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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레이디 뜨면 나쁜 소식"···北국민앵커 이춘희 은퇴

[사진 홈페이지 캡처]

[사진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중대 발표’ 때마다 등장하는 이춘희 조선중앙TV 앵커가 은퇴한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이춘희 앵커의 목소리가 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추구하는 첨단기술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은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아나운서는 1971년부터 50년 가까이 북한의 소식을 전해왔다.

 
텔레그래프는 올해 75살의 고령에도 현역으로 활동해온 이 아나운서는 조선중앙TV의 간판이자 북한 정권 신뢰를 받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 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북한 역사에 중대한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주민들에게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외신기자들은 북한의 주요 성명과 담화를 전담해 발표하는 이춘희 아나운서에 대해 “북한 방송에 ‘핑크레이디’가 뜨면 나쁜 소식이 전해진다”고 말하곤 했다. ’핑크레이디’란 별명은 그가 주로 분홍색 한복을 입고 방송에 나타나기 때문에 붙었다. 
 
매체는 이춘희가 분홍색 의상을 아주 좋아한다며, 서양식 양장을 할 때도 ‘트레이드마크 컬러’(trademark colour)인 분홍색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춘희는 그간 북한의 ‘중대 발표’를 전담하다시피 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도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1994년과 2011년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전한 것도 그였다.
 
김일성·김정일 사망 시에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핵과 미사일 실험 시에는 흥분한 목소리로 화면에 등장했다. 특히 2016년에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4차 핵실험 성공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춘희 앵커가 은퇴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원하는 북한의 변화 방향과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이미 조선중앙TV의 메인 앵커는 30대 인물로 교체됐다. ABC 뉴스에 따르면, 잘 차려진 양복을 입은 젊은 세대의 앵커들은 전통적인 권위주의적인 리포트 스타일을 버리고, 청중들을 참여시키는 등 보다 더 현대적이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외신은 한 국내 대학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주요 모토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동향을 따라잡는 것”이라며 “방향의 변화가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시청자들이 외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기존의 하향식 뉴스를 읽는 방식은 “이제 더는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매체는 “북한의 방송은 항상 메시지를 남긴다”며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들려주지만, 인터뷰 대상자들은 여전히 대화 중 기회가 날 때마다 김정은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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