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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관 영장 청구 … 참담하다

검찰이 어제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등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직전 정부의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해방 직후 반민족 행위 처벌 정국, 4·19 혁명, 5·16 군사정변 등의 혼란기에도 없었던 일이다. 통합과 미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적폐 수사’에 지속적으로 올인하는 국내 상황과 사법 불신의 풍토가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참담하다.
 
만인의 존경을 받던 자리에서 수개월 만에 범죄자로 전락한 당사자들의 심경은 복잡할 것이다. 사법부가 이 지경에까지 오게 한 데 대한 책임감과 함께 법원 행정의 관리자로서 열심히 일한 게 무슨 죄가 되느냐는 수사에 대한 반감이 공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영장 청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검찰이 기획한 사법농단 수사 프레임은 임종헌 전 차장 구속 이후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가는 징검다리 격으로 박·고 전 대법관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죄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두 전직 대법관이 진보 성향 판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고 적시돼 있다. 또 민·형사, 행정 재판에 두루 개입하고 수사 정보를 빼내기도 했다는 혐의도 있다. 각자 100페이지를 넘는 공소장 나열 범죄 사실만 보면 대역죄인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대법관 출신 피의자들이 “정당한 업무 지시였다”며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유무죄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따라서 이르면 5일께 열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이 사건 담당 영장전담판사는 진보나 보수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제시된 사실과 증거만 갖고 법관의 양심에 따라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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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