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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병원은 미용ㆍ피부 전문…중국 의료관광객이 주 타깃

5일 조건부 개원이 허가된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전경. [뉴스1]

5일 조건부 개원이 허가된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전경. [뉴스1]

투자개방병원 첫 허가 
 
투자개방형 병원(일명 영리병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발전했다. 경제 혜안의 소유자 김 전 대통령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를 만드는 데 최고 수준의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근거법을 제정했다.  
 
투자병원의 다른 갈래는 제주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제주도특별자치도법에 투자병원 설립을 담았다. 이명박 정부 때 주춤했고, 박근혜 정부 때 다시 힘을 받았다. 지난 16년을 돌이켜보면 투자병원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력과 의료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수단의 하나였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의 투자병원 둘 다 번번이 '의료 민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무산됐다.  
 
현재 인천 송도·영종도 등 경제자유구역 8곳,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대덕), 새만금, 제주도 등의 개별 법률에서 투자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 추진된 곳은 인천 송도와 제주다. 송도는 유수한 외국 자본과 뉴욕장로병원·존스홉킨스병원 등이 달라붙었지만 16년 동안 헛발질했다. 결국 올 2월 국제병원 부지에 국내 병원도 세울 수 있게 용도가 바뀌었다. 사실상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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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투자병원도 일본·미국·중국·한국 등의 자본이나 기업 등이 여섯 차례 입질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여야 구분 없이 반대하거나 뜨뜨미지근하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이런 과정이 16년 계속되면서 '투자병원=의료 영리화=한국 의료 몰락'이라는 오해가 공고해졌다.  
 
투자병원은 사회주의 의료(국가의료체계)에 가까운 영국이나 스웨덴도 허용한다. 최근 영국은 대기환자 급증, 자본 투자 부족 등의 문제가 이어지자 공공병원의 영리활동을 허용하고 영리 민간병원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한국·일본·네덜란드 정도만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병원이 문을 열면 무조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고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 '건보 당연지정제'라는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이게 사라지지 않는 한 민영화되지 않는다. 녹지병원은 외국인 환자만 받기 때문에 건보 당연지정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내국인 진료가 금지됐지만 허용하더라도 굳이 갈 이유가 없다. 성형수술이나 피부과 시술을 잘하는 데가 훨씬 많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 임직원이나 중국 의료관광객이 주 타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한국에 와서 성형수술을 하고, 피부 관리를 받고, 건강검진을 받는 곳이다. 검진을 받기 시작하면 매년 올 수도 있다. 이들이 자고 먹고 쇼핑하면서 제주도민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절박하다. 사드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올해 1~10월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8%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은 21.2% 줄었다. 외국인 투자는 더 비참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제주도 투자유치 실적은 신고금액 기준 7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4억900만 달러의 1.7%에 불과하다.  
 
47개 병상의 성형·미용 외국인 병원이 한국 의료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정부 관계자는 "한국 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소위 '의료 영리화 논쟁'은 2000년대 'Y2K'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2000년 당시 컴퓨터가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혼란이 야기할 것이라고 크게 걱정했으나 거의 혼란이 없었다.  
 
하지만 반대가 강해 향후 어떤 일이 생길지 두고 봐야 한다. 의사 집단도 반대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영리병원은 한국 의료체계와 맞지 않다. 의료 적정화와 영리 추구는 충돌하기 때문에 의료체계 정비가 먼저"라며 "허가 취소를 촉구하고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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