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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찬 공기 막으려는 코와 폐를 도와주세요

아침과 저녁 기온 차가 큰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는 어떤 이들에게는 각종 알레르기(allergy) 질환으로 참기 힘든 나날이기도 합니다. 특히, 콧물이 수도꼭지 틀어놓은 듯 줄줄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에 견디기 힘든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데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죠. 알레르기에 의한 과민반응이 장시간 지속될 경우 짜증을 불러오기도 하고 어떤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학업에 열중하려는 청소년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말 ‘allos(변화하다)’와 ‘erogon(힘)’의 합성어로 1906년 클레망스 폰 피르케가 처음 사용했다고 해요. 어원에 따라 풀이하자면, 알레르기란 어떤 원인으로 반응이 변화해버린 병적인 면역 상태를 말합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allergen)’이라고 하는데요. 꽃가루, 집 먼지와 진드기, 고양이나 강아지 털 등이 대표적인 알레르겐이죠. 인체는 외부 이물질에 대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데, 알레르겐이라는 이물질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인 콧물·코막힘·재채기 등이 생깁니다.
 
외부 이물질에 대한 방어 외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코의 중요한 기능이에요. 『동의보감(東醫寶鑑)』 중 비문(鼻門·콧구멍)의 첫 단락에는 ‘비자 현빈지호야(鼻者 玄牝之戶也)’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현빈(玄牝)은 여러분이 잘 아는 연예인의 이름이 아니라, ‘검다, 아득히 멀다’는 뜻의 현(玄)과 ‘암컷’ 빈(牝)자가 합쳐진 단어로 노자 『도덕경』에서 따온 말입니다. ‘원초적 에너지 발생처’ 혹은 ‘텅 빈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를 코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죠. 즉, 비어 있음으로써 폐와 기관지로 들어가는 공기의 통로가 되고, 공기를 자기 몸에 맞게 따뜻하게 데워주고 정화시켜주는 우리 몸의 보일러 겸 공기청정기의 역할을 하는 코에 대한 멋진 표현입니다.
 
코점막에 분포된 혈관은 보일러 배관이나 라디에이터 같은 역할을 합니다. 찬 공기가 코를 통해 들어오면 콧속 혈관에 의해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지죠. 그러나 인체의 항상성(여러 가지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생명 현상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사가 저하된 경우 이러한 혈액 흐름이 약하기 때문에 온도 조절 기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줄이려고 코점막이 부풀게 되고, 이는 코막힘을 유발하죠. 코점막뿐 아니라 찬 공기가 직접 폐로 들어가는 것을 줄이기 위해 기관지 점막도 위축되는데, 그렇게 되면 평소보다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요. 때문에 순간적으로 위축된 기관지를 확장시키거나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우리 몸은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또 점액 분비를 정상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면 맑은 콧물이 흐르는 증상이 생기고요.
 
환절기나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것도 이 같은 방어시스템과 관련이 있습니다. 체온의 40%는 근육에서 만들어지는데요. 신체활동을 하는 낮이 되면 혈관 보일러의 온도가 높아져 폐에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주기가 쉽지만, 잠들어 있는 밤 시간은 신체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이 낮아지죠. 게다가 해 뜨기 전 아침은 기온이 낮기 때문에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거예요. 알레르기의 모든 증상은 정상적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사가 충분하지 않을 때 우리 몸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들을 만나보면 만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많은 경우가 이처럼 에너지 대사가 저하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코나 폐뿐 아니라 비위장(위와 위에 붙어 있는 기관인 지라를 통틀어 일컫는 말)도 체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사와 관련이 깊은데요. 비위장은 음식을 소화시킴으로써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소화기와 호흡기는 에너지 대사의 큰 축입니다. 소화기와 호흡기의 에너지 대사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비폐기허(脾肺氣虛)’라고 해요. 한의학에서는 호흡기와 관련된 폐 기능뿐 아니라 소화기와 관련된 비위의 기능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중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면역 시스템과 체온 조절, 수분 대사 조절의 중심 역할을 하는 신장(腎臟) 역시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중요합니다.
 
만성적인 알레르기 비염으로부터 탈출하려면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비결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소화기를 튼튼히 하고, 두 번째로 찬 음식과 찬 음료를 멀리하며, 세 번째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네 번째로 충분한 수면을 취해 체온 조절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다섯 번째로 운동을 통해 코점막 혈관의 기능을 향상시켜 내 몸의 면역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글=김규석 경희대한방병원 한방피부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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