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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들어서자 벌들 서로 싸우고 잠자리는 사라졌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에 붙여져 있는 풍력발전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영양=백경서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에 붙여져 있는 풍력발전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영양=백경서 기자

"영양 제1풍력발전단지가 가동된 2009년부터 벌꿀 생산량이 절반가량 급감했습니다. 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싸우고 벌통을 이탈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또 제2풍력발전이 들어선다니요.”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영양제2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마을 입구에 "풍력사업으로 고추잠자리·푸른 땅벌 사라지고 생태계 다양성 파괴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35년째 이 일대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다는 안효종(61)씨는 "제1풍력단지가 들어설 때는 풍력발전이 생태계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잘 몰라서 찬성했지만, 이제는 알기에 추가 건설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 경로당 마당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영양=백경서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 경로당 마당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영양=백경서 기자

이날 삼의리 경로당 앞에서는 산등성이 너머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보였다. 맹동산(792m) 자락에 위치한 영양제1풍력발전단지다. 영양군 석보면 요원리·삼의리, 영양읍 양구리 일대에는 2009년부터 41기 61.5 ㎿규모의 영양제1풍력발전이 가동 중이다. 여기에 추가로 2024년까지 영양제2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풍력사업체 G사는 삼의리·택전리·화매리 일대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장수상(56) 마을이장은 "마을 앞쪽 맹동산에 1단지가 있고 2단지는 마을 뒤쪽에 위치할 것"이라며 "영양군 세수에 도움이 되고 특별지원금 등을 주니 28가구 중 5가구를 제외하고 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영양=백경서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영양=백경서 기자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다. 장 이장은 "풍력발전기가 앞뒤로 마을을 둘러싸서 돌아가게 되니 정신도 없고 바람 소리가 심해 못 살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양봉업자도 벌꿀 생산량이 감소한다고 반대한다"고 했다. 
 
경북 영양군에서 35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안효종(61)씨. 2009년 영양제1풍력발전단지가 가동하자 벌이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사진 안효종씨]

경북 영양군에서 35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안효종(61)씨. 2009년 영양제1풍력발전단지가 가동하자 벌이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사진 안효종씨]

양봉업자 안씨는 맹동산 일대에서 700군(1군 벌 4만마리) 대규모의 벌꿀 생산을 해왔다. 하지만 2009년 영양제1풍력발전이 가동되자마자 벌이 350군으로 절반가량 줄어 큰 피해를 봤다고 한다. 안씨는 "끊임없는 소음·진동·전자파로 벌이 집단 폐사해 4㎞ 떨어진 곳으로 양봉장을 옮겼으나 거기도 풍력발전이 건설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토종벌이 이상행동을 하게 만드는 풍력 발전이 정말 친환경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환경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영양군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개소식 날 환경단체는 집회를 열어 추가 풍력발전건설에 대한 환경부의 부동의를 촉구했다. 송재웅 무분별한 풍력저지범주민대책위 사무차장은 "영양군에 멸종위기종 복원 연구를 하는 센터를 세웠다는 건 그만큼 백두대간을 잇는 영양군의 생태계 가치가 크다는 건데 이를 훼손하는 풍력발전소를 세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풍력발전소가 들어선 뒤에 반딧불이가 없어지고 영양의 가을 하늘을 까맣게 채우던 잠자리도 보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에 붙여져 있는 풍력발전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영양=백경서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마을에 붙여져 있는 풍력발전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영양=백경서 기자

 
반발이 격해지면서 주민들이 관련 공무원을 고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9월 영양군청에서 열린 영양제2풍력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에서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주민과 G사 직원, 공무원이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60대 주민이 팔목 등을 다쳐 전치 7주 상해 입었다. 이들은 주민이 다쳤는데도 군청 간부들이 방관했고, 풍력발전 건설 반대 의견을 수렴해 주지 않는다며 오도창 영양군수와 군청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대구지검 영덕지청에 고소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몸싸움을 벌인 직원 1명도 상해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이다. [사진 한국남동발전]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이다. [사진 한국남동발전]

풍력발전건설을 두고 벌어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환경단체간의 갈등은 영양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을 지난해 말 6.2%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마찰음이 일고 있다. 풍력발전 건설에 긍정적인 지자체와 주민들은 '세수 증대와 지역발전'을 이유로 든다. 반면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환경 파괴와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에서는 주민들이 "송이 군락지가 파괴된다"며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G사는 2021년까지 영덕군 달산면에 총 53기 180㎿ 규모의 영덕풍력발전 1·2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김태경 영덕풍력발전1·2단지 반대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영덕은 국내 전체 송이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송이 생산지역인데 풍력 단지가 들어서면 송이 군락지가 파괴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풍력발전 건설에 대한 이익이 주민들에게 우선으로 돌아가게끔 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상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고용창출 효과는 크지 않기에 주민들이 외부 사람들이 와서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익만 가져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앞서 주민 상생 방안을 마련해서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경북 영양주민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장 앞에서 무분별한 풍력발전소 건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영양주민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장 앞에서 무분별한 풍력발전소 건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남해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한 선례다. 오는 2020년까지 전북 부안·고창과 전남 영광 앞바다에 3~7㎿급 풍력발전기 500기(2640㎿)를 세울 계획이던 이 사업은 찬반 논란에 휘말리며 좌초 위기를 겪었다. 부안·김제·군산·고창 어민들로 구성된 반대 대책위는 "새만금 사업과 신항만 개발 등으로 황폐된 어장에 해상풍력 단지까지 건설하겠다는 것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민 피해 보상을 위한 공동체 기금 및 지역 행사 지원,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지자체가 풍력발전 허가 시 이로 인한 세수 증대를 우선으로 고려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영양·부안=백경서·김준희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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