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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원희룡의 투자병원 승부수 "의료비 폭등? 책임지겠다"

원희룡 지사 단독 인터뷰
“고용 늘리는 투자병원, 제주 미래 위한 선택”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가 5일 제주도청에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가 5일 제주도청에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 서귀포에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초의 투자개방형병원이다. 이날 제주도청에는 발표 전부터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30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 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회원 20여 명은 "도민 배신하고 영리병원 선택한 원희룡은 즉각 퇴진하라"고 외쳤다. 6일에도 시위가 예정돼 있다.  

 
 
투자개방형병원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했지만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주저했다. 역대 복지부 장관이나 정치인 중 적극 나선 사람이 없다. 반대 목소리가 커서 엄두를 못 냈다. 10월 제주도민 공론조사에서 58.9%가 반대했고 위원회가 '불허'를 권고했다. 그런데도 원 지사는 도민 여론을 거슬렀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녹지병원은 성형외과·피부과, 건강검진을 위한 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한다.  
 
 
투자병원은 외부 투자를 받고 진료 수익이 생기면 배당하는 주식회사형 병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동북아 의료허브를 구상하며 허용한 지 16년 만에 1호가 생겼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원 지사는 왜 가시밭길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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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국내에 없는 제도라서 그런지 의료계·시민단체 중심으로 공공의료를 무너뜨리고 의료비 폭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아직 사례가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공론조사를 거쳤지만 찬반이 여전히 갈렸다. 행정의 최종 책임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범위에서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외국인만 진료하는 조건부 허가다."
 
국내 의료체계에 영향이 없을까.  
 
"외국인만 진료하는데, 내국인을 한 사람도 진료하지 않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 의료계·시민단체는 녹지병원이 내국인 부자만을 진료하고, 그러면 의료자원이 왜곡되고 비용이 폭등해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린다고 걱정한다. 내국인 진료를 금지함으로써 이런 우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앴다. 반대 단체의 주장이 옳은지도 검증 받아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정치생명이 영향 받을 수도 있다.
 
"(반대라는)결과를 존중하지 못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고, 국가와 제주도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른 비난은 달게 받겠다."
 
국가와 미래를 위한 길이란 게 무슨 뜻인가.
 
"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법, 2005년 제정) 취지는 서비스산업, 특히 의료관광 같은 질 높은 서비스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며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 (녹지병원은) 복지부가 2015년 12월에 승인한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녹지그룹)가 병원을 다 짓고, 인력을 채용하는 등 투자를 완료한 상태다. 이제 와서 불허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복원할 수 없다. 중국과 외교 마찰도 우려된다. (국내적으로)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결단해야 했다."
 
녹지병원은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613㎡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문 연다.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한테서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지난해 7월 준공했다. 134명의 인력을 채용해 개원 준비를 마쳤으나 제주도의 개설 허가가 미뤄지면서 매달 8억5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개설을 불허하면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은 물론 투자자 국가분쟁(ISD) 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가 컸다. 원 지사는 "국내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날 게 뻔하고 제주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중앙정부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리병원 개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제주도청 진입을 시도하다 직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리병원 개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제주도청 진입을 시도하다 직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론화위원회 권고를 무시해도 되나.
 
"무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공론화위는 녹지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찾고, 헬스케어 타운의 기능을 유지하며 고용(134명)을 보전하라고 권고했다. 녹지병원 측에 비영리 전환을 권고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제주도·보건복지부 등 국가기관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러면 다른 용도로 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처음부터 공론조사를 요식적 절차로 만드려 한 게 아닌가.  
 
"충분한 정보와 전문가 의견을 제공해 도민의 판단을 돕는 과정이 필요했다.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공론조사 결과를 전면적으로 존중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도민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외국인 진료로 제한했지만 의료비 폭등 등의 우려가 현실로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대처하겠다.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도지사직에서 퇴진하겠다는 말인가.
 
"그런 구체적인 형태를 두고 미리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사리에 맞게 행동하겠다."
 
시민단체의 우려를 어느 시점에 검증해야 하나.  
 
"구체적 시기를 놓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때가 되면 순리에 맞게 할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불리할 텐데.
 
"어떤 비난이든 정치적 유·불리를 감수하겠다. 결정을 내리는 입장에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고민이 많았겠다.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모두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압박하더라. 외롭고 괴로운 자리라는 걸 실감했다. 한 달 정도 고민을 거듭했다."
 
이번 허가가 제주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효과를 과장할 생각이 없다. 녹지병원은 외국인 VIP 관광객을 진료한다. 순조롭게 운영되면 고급 관광객 유치, 연관 일자리 창출, 의료서비스산업 육성 등의 효과가 있을 거다. 여기 와서 성형수술하고 검진 받은 사람이 혼자만 오는 게 아니다. 가족·수행원·보조인력이 온다. 여기서 관광과 소비를 한다.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다."
 
제주녹지병원 내부 모습 [중앙포토]

제주녹지병원 내부 모습 [중앙포토]

 
복지부나 청와대와 협의했나.  
 
"지난해 정권이 바뀐 후 문의했더니 '제주지사 권한이며 정부 공식 입장은 영리병원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하더라.”
 
도와주겠다는 측이 없나.  
 
"직접적 언급이나 약속은 없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첫 외국인 전용 병원이고 134명을 채용했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는데, '제주도가 알아서 해라'고 한다. 일자리와 경제는 실사구시 자세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공격할 수도 있다.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 불가피한 차선책임을 설명하겠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까.
 
"사드 때문에 중국이 10인 이상 단체관광 금지, 크루즈 모집 금지 등 4불을 시행했는데 제주는 여기에 다 걸렸다. 고급 중국 관광객 유치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제주=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최충일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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