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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심장 이식한 개코원숭이 195일 생존 기록...사람은 언제쯤?

돼지 심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하는 과정을 담은 그림. 영상 8도에서 심장을 보관한다. 그와 동시에 이식을 앞둔 심장에 산소가 충분한 혈액 기반 특수 용액을 주입한다. [사진 네이처]

돼지 심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하는 과정을 담은 그림. 영상 8도에서 심장을 보관한다. 그와 동시에 이식을 앞둔 심장에 산소가 충분한 혈액 기반 특수 용액을 주입한다. [사진 네이처]

 
사자의 머리와 양의 몸통 그리고 뱀의 꼬리를 한 괴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메라의 모습이다. 키메라는 서로 다른 종이 결합한 생명체를 뜻하는 용어가 됐다. 인간과 말이 섞인 켄타우로스와 사자의 몸에 사람의 머리가 붙은 스핑크스도 대표적인 키메라로 꼽힌다.

기존 대비 생존 기간 3배 늘려
면역거부 반응 없앤 돼지 활용

 
최근 장기이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키메라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키메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종 간 장기를 바꾸는 연구는 19세기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초점은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있다. 관련된 연구도 한 걸음씩 진전되고 있다.
 
독일 뮌헨대 연구팀은 5일(현지시각) 돼지 심장을 이식한 개코원숭이가 195일간 생존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개코원숭이의 생존 기간은 기존 연구 결과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 중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개코원숭이의 최대 생존 기간은 57일에 불과했다. 두 달이 채 되지 못했던 것이다. 마티아스 랜진 뮌헨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확인된 심장 이식 개코원숭이의 생존 기간을 3배 이상 뛰어넘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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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간 심장 이식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연구팀은 유전자 교정을 통해 갈락토스 전달효소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었다. 갈락토스 전달효소는 개코원숭이 등 영장류 몸속에 들어갈 경우 면역 거부반응을 유발하는데 이를 제거한 돼지를 만든 것이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했다.
 
뮌헨대는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확인했다. 우선, 돼지에서 추출한 심장을 영상 8도 상태에서 보관했다. 그와 동시에 산소가 충분히 포함된 혈액 기반의 특수 액체를 이식을 앞둔 돼지 심장에 흘려보냈다. 연구팀은 “이런 보관 조건을 통해 심장 이식 후 개코원숭이의 단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심장 이식 후 개코원숭이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조건도 찾아냈다. 낮은 혈압을 유지하고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 등이 그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당장 인간에게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이종 간 장기 이식 후 생존 기간을 늘리는 조건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장기를 동물에게 얻으려는 시도는 19세기 무렵 시작됐다. 초반에는 침팬지 등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했다. 하지만 침팬지·원숭이 등의 장기가 인간의 장기와 비교해 크기가 작고 작동 방식도 달라 최근에는 돼지 장기로 눈을 돌렸다. 
 
개코원숭이 무리. 독일 뮌헨대는 돼지 심장을 이식한 개코원숭이가 195일간 생존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개코원숭이 무리. 독일 뮌헨대는 돼지 심장을 이식한 개코원숭이가 195일간 생존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돼지는 인간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몸속 구조는 닮았다. 인간의 장기와 유사한 크기의 미니 돼지를 만들 수 있는 점도 돼지-인간 간 이종 장기 이식에 주목하는 이유다. 돼지 장기 중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로는 심장ㆍ폐ㆍ신장이 꼽힌다.
 
국내에서도 이종 간 장기 이식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최근 이종 간 장기 이식에 적합한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유전자 교정을 통해 장기 이식 과정에서 면역거부 반응이 없는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송봉석 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면역거부 반응이 없는 돼지를 만들기 위해선 수정란 상태에서 면역거부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며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기 위해선 침팬지 실험 성공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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