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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귀국 6시간 전 온 조국 문자 “모든 비판 감내, 할 일 하겠다”

[강민석 논설위원이 간다] 정국 화두로 떠오른 조국수석 거취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저녁,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인책론을 SNS에 공론화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소속 검찰 수사관이 경찰청에 지인인 건설사 대표의 뇌물사건 수사상황을 캐물었다는, 음습한 의혹과 관련해서였다.
 
그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 수석의 ‘정무적 책임’을 거론했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정부시절 ‘정윤회+문고리 3인방’과 싸웠던 인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별감찰반원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소속이었는데, 조 의원이 바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조응천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삼고초려해서 영입한 인사다. 여권에서 조국수석 책임론을 처음으로 거론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중앙포토]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조응천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삼고초려해서 영입한 인사다. 여권에서 조국수석 책임론을 처음으로 거론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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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이 큰 사안에 화제성 인화력을 듬뿍 지닌 인물이 등장해 조 수석을 겨냥한 셈이다. 여기서 한 두명 더 호응하고 나온다면…. 그게 바로 쇄신파동이다.
 
민주당의 역대 쇄신파동에는 공식이 있다. 첫째, 지금처럼 지지율 하락기에 주로 나타난다는 점. 둘째, 초선 소장파가 나선다는 점. 셋째,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실세를 겨냥한다는 점이다.    
 
다음날 민주당 상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 그는 "조국을 흔들지 마라"고 일갈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수사 발표가 있었을 때는 조건부지만 이지사 책임론을 거론했다.[중앙포토]

민주당 표창원 의원. 그는 "조국을 흔들지 마라"고 일갈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수사 발표가 있었을 때는 조건부지만 이지사 책임론을 거론했다.[중앙포토]

3일. 초선이지만 팬층이 두터운 표창원 의원이 “조국을 흔들지 마라”는 글을 올린데 이어 레이스를 벌이듯 조 수석을 엄호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석현(5선)ㆍ설훈(4선)ㆍ안민석(4선)ㆍ박광온(재선)ㆍ김한정(초선)ㆍ손혜원(초선)….  
 
문 대통령 직계ㆍ방계, 초선ㆍ다선을 가리지 않고 조 수석을 감싸고 나서면서 ‘쇄신파동’이 아니라 ‘하극상’ 사건 비슷하게 성격이 정리돼 버렸다.  ‘돌격앞으로’를 외쳤다가 혼자 대열에서 이탈해있는 자신을 발견한 조응천 의원은 무척 당황했을 게 분명하다.  
 
역설적으로 조국 수석의 여권내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퇴진론이 진화된 건 여당내부일 뿐이다. 야당은 “조국을 우병우로 만들지 말라”(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면서 연일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조 수석의 직접반응은 나온 게 없었다. 그래서 4일 조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예상대로 받지 않았다. 이번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야당의 사퇴요구에 응할 건지 ▶특감반 의혹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표명할 건지 ▶강단으로 돌아갈 건지.  
 
그런데 의외였다. 오후 3시46분. 분명한 입장이 담긴 짤막하지만 정제된 답이왔다.
 
“모든 비판을 감내하며, 해야 할 일을 수행한 후 학교로 돌아갈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내리기 6시간전 나온, 특별감찰반 의혹 사건 발생이후 첫 직접 반응이었다.    
 
‘모든 비판을 감내’한다는 말은 사실상 야권의 사퇴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사법개혁, 검찰개혁 차원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ㆍ경수사권 조정 등을 의미할 것이다.하지만 관련 법안이 언제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기약이 없다.
 
따라서 ‘학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 돌아가는 일은 먼 훗날 얘기다.  
 
서울대의 경우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은 선거 기간 중엔 휴직을, 당선되면 교직을 떠나야하지만 청와대 수석 같은 임명직은 휴직기간에 제한이 없다. 조 수석의 경우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을 청와대에서 만나 특감반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을 청와대에서 만나 특감반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조 수석에게 관련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는 공직기강 확립, 특별감찰반 개선방안 마련 등 '제도쇄신'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미션'을 수행할 주체가 조 수석인 만큼 신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결국 조 수석의 거취논란은 여권에선 일단 봉합됐다. 조국 수석이 여권의 ‘마지노선’임을 재확인하면서.
 
