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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서민 죽이는 최고금리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원금에 이자까지 받아줍니다.” 도시를 벗어나 변두리로 나가는 길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를 보면 좀 섬뜩해진다. 깍두기 머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연상되면서다. 영화에서도 단골 장면으로 나온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이들은 살림살이를 닥치는 대로 부수고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주인공 역을 맡은 마동석은 이에 저항하다 재래식 변기에 빠지기도 한다. 빚더미에 앉으면 이같이 불법 앞에서도 빚을 졌다는 이유로 무참히 짓밟힌다.
 
이런 상황이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빚을 지면 그 짐을 내려놓을 때까지는 집요하게 빚 독촉을 받게 된다. 이런 불상사는 주로 경제적 취약계층에서 생긴다. 당장 쓸 돈이 없으니 융통해야 하고, 신용등급이 낮으니 금리가 낮은 은행 문턱은 언감생심 넘기 어렵다. 주로 신용등급 7~10등급에 속해 있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얘기다. 이들은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런데 금리는 현기증을 느낄 만큼 급격히 치솟는다. 신용등급 1등급의 고소득 전문직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면 최저 연 3.5%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7 이하 저신용자는 금리가 최고 연 24%로 치솟는다. 똑같은 돈을 빌리는데도 돈 빌리는 비용이 고신용자의 6배를 넘어선다.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지금 추진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정부가 도와주겠다니 훈훈한 얘기 아닌가.
 
하지만 최고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최고금리를 낮출수록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은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진다. 대출금 상환 불량률이 35%에 달하는 신용등급 10등급 저신용자의 특성상 자금조달·관리·대손 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업체는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취약계층이 기댈 곳조차 없어지게 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02년 66%에 달하던 최저금리는 꾸준히 인하돼 올 2월에는 24%까지 낮아졌다. 이 여파로 비용이 이익보다 큰 역마진에 직면한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상위 18개사 대부업 종사자의 직원 수는 2015년 4384명에서 지난 9월 3358명으로 23.4%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이 고용참사를 낳은 것처럼 빈곤층을 보호한다는 착한 정책이 빈곤층을 불법 사채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착한 정책의 역설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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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