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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다시 꼬였다 … 노동계, 성사 직전 약속 뒤집어

원점으로 돌아간 광주형 일자리
 
이용섭 광주시장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앞줄 왼쪽 둘째부터) 등 광주시노사민정협의회 참석자들이 5일 광주시청에서 ‘광주형일자리’ 협정을 결의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현대차는 협의안에 대해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1]

이용섭 광주시장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앞줄 왼쪽 둘째부터) 등 광주시노사민정협의회 참석자들이 5일 광주시청에서 ‘광주형일자리’ 협정을 결의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현대차는 협의안에 대해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1]

경영자와 노동계,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가 모두 한 발씩 양보하는 대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 직전에 제동이 걸렸다.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질 경우 이 공장에 물량을 맡기겠다는 투자자(현대자동차)가 광주광역시와 잠정 합의안까지 내놨지만 노동계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양측 간에 획기적인 추가 타협안이 나오지 않는 한 광주형 일자리는 좌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35만대 생산 때까지 단협 유예
노동계 반발하자 다시 협상
노사민정, 결국 절충점 못찾아
단협 유예기간 뺀 수정안 내
현대차 “받아들이기 어렵다”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광주광역시 노사민정협의회는 5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한 내용을 진통 끝에 조건부로 의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에 대해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4일까지만 해도 타결 일보 직전이던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건 ‘노사상생발전협의서 1조 2항’ 때문이다.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설립하는 법인은 신설 회사라서 노동조합(노조)이 없다. 단체협상은 노조가 요구할 수 있는데 노조가 없으니 사용자 대표와 근로자 대표가 모두 참가하는 ‘노사상생협의회’를 만들고 여기서 근로자 처우를 결정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병훈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이날 “노사민정협의회가 (기존 노사상생협의회의 유효기간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는 조건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1안은 아예 노사상생협의회에 대한 조항(노사상생발전협정서 1조2항)을 빼는 방안이다. ▶2안은 신설 법인이 안정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때까지 노사상생협의회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3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을 때까지 노사상생협의회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1~3안 중 하나를 받으라고 현대차에 다시 공을 넘긴 것이다.
 
기존 제안서가 단체협약을 유예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기간·생산대수)를 제시했다면, 수정안 3개는 모두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모호한 단어를 택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현대차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월 광주시는 노사상생협의회가 설립 이후 5년 동안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노동계가 반발하자 광주시는 신설 법인이 누적 3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까지 상생협의회가 이를 결정하자는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현대차는 이 제안도 받아들였지만 노동계는 또다시 거부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날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광주시와의 협의 내용이 또다시 수정·후퇴하는 등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절차상의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원점으로 회귀하면서 노동계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노총이 포함된 투자유치추진단은 지난달 27일 광주시에 ‘협상 전권을 위임한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당시 노동계는 “협상의 전권을 포괄적으로 광주시에 위임한다”며 “광주시가 현대차와 투자협약을 체결하면 이를 최종적인 합의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투자협약을 잠정적으로 내놓자 노동계는 입장을 바꿨다. 민주노총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도 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5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노동계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무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현대차가 수정안을 받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협상단을 이끌던 지방자치단체의 역량도 한계가 있었다. 노동이사제 등 노동계의 일부 요구안은 애초 현대차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런 요구안에 끌려다니면서 협상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이병훈 광주시 부시장은 “그동안 쌓여 있던 노사 간의 불신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타협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타결은 5일 무산됐으나 시간을 갖고 다시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원래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 특유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형 노사관계로 바꿔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였지만, 언젠가부터 갑자기 임금·단체협상으로 변모했다”며 “노 측은 덜 일하고 더 받으려고 하고 사 측은 덜 주려고 하면서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기존의 노사 대립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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