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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30% 끌어내린 유가, 푸틴 다시 끌어올리나

G20 회의장에서 세계 3대 산유국 정상이 마주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와 가벼운 미소를 나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은 눈길을 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G20 회의장에서 세계 3대 산유국 정상이 마주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와 가벼운 미소를 나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은 눈길을 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00달러를 바라본 지 두 달 만에 50달러대까지 추락한 국제유가가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고 반등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 논의에 시동을 걸면서다. 미국의 완강한 반대를 뚫고 유가 견인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사우디 “유가 올리자” 합의
우선 글로벌 ‘오일 빅3’ 중 미국을 제외한 두 나라가 뜻을 맞췄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행동을 약속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1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양자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핵심 논의 주제는 산유량 조절 협정 재연장이다.
 
산유량 조절 협정은 2016년 11월 체결됐다. ‘오일 머니’를 안정적으로 벌어들이고 싶다는 일치된 이해관계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러시아·멕시코 등 주요 비(非)OPEC 산유국들은 OPEC 회원국과 함께 국제 유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체결 당시 유효기간은 올 상반기였지만 이미 시한이 올 연말까지로 한 번 늘어났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또 한 번 가격동맹 연장에 합의하면서 감산 논의 본격화에 무게가 쏠리게 됐다.
 
두 정상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근본 이유는 당연히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고 있어서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50.9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49달러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3일 연중 최고점(배럴당 76.41달러)과 비교하면 33% 넘게 곤두박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같은 기간 32%가량 폭락했다.
 
에너지투자은행 튜더 피커링 홀트의 자산관리총괄인 댄 피커링은 “배럴당 50달러라는 가격은 OPEC에 지속적으로 분명한 감산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50달러 선 붕괴가 산유국에 주는 위협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폭과 양상이 심상치 않다. 12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사상 최장 기간 하락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3일 하락 폭(7.7%)은 2015년 7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이었다. 외화벌이에 적신호가 켜진 산유국이 공동 행동에 나서려는 이유다.
 
트럼프 눈치 보며 감산량 저울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이 기록적인 유가 하락을 의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두 달간 국제유가를 끌어내린 장본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석유 가격을 낮춰 미국 내 민간 소비를 촉진하고, 경기를 부양해 궁극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고 싶어한다. 연일 트위터에 유가 관련 언급을 쏟아내며 “유가 하락은 대규모 감세와 같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는 공급과잉을 통해 저유가를 유지하려 한다. 7위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은 뒤에도 원유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단 미국 내에 원유를 쌓아놓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재고가 10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감산을 주장한 사우디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볼모로 압력을 가했다. 잔인하게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트럼프가 애써 모른 척해주면서다. 그는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에 고맙다, 조금 더 (유가를) 낮추자"고 공개 언급했다.
 
트럼프와 오일머니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OPEC 산유국들은 이번 푸틴-빈 살만 회담을 계기로 노선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당장 오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 정례회의가 열린다. 사우디가 생산량을 하루 최대 140만 배럴 줄이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지난달 11일 “12월부터 하루 5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더 적게 공급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러시아는 아직 구체적인 감산량 언급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푸틴 대통령은 양자 회담 직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얼마나 감산할지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했지만 협정 재연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OPEC 산유국도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캐나다 CBC방송은 캐나다 앨버타 주가 내년부터 원유 생산을 8.7%가량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일 생산량 32만5000배럴가량이 줄어드는 효과다. 캐나다는 하루에 원유 512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4위 산유국이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합의한 감산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왕립은행(RBC) 소속 전략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OPEC의 대폭적인 감산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OPEC이 다음 주 회의에서 최소 일평균 100만 배럴 이상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크로포드는 “감산 폭이 하루 평균 150만 배럴을 넘길 경우 국제유가 상승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둘러싼 남은 변수, 여전히 많아 
반면 OPEC이 감산에 실패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4년 11월 국제유가가 35% 폭락한 상황에서도 OPEC이 산유량을 동결했었다며 “그 때의 데자뷰가 발생한다면 2015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던 유가 슬럼프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급락이 세계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증시 등 자본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시장에서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WSJ는 원유 등 파생상품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는 퀵스트라이크를 인용해 “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는 데 돈을 건 계약 건수가 지난달 29일까지 일주일 새 2배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이 저유가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더 급락하면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에너지 산업 비중이 높은 미국 고수익 채권시장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3일 국제유가는 감산 합의 소식에 힘입어 반등했다. WTI는 배럴당 4%(2.02달러) 오른 52.9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61.69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8%올랐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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