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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원전 논리 속에 감춰진 진실 확인이 중요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회에서 에너지특별위원회가 최근 개최됐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탈(脫)원전’과 ‘친(親)원전’의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모두가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지향하는 진실은 달랐다. 주장을 펼치기에 유리한 사실을 선택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만 국민, 투표로 탈원전에 반대
잘못 알려진 사실 바로잡은 결과
한국은 진실 일부만 보여주거나
유리한 사실만 동원해 진실 왜곡

지난달 24일 치른 대만 국민투표에서 원자력발전 중단(탈원전)을 규정한 전기사업법 제95조 1항을 폐지하는데 59%가 찬성표를 던졌다. 집권 민진당의 탈원전 대세론이 무너졌다. 급진적인 주장이 잠시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결국 국민은 경제라는 엄연한 현실을 택한다는 점을 대만 국민투표가 보여줬다. 이번 탈원전 지지 여론은 대만 칭화대 예쭝광(葉宗洸) 교수가 ‘원전 유언비어 종결자’(Nuclear Myth Busters)라는 단체를 결성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은 것이 동인이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얼마 전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과연 가짜뉴스로 피해를 보는 쪽이 어느 쪽인지, 그 전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등등 우려가 크다. 그러나 다양한 언론이 어지럽게 쏟아내는 뉴스가 민심을 호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한 팩트 체크(사실 확인, Fact check)만으로는 가짜뉴스를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이라고 해서 모두 진실은 아니다. 예외도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외를 사례처럼 인용하면 거짓을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가짜뉴스를 걸러낼 때 팩트 체크가 아니라 ‘트루스 체크’(진실 확인, Truth check)가 더 중요한 것이다.
 
시론 12/06

시론 12/06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관련해 독일을 사례로 드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독일은 사례가 아니라 몇 안 되는 예외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는 원전을 유지하고 있다. 원자력을 처음 시작하려는 나라도 있다. 대형 사고를 경험한 미국·일본·러시아도 원전을 유지한다. 독일을 들먹이는 것은 예외를 한국에 적용시키려는 셈이 된다. 게다가 독일과 한국은 너무 다르다. 유럽 전체가 전력망으로 연결돼 독일은 전력이 부족하거나 넘치면 빌려오거나 퍼줄 수 있다. 한국과는 분명 다르다. 갈탄이라는 자국산 에너지를 풍부하게 가진 독일과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은 다르다.
 
허구적인 가정을 전제로 계산된 비현실적 결과를 전제와 가정을 쏙 빼고 인용하면 거짓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5월 현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올리고, LNG 발전소 가동률을 60%까지 확대할 경우를 가정해 가정용 전기요금의 인상액을 전망했다. 현행 원전정책을 유지했을 때에 비해 연구원의 설정대로 에너지정책을 전환할 경우 월평균 추가 비용은 2020년 52원, 2025년 2312원, 2030년엔 5164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률·가격조건을 무리하게 가정한 결과 이처럼 인상액이 극히 낮게 나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원전 가동률에 비례해서 한국전력이 적자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기 때문이다.
 
연구원의 전망 결과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전력시스템을 아는 사람이라면 최초 계산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환경운동가는 이를 근거로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올라도 겨우 맥주 한 잔 값”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분류상의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뿐만 아니라 수력발전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유럽보다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작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유럽의 경우 수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쏙 빼놓고 유럽국가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비교한다. 만약 그런 식으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동일하게 만들려면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할 것이고, 그 결과는 태양과 풍력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도 시설을 마구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진실의 일부만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최근 발전원별로 한전이 지급하는 비용을 비교하면서 태양광 발전이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사실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추가로 지급되는 보조금 얘기를 뺀 것이다. 한전이 치르는 비용만 제시한 것은 진실의 일부만 보여준 것이다. “독일에서 2010년 이후에 전기료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실은 2010년 이전에 독일 전력가격이 오를 만큼 다 올랐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성공적이길 바란다. 그러나 단순한 사실 확인에 그치거나 한두 마디 단어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확인이 아니라 진실 확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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