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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돋보기] ‘경쟁’의 경쟁력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1990년대 국내에서 열차를 만드는 회사는 모두 3곳이었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뒤인 1999년 7월 정부는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세 회사의 철도차량 사업 부분을 떼어내 하나로 합쳤다. 철도차량 제작 분야에서 국내 독점인 ‘한국철도차량(주)’가 만들어졌다. 2년 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인수돼 2002년 1월 ‘(주)로템’으로, 2007년엔 현재의 이름인 ‘현대로템’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고속열차 국산화, 전동차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을 보이기도 했지만,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했다면 연구·개발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쏟았을 텐데 그런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실은 2009년 말 서울도시철도공사(도철)가 국내 지하철 운영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전동차 자체제작을 추진한 배경과도 연결된다. 당시 도철이 밝힌 공식이유는 ▶전동차 구입비용 절감 ▶차량 부품의 표준화·국산화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로템에 대한 불만도 큰 요인이었다. 도철의 고위 간부는 “로템이 독점이다 보니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비록 규모는 로템보다 훨씬 작지만,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라는 두 회사가 새로 철도차량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원시스는 2015년 서울지하철 2호선의 전동차 200량 납품계약을 따낸 데 이어 올해 10월 발주된 서울지하철 2, 3호선 전동차 196량도 수주했다. 우진산전은 경전철은 물론 최근에는 코레일이 발주한 간선형 전기동차(EMU-150) 150량도 따냈다.
 
철도 차량 부문에서 다시 경쟁시대가 열린 것이다. 독점에 대한 반발이 사라졌던 ‘경쟁’을 다시 불러냈다. 발주자 입장에선 수주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또 당장은 품질 논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더 나은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도 훨씬 편리한 열차를 만날 수 있다.
 
지금 코레일·SR(수서고속철도) 통합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만일 둘이 합쳐진다면 장거리 철도운영은 코레일이 독점하게 된다. 독점은 비교 대상이 없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열심히 뭔가를 개선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운영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 즉 국민에게 돌아온다. 독점과 경쟁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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