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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거 10년 … 금융위 들이받은 금감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아래 사진)은 지난 5월 윤 원장 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서 견해차를 드러내며 ‘위-원 갈등설’을 증폭시켰다. [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아래 사진)은 지난 5월 윤 원장 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서 견해차를 드러내며 ‘위-원 갈등설’을 증폭시켰다. [뉴스1]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오랜 갈등이 결국 선을 넘었다. 금감원 노동조합이 지난 3일 “금융위를 해체하라”는 성명서를 내면서다.
 
경찰청이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의 해체를 주장한 꼴이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의 본격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금감원이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대해 금융위가 대폭 감축 요구를 한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리 및 재감리 과정 등에서 양측 갈등이 깊어진 것을 이유로 지목한다. 이인규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융위가 예산 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섰다. 금융위 행태에 충격파를 던져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위 사진)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윤 원장 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서 견해차를 드러내며 ‘위-원 갈등설’을 증폭시켰다. [뉴시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위 사진)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윤 원장 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서 견해차를 드러내며 ‘위-원 갈등설’을 증폭시켰다. [뉴시스]

2008년 출범한 금융위는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총괄하고, 감독·검사 업무 집행기관인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노조가 밥그릇 사수를 위해 과도한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도 ‘금감원 길들이기’ 주장을 부인하면서 “감사원이 금감원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기 때문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50명 남짓인 ‘관(官)’이 2000명 규모의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을 거느리는 ‘불편한 10년 동거’ 과정에서 갈등이 곪고 곪아 결국 터진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 독립을 설파해 온 학자 출신의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5월 취임하면서 갈등은 더 첨예해졌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 ▶은행권 대출금리 부당 산정 ▶삼성바이오 사태 등 현안마다 금융위와 견해차를 드러냈다.
 
금융권에서는 소신이 강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을 두고 “두 마리 호랑이가 한 우리에서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일각에선 최흥식·김기식 두 전임 원장의 잇따른 낙마로 수세에 몰렸던 금감원이 윤 원장 체제의 공고화에 따라 전열을 정비해 금융위에 대항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계에선 금융위에 집중된 금융 정책·감독 체계 개편이 해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해가 상충할 수밖에 없는 액셀러레이터(금융산업 진흥정책)와 브레이크(감독정책)를 모두 금융위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액셀-브레이크 이론’을 설파한 이가 바로 학자 시절의 윤 원장이었다.
 
더욱이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노조 성명을 계기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를 공론화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여당 내에서는 최운열·이학영 의원 등이 금융정책·감독기능 분리를 주장해 왔다. 분리론의 요지는 금감원을 금융위에서 분리해 감독 총괄기구로 두거나 예전처럼 금융감독위원회 등 합의제 행정기구 형태로 정부 내에서 독립시키자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위는 금융정책 기능만 담당토록 하거나 아예 기획재정부로 흡수·통합시킨다는 게 거론되는 방안들이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는 금융감독 업무가 금융정책에 종속되기 쉬운 불량 지배구조”라며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위해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실장도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정책과 엄정한 금융감독 실행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책 없는 감독이 무슨 의미가 있고, 감독 없는 정책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분리론은 무의미한 형식 논리”라고 분리 반대 입장을 보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일장일단이 있는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며“양측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부터 찾아 개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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