조 수석이 야권의 퇴진요구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안경환 법무부장관 검증논란때, 지난 4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낙마 때, 최근 조명래 환경부장관 임명 때까지 야권은 번번이 조국 책임론을 주장하며 사퇴압박을 했지만 문 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조 수석은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86(80년대 학번, 60년대출생)세대 대표인사다.
  
고(故) 박종철 열사와는 부산혜광고 동창, 원희룡 제주지사-나경원 한국당 의원-김영환씨(주체사상가 였다가 전향)등과 서울법대 82학번 동기다. 하지만 조 수석은 김영환씨와는 노선이 달랐다. 역시 서울대 82학번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과 ‘서울사회과학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주체사상비판』이란 책도 냈다.
 
조 수석은 27세에 울산대 법대교수로 임용됐다. 울산대시절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박노해 시인 등이 주도한 ‘사노맹’(사회주의 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같은 사건에 연루됐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전 부총장(미국학)은 “조국 수석은 직접참여한 활동가는 아니었고, 지식인 연구자 그룹으로 간접지원했다"며 “형량(징역2년6개월, 집행유예3년)도 가장 가벼웠다”고 말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조 수석과 같은 86세대로 참여연대에서 각각 사무처장, 사법감시센터장으로 활동했다.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도 함께했다. 지금은 더미래연구소로 돌아가 있는 그에게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인연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2010년 하순에 나온 조국-오연호 공저 『진보집권플랜』(진집플)을 ‘동행’의 계기로 꼽았다. ”안면은 있었겠지만, 출발은 진집플“이라는 게 김 전 원장의 설명이었다.      
 
‘진집플’은 진보진영이 집권하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야하는지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가 묻고 조국 교수와 대답하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다른 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진집플’을 읽고 조국 교수에게 친필로 편지를 써보냈다고 한다. 이 측근은 "사실상 '정치적 러브레터' 아니겠느냐"고 했다.
 
2011년 정치콘서트 ' 당신들이 꿈꾸는 나라 '에 참석한 문대통령. 왼쪽은 문성근씨, 오른쪽은 남윤인순 의원, 조국 수석. [중앙포토]

2011년 정치콘서트 ' 당신들이 꿈꾸는 나라 '에 참석한 문대통령. 왼쪽은 문성근씨, 오른쪽은 남윤인순 의원, 조국 수석. [중앙포토]

또하나의 매개가 ‘콘서트 정치’였다.  

 
1년뒤인 2011년 하순, 문 대통령도『운명』,『검찰을 생각한다』(김인회 인하대 교수 공저) 등의 책을 내고 정계에 뛰어들었다. 이때 조 수석은 여러차례 문 대통령 북콘서트의 게스트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이 함께한 2011년 당시의 북콘서트(‘검찰을 생각한다’) 영상을 찾아보니 이런 장면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여러차례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법무부장관에게 임기 5년 내내 장기적으로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법무장관으로)조국 교수가 어떠냐.”
 
비록 자리는 달라졌지만, 문 대통령은 이미 7년전부터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조 수석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년’을 거론한 것에 특히 눈길이 간다.
 
조 수석은 2017년 대선정국에서도 문 대통령의 북콘서트에 단골로 출현했다. 송봉근기자

조 수석은 2017년 대선정국에서도 문 대통령의 북콘서트에 단골로 출현했다. 송봉근기자

하지만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비위의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 답변에 조 수석이 담지 않은 답은 야당에 대한 언급, 대국민 입장표명 여부 등이었다.  
 
이와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는 "대검의 감찰결과가 나온 뒤"라고 했다.
 
조 수석이 특감반원을 전원 원대복귀 시키면서 공은 지난달 30일부터 대검찰청 감찰본부로 넘어가 있다. 감찰이 끝나지 않았는데 섣불리 대국민사과 등의 입장표명을 했다가, 추가로 비위가 드러날 경우 대응은 꼬이고, 정치적 압박은 두세배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번 사건의 향배는 강도높고, 투명한 대검의 감찰결과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사안이라고 묻으려는 일이 있으면 다른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일반적으로 사건 자체보다 은폐했던 사실이 밝혀질 때의 역풍이 더욱 걷잡을 수 없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중 “다이너마이트는 깊이 묻을수록 폭발력이 크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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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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