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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쪽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가는 정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경제는 복잡한 것 같아도 축구와 같다. 박지성·손흥민과 같이 잘하는 선수를 출전시켜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경제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면 잘 되게 돼 있다.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핍박받으면 경제는 어려워진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하려면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경쟁이 불공정하면 힘 있는 사람들이 이기지만, 경쟁이 공정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이기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경제는 발전하게 된다. 정부가 공정 경제를 주장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정한 경쟁은 좋은데 문제는 경쟁에서 처지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능력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 국민 모두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사람들도 함께 잘 살게 하려는 이번 정부의 목표는 훌륭하고 올바르다.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방식은 반(反) 시장경제적 방식이다. 정부가 나서서 게임의 룰을 어려운 사람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방식이다. 능력이나 필요성과는 상관없이 정규직으로 고용하게 만들거나, 생산성과는 관계없이 임금을 많이 주게 하는 방식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성과를 강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결국 작동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지성 선수에게 발을 자유롭게 못 쓰게 하면서 축구를 잘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혁명 때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혁명군의 우두머리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가격을 강제로 낮추라고 했다. 우유 가격이 내려가자 젖소를 키우지 않고 육우 사육이 증가했다. 우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우유 가격은 다시 올라갔고 서민들은 우유를 사기 더 어려워졌다. 이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시론 12/04

시론 12/04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 정부는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경제 지표가 말해주듯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은 더 나빠졌다. 이런 방식을 채택했던 공산주의 국가들은 다 망했다. 이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는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 다른 방법은 시장경제적 방식이다. 게임의 룰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게 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면 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고 그 세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의미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방식이다. 선진국에서 모두 하는 방식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도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어려운 사람들은 정부가 어느 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이다.
 
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한국도 이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가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어떤 경우에도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복지 프로그램을 정비해야 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정부 지출을 삭감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계획성 없이 돈을 써서는 갈 수 없는 방식이다. 더 늦지 않게 첫째 방식은 폐기하고 둘째 방식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공원국의 『춘추전국 이야기』를 보면 기원전 4세기 위나라에서 있었던 왕과 신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비슷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위나라의 계량이라는 신하는 왕이 추진하려는 일이 위나라의 큰 정책 목표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신하는 왕에게 다음과 같이 아뢴다. “오늘 길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실제로는 북쪽으로 가면서 남쪽의 초나라를 향해서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신이 ‘왜 남쪽의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북쪽으로 가느냐’라고 물었더니 ‘말이 좋다고 하기 때문에, 또 노자가 풍부하기 때문에, 또 마부가 말을 잘 몰기 때문에 그런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신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길은 초나라로 통하지 않고 빨리 가면 갈수록 초나라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말해 줬습니다.”
 
이번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도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목표는 훌륭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수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간다고 목표는 정했지만 실제로는 북쪽으로 가고 있다. 빨리 간다면 더 빨리 목표로부터 멀어지게 돼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조금 바꾸면 되는데 그래서 더 안타깝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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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