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금융위 해체하라" 금감원과 10년째 불편한 동거, 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위-원 갈등’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엔 정도가 다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청이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의 해체를 주장한 꼴이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노조가 선을 넘었다”는 평과 함께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지붕 두 가족’ 또는 ‘불편한 10년 동거’를 정리할 때가 왔다는 얘기다.  

금감원 노조 “금융위 해체” 주장
예산 문제로 양측 갈등 최고조 달해
삼성바이오 문제 등 사사건건 맞서
금융 정책-감독 기능 충돌이 근본 원인
대선 공약, 금융감독 체계 개편 공론화될 듯
찬성 측 “금융 정책-감독 기능 분리해야”
반대 측 “조직 논리 내세운 밥그릇 싸움”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 해체’까지 들고나온 표면적인 이유는 ‘살림살이’와 연관돼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1~3급 직원 비중을 현 43.3%에서 35% 수준으로 줄이는 계획안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3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 성과급이나 인건비 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내년 예산을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 독립은 윤석헌 금감원장의 지론이다<연합뉴스>

금융감독 독립은 윤석헌 금감원장의 지론이다<연합뉴스>

금감원 노조는 이를 ‘보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리·재감리 과정 등에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고 이를 빌미로 금융위가 금감원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성명서에서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예산 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이에 관련, 이인규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위의 행태에 충격파를 던져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측은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기획재정부 등에서 지적한 방침과 절차에 따라 예산 심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21일부터 금감원 경영 평가를 시작했는데, 지난해 평점이 나빴던 터라 금감원 직원들이 더 민감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생각에 잠겨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뉴스1>

생각에 잠겨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뉴스1>

1998년 설립된 금융감독위원회의 후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출범한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을 가져오면서 명칭에서 '감독'을 떼고 금감원을 독립된 집행기구로 분리했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A부터 Z까지 금융위의 통제를 받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애초 금융위가 출범할 때부터 금감원 노조는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50명 남짓인 '관(官)'이 2000명에 달하는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을 거느리는 구조에서 양측의 갈등은 10년 내내 이어졌다. 최흥식·김기식 두 명의 원장이 잇따라 낙마한 후 지난 5월 윤석헌 원장이 취임한 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하지만 살아온 길도, 금융을 바라보는 결도 다르다. 금융권에서 “두 마리 호랑이가 한 우리에서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도는 이유다.  
 
 
최 위원장은 주로 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해온 정통 관료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내 금감원 내부 사정도 잘 안다. 그는 수석부원장 재직 때인 2014년 KB 경영진이 내분을 일으켰던 이른바 ‘KB 사태’ 때 책임을 지고 관복을 벗었다가 지난해 7월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뚝심의 최종구’로 불릴 만큼 소신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윤 원장은 교수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금융개혁 학자다. 종종 '호랑이'로 불리는 그는 금감원장 취임 직전 금융위의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아 노동이사제 도입, 금융감독 기능 분리 등 권고안을 끌어낸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이 권고안을 받아들이는데 난색을 보이자, 윤 원장은 “(최 위원장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 원장 취임 후 양측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키코(KIKO) 재조사, 은행권 대출금리 부당산정, 케이뱅크 특혜 의혹 해명,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맞섰다.   
2008년 3월 31일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초대 금융위원장인 전광우 위원장(맨 왼쪽),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맨 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중앙포토>

2008년 3월 31일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초대 금융위원장인 전광우 위원장(맨 왼쪽),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맨 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중앙포토>

학계에선 이런 반복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금융위에 집중된 금융 정책·감독 체계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해가 상충할 수밖에 없는 엑셀(금융산업 진흥정책)과 브레이크(감독정책)을 모두 금융위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엑셀-브레이크 이론'을 설파한 이가 윤석헌 금감원장이다. 그는 교수 시절 금융위 해체와 금감원 독립을 골자로 하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그의 지론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노조는 3일 성명에서 “대통령께서는 금융위 해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 분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 운영 과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노조 성명을 계기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운열·이학영 의원 등이 금융 정책·감독 기능 분리를 주장해 왔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맞선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를 ‘불량 지배구조’라고 규정한다. 김 교수는 “현 체제에서는 금융감독 업무가 금융정책에 종속되기 쉽다”며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위해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의 독립성은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금융감독 정책을 중장기적 시각에서 일관되게 펼치기 위한 근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역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정책과 엄정한 금융감독 실행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독립성을 높이고 정부는 금융정책에 집중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금융감독 기능은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금융감독위원회 등 합의제 행정기구 형태로 정부 내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제 검사를 담당하는 감독원은 금감위 산하 집행기구로 두고 필요할 경우 건전성 감독 기구와 시장감시 기구로 이원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3월 임종룡(왼쪽)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금감원을 방문해 진웅섭 전 금감원장에게 '금융개혁 혼연일체'가 적힌 액자를 전달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과 반목이 그만큼 심했다는 반증이다.

2015년 3월 임종룡(왼쪽)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금감원을 방문해 진웅섭 전 금감원장에게 '금융개혁 혼연일체'가 적힌 액자를 전달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과 반목이 그만큼 심했다는 반증이다.

반면, 금융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정책 기능이 없는 감독이 무슨 의미가 있고, 감독 없는 금융정책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의미한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조직 논리를 내세워 맞설 게 아니라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지 않아서 소비자 보호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감독 개편은 일장일단이 있는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측이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부터 찾아 개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