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여성 리더십은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공감하는 것”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김혜숙 총장은 미래엔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사고할 수 있는 통섭능력과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감능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사진 이화여대]

김혜숙 총장은 미래엔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사고할 수 있는 통섭능력과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감능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사진 이화여대]

온 사회가 열병을 앓았던 2년 전 겨울. 이화여대는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으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도화선이 됐다. 학생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경찰에 끌려가고,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은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학생들을 걱정하며 눈물을 흘렸던 김혜숙(철학) 교수는 이듬해 이대 최초의 직선제 총장이 됐다. 취임후 18개월 이대의 상처는 얼마나 나았을까.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리더십을 내세웠던 김 총장은 2년 전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지난달 26일 국정농단의 불씨를 당겼던 이대 본관에서 그를 만났다.
 
취임한지 1년 반이 지났다. 그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게 뭔가.
“입시비리 이후 학교가 여럿으로 쪼개져 있었다. 갈등과 혼란을 넘어 자존심까지 짓밟힌 상태였다. 상처를 봉합하고 132년 전통의 이대를 다시 하나의 울타리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예전의 활기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대로 가장 보람있을 때는 언제였나.
“학생들의 얼굴을 볼 때다. 만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이젠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얼마 전 학생들이 참여하는 영상제를 열었다.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더라. 자신 있게 스스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다시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분권화에 앞장섰다. 입시비리가 시발점인가.
“그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학은 이미 중앙집권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먼저 조형예술대학과 신산업융합대학을 중심으로 분권화를 시도했다. 교육과정 운영과 새로운 사업 결정 등을 자체적으로 한다. 다른 단과대로 확대해 특임교수 임용 등 인사의 융통성을 발휘할 계획이다.”
 
평가에서 교수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올해부터 교수 자율평가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각자 수업 성격에 맞게 상대·절대 평가를 알아서 선택하는 거다. 전공처럼 규모가 작은 수업까지 일일이 상대평가를 하면 지나친 경쟁으로 효율을 떨어뜨린다.”
 
구성원들의 반발은 없었나.
“처음엔 교수들도 자기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대화와 설득 끝에 지금은 잘 따라주고 있다. 다만 교육부 대학평가 지표에 학생 성적관리에 대한 게 있는데 그 부분이 좀 걸린다. 교육부가 대학에 더 많은 자율성을 주면 좋겠다.”
 
입시에서도 변화가 크다. 국내 최초로 계열별 통합선발을 시작했는데.
“문과, 이과로만 선발해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올해 1학년부터 처음 도입했고 내년 신입생은 382명을 이렇게 선발한다. 문과로 들어왔지만 공학을 전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미래엔 융복합 능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학에 학과 간 장벽이 남아 있어선 안 된다.”
 
김 총장은 융합전공을 목표로 2007년 문을 연 스크랜튼대학의 초대 학장을 지냈다. 특히 그가 디자인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과정은 국내외 다른 대학에도 큰 영감을 줬다. IT 기술과 인문학, 예술 등을 융합해 통섭 능력을 기르는 게 목표다. 그는 “IT와 컴퓨터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말과 글처럼 인간의 새로운 언어”라고 말한다.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정작 철학과 교수다.
“근대 이후에 학문이 세분화 되면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별개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과거의 철학자들은 수학과 천문학도 연구했다. 인문적 소양을 기른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자연에 대한 이해력을 넓히는 것도 포함된다. 스티브 잡스도 대학에서의 전공은 철학이지 않았나.”
 
이대는 ‘여성 리더십’에 특화된 대학을 표방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리더십’이란?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보다 진리에 더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피지배자의 눈에 세상이 더욱 넓게 보인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여성은 가부장제 시스템 아래 남성의 보조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로서 다른 이들을 보듬고 공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여성 리더십’은 단순히 여권 신장만이 아니라 약자들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의 기후에너지학과는 정부에서 9년간 50억 원을 지원받는데 노인과 어린이, 여성 등 취약계층의 미세먼지 대책을 연구한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선 앞으로도 ‘여대’가 꼭 필요하냐는 주장도 있다.
“기울어진 땅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데카르트는 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던 사람이지만 ‘방법적 회의’를 철학의 도구로 사용했다. 절대 회의론자가 아니었다. 여대가 필요한 것도 방법론적 전략이다. 우리 사회가 정말 평등한 시대가 된다면 지금처럼 여대를 강조할 일이 없을 것이다.”
 
요즘 ‘여혐’, ‘남혐’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삶이 어려워질수록 약자를 향해 분노가 표출되기 쉽다. 마녀사냥처럼 희생양을 만들어 극단적 표현을 하는 것이 ‘혐오’의 본질이다. 이를 없애려면 상식과 교양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 문제를 볼 때 그 안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게 아니라 사태를 관망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찰적 태도로 연구해야 성숙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이대가 여성학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이런 부분이다.”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이란.
“우리는 서양과는 다른 독특한 여성 문화가 있다. ‘여성 어른’이라는 개념이다. 가부장제 속에 여성이 폄하된 건 사실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집안의 어른 역할을 하며 존경받는 여성이 있었다. 단순히 남성의 카운터파트가 아니라 ‘어른’으로서 성숙한 인격체가 존재했다. 이런 문화가 우리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혜숙 총장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해 2012년 여성 최초로 한국철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학내에선 교수평의회 회장을 맡아 구성원 목소리를 대변했고 2016년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농성에 돌입하자 학생들을 지지하며 교수 시위를 주도했다. 2017년 5월 이화여대 최초의 직선제 총장이 됐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