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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형수 "남편 강제입원, 재명이가 그럴리 없다 두둔"

"절망하지 않고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흔한 메시지를 형은 몸소 보여주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7년 쓴 『이재명은 합니다』에 자신의 형을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에서 '형'은 셋째 형 이재선(2017년 작고)씨다. 요즘 이 지사를 괴롭히고 있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지시' 의혹의 당사자인 '친형'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왼쪽)는 친형인 이재선씨(2017년 사망)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왼쪽)는 친형인 이재선씨(2017년 사망)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 지사와 재선씨는 7남매 중에서도 유독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한 이 지사의 권유로 재선씨도 공부를 시작해 회계사가 됐다. 이 지사와 부인 김혜경씨의 맞선을 주선한 것도 재선씨의 부인 박인복씨와 박씨의 어머니였다. 
"(이 지사가) 너무 착하고 사람도 괜찮으니까 어머니가 같은 교회에 다니던 김씨를 눈여겨보고 '짝으로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형제는 1994년 출범한 성남시민모임의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할 정도로 죽이 맞았다. 불의를 보면 끝까지 파헤치는 이들의 활약에 전임 시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랬던 형제가 철천지원수처럼 지내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4일 재선씨의 아내 박인복(57)씨를 경기도에 있는 자택에서 직접 만났다. 
 
이 지사는 자신의 책에서 형과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를 '재선씨의 열등감'으로 추측했다.
"나보다 네 살 위면서 학번은 1년이 더 늦다는 사실이 내내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던 게 아닐까. 그러다 내가 성남시장이 되자 꼭꼭 숨겨두었던 열등의식이 왜곡된 방향으로 터져 나온 것은 아닐까."
고 이재선씨의 부인 박인복씨. 언론에 자신의 얼굴이 많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며 정면 사진은 거부했다. 박씨가 들고 있는 책은 고 이재선씨가 쓴 글이 담긴 검정고시 출신 수기 모음집이다. 박씨는 "남편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회계사 업무를 계속 이어가고 글을 썼겠냐"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고 이재선씨의 부인 박인복씨. 언론에 자신의 얼굴이 많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며 정면 사진은 거부했다. 박씨가 들고 있는 책은 고 이재선씨가 쓴 글이 담긴 검정고시 출신 수기 모음집이다. 박씨는 "남편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회계사 업무를 계속 이어가고 글을 썼겠냐"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하지만 박씨는 "남편(재선씨)의 시정 비판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재선씨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2010년 7월 '모라토리엄(성남시 재정 여건상 LH 등에 줘야 할 공공사업비 등 5200억원의 지급유예)'을 선언하자 시청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시장 취임 이후 행보가 정치인의 행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였다. 
박씨는 "남편이 회계사다 보니 재정이나 예산 문제 등을 잘 알고 있어서 모라토리엄 선언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글을 쓴 것"이라며 "남편은 전임 시장 때도 문제가 있으면 시청 홈페이지에 비판 글도 올렸는데 이 지사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선씨는 이후에도 시청 홈페이지 등에 잇달아 시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성남시는 이 글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재선씨는 '욱하는 마음'에 공무원들에게 전화해 항의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런 일들을 빌미로 이 지사가 재선씨의 '강제입원'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故 이재선씨가 1997년 3월 국내 유명 일간지에 기고한 글. IMF외환위기 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김민욱 기자

故 이재선씨가 1997년 3월 국내 유명 일간지에 기고한 글. IMF외환위기 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김민욱 기자

지난 1일 경기도가 낸 '정신병원 입원 사건 전모. 팩트와 증거' 자료를 보면 성남시는 2012년 4월 초 재선씨에게 폭언·협박 등의 피해를 본 공무원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 확인서를 수집한다. 재선씨가 정신질환으로 자기나 타인을 해하고 있거나 해할 위험이 있다'며 강제진단 절차 검토 회의도 한다. 이 지사의 어머니와 형제들도 "재선씨의 정신감정을 해달라"고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재선씨 부부는 이런 상황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박씨는 "남편은 온순하고 착한 사람이라 30년을 살면서도 부부싸움도 해본 적이 없었다. 가끔 다혈질적인 면도 있어서 항의하면서 큰소리를 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에 이상이 있다면 어떻게 회계사 일을 계속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박씨가 보여준 재선씨의 2002년부터 2012년까지의 건강보험 급여 내역엔 안과와 이비인후과 등을 다닌 기록밖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5월쯤 한 지역 기자가 "(이 지사가) 재선씨 강제입원을 준비한다"는 밀을 전했을 때도 재선씨는 "재명이가 그럴 리 없다"며 두둔했다고 한다.
박씨는 "이 지사가 남편이 공무원 인사 청탁과 교수 청탁을 했다는 등 허위 사실을 말할 때마다 남편은 '재명이가 정치하면서 변한 것 같다'고 한탄하면서도 '주변 사람이 제대로 보좌를 못 하는 것 아니냐'고 주변을 탓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이 지사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인지한 것은 그해 6월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재선씨의 딸에게 전화를 걸면서였다. 올해 8월 '이 지사 부인 욕설 통화'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퍼지기도 했던 그 내용이다.   
녹취 파일에선 김씨가 조카에게 "내가 여태까지 너희 아빠 강제입원 말렸거든. 너희 작은 아빠하는 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박씨는 "이후 이 지사가 남편을 정신병원에 집어 넣을까봐 겁이 나 사무실에 폐쇄회로 TV(CCTV)를 설치하고 화장실 앞까지 따라갈 정도로 남편과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막말사건 입장 밝히는 이재명 후보 형수 박인복씨   [연합뉴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막말사건 입장 밝히는 이재명 후보 형수 박인복씨 [연합뉴스]

