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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바이오시밀러 시장 ‘레드오션’ 되나

셀트리온의 한 연구원이 신약 개발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수년간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하지만 성공할 경우 이익이 큰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포토]

셀트리온의 한 연구원이 신약 개발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수년간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하지만 성공할 경우 이익이 큰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포토]

그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까지 비유되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격전지는 북미 시장에 이어 규모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유럽 제약 시장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간 경쟁은 물론이고,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간 경쟁도 불붙고 있다. 전통 제약사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이를 둘러싼 국내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건 셀트리온의 3분기 실적이었다. 바이오 대장주로 불리는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줄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99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0.7%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가격 인하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유럽 시장에 출시한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을 본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공급 단가를 15% 낮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출시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제품의 공급 단가를 낮춘 이유는 뭘까.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2% 수준이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 인하를 통한 공세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셀트리온이 2015년 하반기 유럽 시장에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판매가격은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가격과 비교해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선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간 출혈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산도스·후지필름쿄와기린 등 바이오 기업 4곳은 지난 10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유럽 시장에 동시에 내놨다. 휴미라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2002년 선보인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지난해 세계 매출 20조원을 기록한 전문 의약품이다.
 
휴미라와 레미케이드는 성분은 다르지만,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런 이유로 의약품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놓고 업체 간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다국적 제약사 중에서도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포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램시마와 효능이 동일한 바이오시밀러 실테조의 유럽 출시를 포기하고 미국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오리지널 제약사도 가격 인하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는 지난달 휴미라의 유럽 약값을 기존 대비 최대 8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유럽의 휴미라 물질 특허 만료에 따라 바이오시밀러가 속속 등장하자 약값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브비의 휴미라 약값 할인에 따라 단기적으론 바이오시밀러 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유럽 각국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 정책에 따라 상황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전통 제약사를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종근당은 식약처로부터 2세대 빈혈치료제인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3일 밝혔다. 네스벨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바이오 의약품인 네스프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과 유럽 시장에 네스벨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5년 일본 바이오 기업과 합작해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 디엠바이오를 설립했다. 디엠바이오는 인천 송도에 8000ℓ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유방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향후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 진출과 오리지널 의약품 단가 인하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다국적 제약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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