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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동화, 더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싫은 이유

기자
윤경재 사진 윤경재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23)
비보이. [사진 pixabay]

비보이. [사진 pixabay]

 
비보이 춤꾼
 
남과 달라도 부끄러워 않는 뻐꾸기처럼
삭정이 끝자락에서 아슬아슬 춤을 춘다
제 몸을 꺾고 허물어가며 익힌
발놀림과 물구나무와 도약은
마주친 두 경계에서 자기를 찾는 몸짓이다
 
좁은 뱁새 둥지서 부대꼈을 날갯짓
스스로 깨칠 수밖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던 숨 가쁨에도
간절한 춤꾼은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벽처럼 조여 오는 수직과 수평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태운다
자신을 무너뜨리며
어깨와 머리, 상처가 더친 곳마저도
자전축 삼아 돌면서
초침 같은 세상에 거꾸로 매달린다
 
어려도 신명이 난 춤꾼은 길을 잃지 않는다
부릅뜬 이목에도 어지러워 않으며
춤으로 다투고 쌈박질은 피하자고 외친다
 
[해설]
자식을 키우는 일은 정말 어렵다. 이웃에 사는 조카가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 뜬금없이 자기 공연을 보러 오라고 초대장을 주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댄스그룹을 만들었는데 가요제 본선에 뽑혔다는 거다. 전국 규모의 가요제로 노래와 댄스를 겸해 경연하고 등수에 들면 기획사에서 밀어준다고 한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가 공연을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아니 언제 저렇게 춤과 노래를 익혔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아주 격한 동작의 춤을 추면서도 발성이 제대로 나온다. 내가 아무리 문외한이어도 일정 수준이 넘는다는 걸 알겠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닌다는 건 알았지만, 댄스와 노래를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는 요구를 안 해 조카가 이런 소질이 있는지 짐작조차 못 했다. 동생 내외도 이렇게 잘하는 줄 알았다면 진작 소질을 살려줄 걸 하고 후회한다고 했다.
 
동화 속 청개구리처럼 아들 키우면 안 돼
동생 내외는 음치에 가깝고 춤에도 소질이 없기에 정말 뜻밖의 사건처럼 여겼다. 정말 친아들이 맞느냐고, 다리 밑에서 데려온 아이 아니냐고 농을 칠 정도였다.
 
가요제에 입상해 몇 개월은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공연도 하고 TV에도 나오더니만 곧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좀 더 일찍 연습생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무엇을 하든 대학은 꼭 나와야 한다고 평소에 노래를 불렀던 부모가 잘못했다는 거다. 숫제 조카가 청개구리 아들이었다면 어쨌을까 하고 상상해 봤다.
 
어렸을 적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청개구리 전래동화는 이제 와 생각하니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더는 들려주면 안 되는 동화라고 생각한다. [사진 연천동두천닷컴]

어렸을 적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청개구리 전래동화는 이제 와 생각하니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더는 들려주면 안 되는 동화라고 생각한다. [사진 연천동두천닷컴]

 
어렸을 적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청개구리 전래동화는 이제 와 생각하니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 더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안 되는 동화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전개가 너무 일방적이다. 엄마 개구리는 동으로 가라 하면 서로 가고, 서로 가라 하면 동으로 가는 아들 개구리에게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긴다. 보나 마나 또 어깃장을 놓으리라 짐작하고 산이 아니라 개울가에 묘를 쓰라고 유언했다.
 
아들 개구리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인 만큼 꼭 따르고 싶어 그대로 실천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엄마 묘가 쓸려내려 갈까 우려하여 개골개골하며 운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먼저 엄마 개구리는 평소에 아들에게 권유하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어떤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요만 한 셈이다. 게다가 마지막 남은 기회에서도 아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다. 끝까지 아들을 믿지 못해 덫을 설치한 셈이다. 설익은 사랑으로 평생 아들이 죄의식 속에 살도록 억압한 거다.
 
동생 내외는 조카에게 꼭 필요하고 적성에 맞는 게 무엇인지 일찍 살펴주지 않은 못난 부모였다고 한탄한다. 가요제 이후 조카는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긴 세월을 방황해야 했다. 도중에 군대도 가야 했고 음악학원과 댄스 개인 교습을 받으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무너지지 않고 견뎌내며 원하는 학교, 학과에 입학했다. 올해 무사히 졸업하는 조카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보이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도약하는 소년이라는 뜻이다. 브레이크 댄스는 뉴욕에서 아프리카계 청소년들이 다른 진영의 패거리에게 도전하며, 폭력이 아니라 춤으로 경쟁해보자는 의미로 자생적으로 발생한 춤이다. 패싸움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평화를 찾자는 의미가 담겼다. 그래서 경쟁한다는 뜻으로 ‘배틀 비 보이’라고도 부른다.
 
브레이크 댄스는 말뜻 그대로 빠른 동작과 멈춤으로 엇박자를 일으켜 가며 몸의 형태를 꺾고 허물어 마치 로봇 같아 보인다. 걸음걸이도 멈칫거리는 동작 때문에 봉충다리 춤 같아 보인다. 또 손과 발, 등과 머리 온몸을 이용해 땅 위에서 회전하고 도약한다. 보기에도 놀랍고 어려운 동작이지만, 한 동작을 익히자면 온몸이 멍들고 다친다고 한다.
 
나인티 나인 동작. 나인티 나인 동작은 한 손으로 물구나무서서 회전하는 동작이다. [중앙포토]

나인티 나인 동작. 나인티 나인 동작은 한 손으로 물구나무서서 회전하는 동작이다. [중앙포토]

 
조카 덕분에 비보이 춤사위 이름 몇 개쯤은 알게 되었다. 춤 이름을 알고 보니 얼마나 멋지고 난이도 있는 동작인지 구분이 된다. 남자 체조의 안마 동작과 비슷한 게 ‘토마스’다. 한 손으로 물구나무서서 회전하는 게 ‘나인티나인’이다. ‘윈드 밀’은 일명 풍차돌리기로 어깨와 등을 이용해 도는 동작이다. ‘헤드 스핀’은 머리를 축 삼아 돌리는 기술이다. ‘풋 워크’는 양손을 뒤로해 땅에 집고 발로 스텝 밟으며 몸 회전하는 동작이다. 이 밖에도 생소하지만 멋진 동작이 많다.
 
‘배틀 비 보이’는 두 사람이 한 무대에 나와 번갈아 가며 춤으로 경쟁한다. 가끔은 ‘업 락’이라 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본래 춤 정신이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자기 몸을 무너뜨려 가며, 기술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게 아주 흥미롭다.
 
엄마 뱁새, 어린 뻐꾸기 진심으로 키워
자식을 키우는 일은 마치 뱁새가 뻐꾸기 알을 자기 알로 착각해서 기른다는 거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누군가 몰래 우리 둥지에 커다란 뻐꾸기 알을 가져다 놓은 것 아니냐는 투정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찍이 그런 사실을 받아들였다면 부모와 자식 간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든다.
 
젊은이 문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자연에서 어미 뱁새는 자기 몸집보다 세 배나 큰 어린 뻐꾸기를 내버리지 않고 진심으로 키운다. 그리고 뻐꾸기가 춤추며 노래하고 독립할 때까지 지켜준다. 뱁새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제는 옛이야기라도 재해석해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세상을 거꾸로 해석해보는 시도가 의외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원망과 미움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젊은이의 문화도 이해하려 들면 배울 게 널려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whata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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