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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환자 급증하는데...대형병원 앞 약국 45% “가루약 안 짓는다”

대형병원 앞 약국 상당수가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 [pixabay]

대형병원 앞 약국 상당수가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 [pixabay]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5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이모(68)씨는 3~6개월 마다 한번씩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다. 이씨는 병원 방문 때마다 한꺼번에 몇달치 약을 처방받는다. 고혈압도 앓고 있어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약이 한주먹이다. 최근 들어 이씨는 부쩍 알약을 삼키기가 힘들어졌다. 병원에선 질식 사고를 우려해 가루약으로 대체해 처방을 해줬다. 하지만 정작 가루약을 지어주는 약국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씨는 “병원 앞 약국을 다 돌아다녀봤지만 전부 ‘가루약은 처방 안해준다’고 문전박대했다. 겨우 해주는 약국을 찾았지만 얼마나 싫은 티를 내던지 무안해서 혼났다”고 하소연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 환자가 급증하고 이씨처럼 ‘삼킴 곤란’을 겪는 환자들이 늘고있지만 서울 대형병원 앞 약국 45%는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사유없는 처방약 조제 거부는 불법이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환자권리포럼을 개최하고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문제’를 다룬다.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지난 6~8월 서울 시내 13개 상급종합병원 앞 약국(이른바 문전약국) 128곳의 가루약 조제 현황을 조사했더니 45.3%(58곳)가 가루약 조제를 거부했다. 가루약을 조제할 수 없다고 답한 약국들은 ‘처방된 약이 없다(25.9%)’거나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다(20.7%)’ ‘가루약 조제 기계가 고장났다(12.1%)’는 이유를 댔다. 다른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거부한 약국도 2곳(3.4%) 있었다.

 
이은영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사무국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음식이 식도 내에서 내려가다가 지체되거나 중간에 걸려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삼킴곤란을 겪는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 또 유아ㆍ어린이 환자 중에는 필름이나 코팅정으로 된 알약을 복용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할 가루약 처방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일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에서 가루약 조제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전약국들이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면 환자들은 동네약국에 가야 한다. 동네 약국에서는 대형병원에서 취급하는 약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거부당한 환자들은 집에서 직접 알약을 갈아서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가루약 처방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주변 동네약국이나 상급종합병원 주위 문전약국 중에서 일정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약국을 복지부가 평가해 가루약 조제 지정 약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지정받은 약국에서 의사 처방에 따라 약사가 가루약을 조제할 경우에만 조제료 수가에 가산하고 가루약 조제 거부 시에는 형사처벌과 함께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기종 대표는 “장기간ㆍ다량의 가루약 처방이 주로 이뤄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의사가 가루약을 처방할 경우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해 원내 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상당수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이 가루약 조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을 평가해 지정할 때 의료기관평가인증이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 의약품 조제 관련 안정성과 안전성이 일정 수준 담보될 수 있고,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은 약제실에 가루약 조제 기계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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