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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정은 답방 얘기할 때 방위비 분담금 꺼낸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이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의 내용은 100% 북핵 문제였다. 이번 회담은 그 간 정상회담 중 가장 짧은 30분. 통역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두 정상이 대화한 시간은 그보다 더 짧아진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까지, 북한 문제만 이야기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돈 문제는 빠뜨리지 않고 거론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ㆍ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요구한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양측이)굉장히 짧게 한마디씩 언급을 하시면서 넘어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백악관이 밝힌 이번 회담의 형식은 ‘풀 어사이드(pull aside, 약식 회담)’였다. 풀 어사이드 회담은 공식 양자회담에 비해 논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한두가지 의제만 정해놓고 압축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북한 문제에 촛점을 맞췄다. 하지만 미국 측은 사전 의제 조율 과정에서 이미 방위비 분담금과 한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를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국이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북핵 부분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가 잘 나왔는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관심사는 돈이었다. 한국에 돈 더 내라는 이야기를 문 대통령에게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ㆍ미는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 지원 비용을 새롭게 책정하는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지난 3월 첫 협상을 시작했다. 이전 협정이 올해 12월 31일로 종료되기 때문에 11월 중에는 협상을 마무리하고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거쳐 2019년 1월1일부터 곧바로 새 협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부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양 측은 지난달 열린 9차 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ㆍ미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분담금 총액이다. 한국은 올해 기준으로 한 해에 약 932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대폭 올리라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총액에서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고 일부 진전도 있었지만 최종 타결은 하지 못했다. 미국의 요구에 대해 우리는 ‘국내에서 1조원을 넘는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설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허버드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허버드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방위비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을 만나고 이틀 뒤인 9월26일 기자회견에서는 노골적으로 “미국이 3만 2000명의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그들(한국)은 아주 부자 나라다. 당신(한국)들은 왜 우리가 내는 비용(방위비)을 배상(reimburse)해주지 않느냐고 한국에 물었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단순히 방위비 인상 압박에서 그치지 않고 북핵 문제와 연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ㆍ미 관계 전문가는 “북핵 문제에서 한국과 협력하는 것을 방위비 인상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일 수 있다. 그의 반복되는 메시지를 보면 북핵 공조를 하는 건 하는 거고, 한국으로부터도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북핵 라인 역시 방위비와 자동차 관세 등 별개의 이슈가 북핵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대미 소식통은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돈을 아꼈다는 차원에서 자꾸 홍보하고 있는데, 그런 접근이라면 비핵화에 유용한 전술적 카드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북한이 비핵화에 무성의하게 나오면 대규모로 재개해야 지금의 연합훈련 중단ㆍ축소가 북한을 움직일 상응조치로서 유효한 것인데, 그냥 돈 아까우니 계속 중단하겠다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동맹을 돈의 문제로 단순화해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북핵 협상에서 비핵화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훨씬 쉽게 수용할 수 있다”며 “비핵화 협상이 잘 안 돼서 연합훈련 재개 필요성이 있다 해도 그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단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비핵화는 오히려 우리보다 미국이 더 절박한 문제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대가로 한국에 비용을 더 부담시킨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이걸 주고 저걸 받는다는 식은 다소 가벼운 접근”이라고 말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오클랜드=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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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