 
이 지사 측은 형의 강제 입원 추진의 이유를 '어머니에게 패륜적 욕설과 폭행을 하고 가산탕진 등 이상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씨는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2000년부터 갈등이 있던 2012년까지 매달 20만원의 용돈을 보냈고 이 지사가 주장하는 폭행은 7월에 발생한 일인데 어떻게 4월부터 강제진단 절차를 밟을 수 있느냐. 어머니와 동생들을 폭행했다고 한 현장엔 나도 있었는데 동생들과는 밀치고 말리는 과정에서 접촉이 있긴 했지만, 어머니와는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선씨는 이 일 등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를 폭행했다'는 존속 상해 부분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 지사가 "형님이 먼저 패륜적 욕을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6월 이 지사의 부인 김씨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재선씨 부부는 이 지사 비서실 직원이 사무실 등으로 지속적인 협박·욕설 문자 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부부를 만난 김씨는 눈물을 쏟으며 "비판의 글을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했고 부부는 "비서실 직원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잘 지내자"며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재선씨가 현 상황이 안타까워 속된 말로 혼잣말을 했는데 이것을 녹음해 "패륜 증거"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비서실 직원의 계속된 협박·욕설과 김씨의 만남 제의도 남편을 정신이상으로 몰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것 같다"고 박씨는 의심했다. 
 
그는 당시 어머니와 형제들이 재선씨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 의뢰서까지 썼던 일도 몰랐다고 했다. 올해 6월 우연히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박씨는 "2012년 7월 동생들과 실랑이를 벌일 때 남편은 손가락이 찢어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등 다쳤는데도 '내 동생인데 어떻게 그러냐'며 맞고소하지 않았다. 만약 어머니와 형·동생들이 4월에 동의서 등을 쓴 사실을 알았다면 남편은 배신감에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하늘나라로 간 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 
고 이재선씨 사무실 앞에 붙었던 현수막 사진들. [사진 박인복씨 제공]

고 이재선씨 사무실 앞에 붙었던 현수막 사진들. [사진 박인복씨 제공]

 
이 지사의 지지자 등은 이후 재선씨의 사무실에 앞에 "패륜" 등을 거론한 현수막을 붙였다. 가족들과 갈등하던 재선씨는 불면증 증세가 심해졌다. 2013년 3월엔 큰 교통사고가 났다. 경찰 조서엔 "졸음운전이 원인"이라고 적혔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를 "자살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고생하던 2014년 막내 여동생이 사망하자 이 지사는 재선씨에게 '너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는 내용의 욕설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동생을 잃은 충격에 화까지 더해져 재선씨는 잠을 자지 않고 인터넷 등에 글을 쓰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고 박씨는 그해 눈물을 머금고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한다. 
퇴원 후에는 "유일하게 내 말을 들어준다"며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성남 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박씨는 "선거 때마다 남편의 이름이 언급되고 이 지사가 '형과 형수가 어머니를 때렸다' 등 거짓말을 할 때마다 사자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까 생각도 했지만 시끄럽게 지내고 싶지 않아 참아왔다"며 "이제라도 남편에 대한 강제입원 시도 등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재선씨가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속 SNS 바탕화면. 최모란 기자

이재선씨가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속 SNS 바탕화면. 최모란 기자

 
인터뷰 말미에 박씨는 "재선씨가 SNS 바탕화면에 써 놨던 글"이라며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최선의 서비스. 진인사대천명. 사필귀정. 진실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행위에는 책임이 따름을 증명…" 현재 박씨의 심정이라고 했다.
"이 지사가 경찰과 검찰 조사에 대한 심경으로 SNS에 '사필귀정(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을 썼다고 들었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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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