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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시설' 들어간 첫날 탈출, 집으로 온 시아버지

기자
양은심 사진 양은심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10)
“동네 사람들아, 도와주세요.”
“당신들 뭐 하는 거야.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며느님이 오늘 집을 비워 저희가 부탁받았어요.”
“난 아무것도 부탁한 적 없어. 날 내려놔.”
 
지난 여름 노인주간 보호센터에 가는 날 아침 모습.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농담을 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휠체어를 쓰지 않고 걸어서 차에 오르기도 한다. [사진 양은심]

지난 여름 노인주간 보호센터에 가는 날 아침 모습.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농담을 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휠체어를 쓰지 않고 걸어서 차에 오르기도 한다. [사진 양은심]

 
2018년 8월 10일. 시아버지가 노인주간 보호센터에 재도전하는 날의 진풍경이다. 나는 2층 베란다에 숨어 지켜보았다. 며느리인 나는 집에 없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사후 기억장애 증세 
시아버지는 2017년 여름부터 더위를 먹어서인지 식욕을 잃고 누워만 계셨다. 좋아하는 산책도, 목욕탕 가는 일도 그만두었다. 가족은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각오까지 했다. 의식은 확실해 병원에 가자고 해도 한사코 거부했다. 그런데 그해 10월 시아버지보다 7살이나 젊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후 시아버지는 단기 기억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의 사십구재를 치르고 새해를 맞이할 즈음 시아버지를 돌볼 시스템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관할 구청 복지과에 요양인정심사(介護認定審査.개호인정심사)를 신청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介護保険.개호보험)을 쓰기 위해서였다. 이 보험은 만 40세가 되면 자동으로 신청하게 돼 있다. 급등하는 노인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실시한 보험이다. 초고령화 시대인 만큼 신청자가 많아 심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센터의 하루 스케줄 표. 하루의 흐름과 행사 내용들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사진 양은심]

센터의 하루 스케줄 표. 하루의 흐름과 행사 내용들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사진 양은심]

 
수속이 끝난 것이 4월이었다. 노인주간 보호센터에 신청하고 드디어 첫날. 점심시간이 지났을 즈음 센터에서 시아버지가 나와버렸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집에 있던 둘째를 데리고 마중을 갔다. 혼자 산책하겠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한다. 한 시간쯤 뒤 시아버지는 모든 걸 다 잊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다. 시아버지가 홀로 다녀온 마지막 산책이었다.
 
불쾌했던 일을 금방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 본인에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나는 단기 기억장애가 나쁘지마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센터 탈출 사건 이후 7월까지 그냥 집에 계시게 했다. 시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피곤하고, 집을 좋아하시는 분을 시설에 보내는 것도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책도 하지 않고 누워만 지내는 동안 식욕을 잃고 체력은 떨어졌다.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어 화장실 실수가 잦아졌다. 큰일이다. 화장실 문제만 해결되면 시설 신세는 안 져도 되겠다 싶었는데 어쩌지. 치매로 인한 실수가 아니라 다리에 힘이 떨어져서 생기는 일이었다. 체력을 키워야 했다. 집에만 있어서는 체력을 키울 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노인 요양서비스를 계획 관리하는 ‘캐어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캐어 매니저, 나, 요양보호사 셋이서 회의를 했다. 우선 식사와 속옷 체크를 도와주는 요양보호사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부탁했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유도하고 속옷 상태를 확인한다. 역시 프로다. 격려하고 달래며 식사를 마치게 한다.
 
시아버지는 가끔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돌아가라고 화를 내는 날도 있었으나 하루하루 달라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화를 즐기신다. 타인과의 대화는 사람에게 자극과 활력을 준다. 설사 까마득히 잊어버릴지라도 말이다.
 
4개월 만에 노인주간 보호센터 재도전
센터 홀 모습. 노인주간 보호센터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견학을 한 수 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 가족은 케어매니저가 권하는 곳을 선택했고 다행히도 시아버지에게 맞는 곳이었다. 이 시설은 가벼운 치매 증상이 있는 사람과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어서 치매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양은심]

센터 홀 모습. 노인주간 보호센터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견학을 한 수 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 가족은 케어매니저가 권하는 곳을 선택했고 다행히도 시아버지에게 맞는 곳이었다. 이 시설은 가벼운 치매 증상이 있는 사람과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어서 치매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양은심]

 
슬슬 노인주간 보호센터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8월 10일. 요양보호사의 말대로 나는 2층 베란다에 숨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두근두근. 현관에서부터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요양보호사 둘이 끈기 있게 설득하며 밖으로 모시고 나갔다.
 
동네방네 다 들리게 소리 지르며 노인주간 보호센터로 ‘납치’당한 시아버지. 점심시간이 지나도 탈출했다는 연락은 없었다. 단기 기억장애라는 최고의 무기를 지니신 이 분은 아침의 소동을 깨끗이 잊고 상쾌한 모습으로 돌아 왔다. 두 번의 시도 끝에 노인주간 보호센터 데뷔 성공한 것이다.
 
납치 사건을 방불케 하는 첫날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시아버지는 센터 직원들에게 깍듯이 인사한다. 죽 아니면 음식을 못 드셨는데 이젠 고기까지 씹어 먹는다. 이불에서 일어날 때는 손을 잡고 끌어야 할 정도로 떨어졌던 체력은 2층까지 올라오실 정도로 회복됐다. 가족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요양보호사와 시설에 의존한 결과다.
 
부모가 시설을 싫어한다고 집에만 있게 할 것인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보낼 것인가. 어려운 결단이다. 우리 가족은 시설 이용을 선택했고 그 결과도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주의 깊게 관찰은 하되 과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아버지의 인생은 시아버지의 것. 가족이 대신 살아드릴 수는 없다. 사람은 숨을 거두는 날까지 ‘인생 현역’이 아닐까 싶다.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zan32503@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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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