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지난해의 5%로 떨어졌다. 10월에는 2004년 이래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미국 중서부 '팜벨트' 농장지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농산물 갈등은 중국이 얼만큼의 양을 어떤 방식으로 수입하느냐에 해결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수입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 농가 피해가 회복될 만큼인지는 미지수다. 중국 매체인 환구시보는 회담 직후 낸 논평에서 “인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양질의 농산물과 에너지를 가져올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썼다.
 
 중국이 7월부터 미국산 대두에 부과하고 있는 25% 관세를 철회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현 수준의 관세를 물린 상태에서 수입을 재개한 뒤, 수입업자에게 관세를 되돌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③‘뒷거래’ 인정할까, 강제 기술이전
시진핑·트럼프 [중앙포토]

시진핑·트럼프 [중앙포토]

 
 미중 정상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악수를 나눈 지 사흘만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 탈취 사건을 터뜨렸다.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미국 벤처기업의 전직 대표가 “보잉사에 의뢰한 인공위성 제작 사업에 중국 정부가 편법으로 돈을 댔다”고 증언하면서다.
 
 WSJ는 미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고, 해당 인공위성에는 보잉이 보유한 핵심 미군 군사기술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국 펀드가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워 우회 투자하는 방식으로 위성의 설계도 및 핵심 기술에 접근했다는 증언도 실었다. “인공위성을 중국 정부나 군대가 분해해 기술 원리를 분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미국은 자국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기술 수출과 외국인 합작투자를 법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이번 인공위성 사건처럼 중국이 암암리에 미국 기술 유출을 시도한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WSJ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미국 정부에 주어진 가장 어려운 문제는 복잡한 방법으로 첨단기술을 빼돌리려 하는 중국 자본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중국의 기술 탈취가 심각하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수백쪽 분량의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이 발표한 실무협상 주제에도 강제 기술이전 문제가 포함됐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뒷거래를 아예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데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에는 기술 이전 요건을 다루는 법률·규정이 없다. 기업의 기술 및 특허 구매는 순수한 시장 거래”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중국이 문제를 공식화하지 않는 한 해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비공식 석상에서 포괄적으로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④개선 불가피…지식재산권(IP) 보호 문제 
 반면 중국 정부가 수면 위에서 문제를 인정하고 전향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지식재산권(IP) 보호 이슈다. 기술 탈취도 큰 범주에서는 지식재산권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논의 핵심이 다르다. 지재권은 특허, 발명,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부당하게 빼앗기는 지적 재산이 연간 수백억~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중국 정부는 지재권 보호를 기술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재권 개혁이 지난 수 년간 추진돼왔다”면서 “2019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책을 내놨다. 중국 국가발전 개혁 위원회가 5일 38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지재권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인민은행과 국가지식재산권국, 최고법원 등이 제재에 대대적으로 참여한다.
 
 전체 처벌조항은 총 33개다. 지식재산권을 상습적으로 침해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특허 출원시 허위 서류를 내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회사채 발행 금지, 정부 자금 지원 중단, 금융기관 설립 제한 등 강력한 제재에 처한다. 위반자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는 정부 웹사이트 ‘신용중국’에 공개한다.
 
 지재권이 세계적으로 민감한 이슈인만큼 중국이 글로벌 기준을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내 대표적 ‘중국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달 미 경제전문채널 CNBC에 나와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사이버 해킹 등 이슈에 대해 협상 타결에 이르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내년과 내후년에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⑤해커전쟁도 휴전? 사이버 침입·절도
해킹 이미지.[사진 픽셀]

해킹 이미지.[사진 픽셀]

 
 오늘날 모든 갈등은 사이버 전쟁을 수반한다. 미중 무역전쟁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사이버 상의 경제 절도행위를 줄이자”며 협약을 체결했었다. 이후 미중 상호 해킹은 한동안 소강 상태를 유지하다가 트럼프 집권 이후 당연히 평화가 깨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 10월 중국 정부 연계가 의심되는 해킹조직이 발견됐다며 ‘기술 경보(technical alert)’를 발령했다. ‘클라우드호퍼(Cloudhopper)’ 등으로 알려진 중국 해커조직이 미국 내 정보기술(IT) 운영·관리업체를 공격해 고객사들의 정보를 빼내려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관련성을 부인한다. 기술 유출 문제와 마찬가지로 개입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미국은 계속해서 문제를 끄집어내 해결하려고 한다. 지난달 USTR 보고서에서 호주국립대 해킹, 일본 기업 피싱, 한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시도 등이 모두 중국 소행이라고 밝혔다. 미국 뿐 아니라 안보동맹국까지 광범위하게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최대 IT 기업인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도 사이버 전쟁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중국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스파이 활동에 이용한다며 자국과 동맹국들에 화웨이 사용 금지 방침을 내렸다. 급기야는 미중 정상회담 당일 캐나다 정부와 공조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한 혐의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간 사이버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중국이 문제의 실체를 인정해야하는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 사건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대응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⑥관세보다 무서운…비관세장벽
4일(현지시간) 마켓워치가 올린 '관세맨' 트럼프 대통령의 일러스트레이트. [사진=마켓워치]

4일(현지시간) 마켓워치가 올린 '관세맨' 트럼프 대통령의 일러스트레이트. [사진=마켓워치]

 
 관세 전쟁이 눈 앞에서 한창이다. 트럼프가 지난 4일 트위터에서 자신을 “관세 맨(Tariff Man)”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중국과 논의 대상에 ‘비관세장벽’을 빼놓지 않았다. 비관세장벽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비관세장벽은 인허가 지연, 통관 지연, 인증 비용 등 외국 기업에 주는 질적 차별을 뜻한다. 세무 조사, 반독점 조사, 환경ㆍ위생법 적용 등도 포함한다. 자국 기업에 의도적으로 특혜를 주는 제도 역시 일종의 비관세장벽으로 분류된다.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내 비관세장벽은 무역전쟁 발발 후 더 높아졌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이 완화될 때까지 미국 기업의 인증ㆍ허가 요청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자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베이항대학의 뉴자오후이 교수는 지난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수입 관세를 계속 낮췄지만, 비관세 장벽은 지속적으로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이 정부 주도 시장 왜곡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국유기업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기술 굴기’나 ‘중국제조 2025’ 등 중앙정부 주도 사업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 스티븐 로치 교수는 미중 협상 3대 난제로 지식재산권, 사이버 해킹에 이어 정부의 보조금 지급 이슈를 지목했다.
 
⑦서비스업·농업 시장 개방
 백악관은 가장 마지막 협상 주제로 ‘서비스업과 농업(services and agriculture)’을 언급했다. 즉각적인 대중 농산물 수출 재개를 넘어서 중국이 농업 시장을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중국은 시장 개방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향후 5년간 중국의 서비스 수입 규모가 2조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거론된 무역전쟁 주요 이슈들이 해소되면 시장개방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원하는만큼 빨리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회담 후 행보만 봐도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신중한 태도다. 구체적 내용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회담 나흘째인 5일에야 첫 공식 성명을 냈다. "양국 실무진이 예정에 따라 90일 간 교섭을 적극 진행할 것"이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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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