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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보다 강아지가 인기"…유머 가득한 조지 부시 장례식

5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맨 앞줄에 앉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 전원과 나란히 한 자리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맨 앞줄에 앉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 전원과 나란히 한 자리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통령 각하, 임무는 완료됐습니다. 시계 양호(CAVU)한 영원한 삶의 안식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태평양전쟁 조종사 마지막 참전 대통령
"임무 완수, 시계양호한 영원한 안식처로"
트럼프, 취임 후 전직들과 처음으로 한자리

1944년 태평양전쟁 조종사로 폭격임무 중 격추된 뒤 표류 끝에 구조돼 미국 41대 대통령에 오른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나온 추도사에서 나온 말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94세. 이날 장례식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동갑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부부가 아들 조지 W 부시, 젭ㆍ닐ㆍ마빈과 딸 도로시 부시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부시 전 대통의 장례식에는 여느 장례식과 달리 고인에 대한 찬사뿐 아니라 유머로 가득 찼다. 평생 친구였던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은 “그의 묘비명은 충성심의 'L' 한 글자면 된다. 그의 핏속에 나라와 가족, 친구,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항상 흘렀다”고도 했다. 심슨 전 의원은 추도사에서 “그는 좋은 농담을 하길 즐겼다”면서도 “그의 치명적 결점은 농담의 핵심 구절을 항상 까먹는다는 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시는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유머를 잃지 않았고 결코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다”며 “증오는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을 좀 먹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심슨 전 의원은 부시 전 대통령도 언론의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며 “겸손함으로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워싱턴 DC의 교통체증(많은 비난)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시는 교만하지 않아 비판을 두려워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자 맨 앞자리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와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또 다른 친구인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전 총리는 부시 전 대통령이 1992년 재선 실패로 인한 좌절과 낙담이 퇴임이후 8년 동안 열광으로 변했던 순간을 소개했다. 바로 자식들의 성공이었다. 1995년 장남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됐고 1998년 둘째 아들 젭 부시가 플로리다 주지사가 됐다. 이어 2000년 장남이 자신에 이어 43대 대통령에 당선돼 큰 영예와 기쁨을 줬기 때문이다.
 
멀로니 전 총리도 재임 중 부시의 농담을 소개했다. "첫 나토 정상회의에서 부시는 다른 정상들의 연설을 메모했는 데 아이슬란드 총리가 우쭐해 자기 연설 시간을 넘겨 길게 연설했다.그러자 부시는 휴식 시간에 '방금 국제 문제의 법칙 하나를 깨달았다. 작은 나라일 수록 연설이 길다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생전 조종사들의 용어, '시계 양호'(CAVU)와 함께 했던 말도 소개했다. “내가 18~19살 태평양전쟁 조종사 시절 이륙 직전의 두려움 속에 완벽한 비행을 위해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시계 양호였다. 이제 인생도 똑같이 느낀다. 바바라와 나는 더 좋은 삶을 바랄 수 없을 만큼 진심으로 행복하고 평온하다.”
 
역사학자인 존 미첨은 "부시 대통령의 인생의 규범은 '진실을 말하고 남을 탓하지 말라. 굳건하게 최선을 다하고 용서하라, 끝까지 완주하라'였다"며 "가장 미국적인 신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미국인의 삶을 보다 자유롭고 더 낫고, 따뜻하고 고귀하게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도 “나는 언젠가 사람은 최대한 늦게, 젊게 죽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농담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85세에 보트로 대서양을 나를 듯 달려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따돌렸고 90세엔 스카이 다이빙을 했고, 병석에서도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몰래 가져온 그레이 구스 보드카를 마시는 큰 기쁨을 누렸다"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성실하게 봉사하며, 용기로 이끌며 조국과 국민에 대한 가슴 속 사랑으로 행동하는 대통령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줬다”며 “당신의 품격과 진실함, 따뜻한 영혼은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눈물로 애도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도움견 설리가 대통령 관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도움견 설리가 대통령 관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부시 대통령의 목사인 러셀 레빈슨 목사는 "최근 며칠 부시 대통령보다 설리가 언론을 많이 나오고 인기가 있었다"는 농담을 했다. 파킨슨병을 앓아 휠체어에 의지했던 부시 대통령을 위해 물건도 물어다 준 두 살배기 래브라도 리트리버 설리가 대통령의 관 앞을 지키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날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 전원과 나란히 한 자리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래 워싱턴 전통을 멀리 하면서 국가 원로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 행보를 해왔지만 이날만큼은 부시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끌어모은 화합의 자리에 함께 했다.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정치적 소란을 감안할 때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오늘은 매우 비범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장례식을 마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운구는 가족과 함께 에어포스원 편으로 고향 텍사스로 옮겨졌다. 텍사스 A&M대학교에 있는 조지 부시 기념관 부지에 지난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바버라 부시 여사 곁에 묻힌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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