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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외교만 질문하라”는 자신감, 맞나요?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착잡: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 회의장 옆.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모디 인도 총리가 나란히 섰다. 모디는 ‘JAI’란 신조어를 꺼냈다.  
 
“일본(Japan)의 J, 미국(America)의 A, 인도(India)의 I를 합한 JAI는 힌두어로 성공(success)을 뜻한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JAI가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자.” 아베 총리가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향해 우리 세 나라가 함께 나아가자.”  
 
JAI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아시아 정책으로 확정 발표한 ‘인도·태평양 외교전략’의 새로운 프레임이 됐다. 사실상 이번 G20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동안 동아태 외교를 주도한 건 한·미·일이었다. 정상끼리 빈번히 만났다. 지난해에는 7월 G20 회의와 9월 유엔총회에서 ‘한·미·일 3자회담’을 했다. 하지만 이후 뚝 끊겼다. 북한에 올인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를 기웃거리는 사이 한국은 빠지고 그 자리에 인도가 들어갔다. 한·미·일 NSC(국가안보회의) 수장도 지난 3월 이후 만남이 끊겼다.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한 것일까. 한·미·일이란 기존 핵심 프레임에서 벗어난 ‘뉴 비전’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하면 중국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머쓱: 한·미 정상회담 직전 청와대는 “약식회담, 즉 ‘풀 어사이드’가 아니라 공식 양자회담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백악관은 회담 뒤에도 ‘풀 어사이드’라고 발표했다. 한 방 먹인 것이다. 머쓱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격식이야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서로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회담을 본 적이 없다.  
 
또 하나는 내용. 두 정상은 대북제재를 강력하게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과 얼마 전까지 유럽 등을 돌며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다닌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머쓱했는지 문 대통령은 1일 기내 간담회에서 이 질문에 말을 흐렸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궤도 수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사실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제재를 완화해 북한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문 대통령,10월 15일)는 주장은 애초부터 논리도, 설득력도 부족했다. 제재완화 촉구란 비핵화를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이 선 시점, 그때 가서 자연스럽게 하면 될 일이었다. 판단할 건더기도 없는 현시점에 미래의 어설픈 가정을 전제로 완화를 거론한 것 자체가 조급했고 의미 없었다.  
 
말 꺼낸 김에 또 하나. 청와대나 우리 대다수 언론은 외교 성과로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한 지지를 (트럼프로부터) 얻어냈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제재 위반을 반대했지, 김정은 연내 답방을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정은이 내켜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또 북·미 협상이 다시 활력을 찾게 하는 역할을 했다지만 오히려 북·미 정상회담은 1월 초에서 2월까지로 시기가 넘어갔다. 그것도 ‘말’뿐이다. 성과로 둔갑시키기엔 머쓱하다.
 
#사족: 1일 수행기자단과의 대통령 기내 간담회를 보고 뜨악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만 질문하라”고 했다. “짧게라도 (다른) 질문을 하겠다”고 하는 기자에게 “짧게라도 질문을 받지 않고 답하지도 않겠다”며 말을 끊었다. 경제 현안을 물으려 하자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외교에 관심이 큰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한 관심, ‘오직 외교’를 주문한 것 치곤 그 결과가 착잡하고 머쓱하니 그게 문제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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