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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위험부담 결단여부가 관건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를 새롭게 추동하기 위해 지난 주말동안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사이의 관계를 새로 정리했다. 청와대는 두 행사가 시기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간간이 밝혀왔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장에서 만난 한미 정상은 그같은 관측을 불식시켰다. 정확히 말하면 문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은 것이다.

당초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점을 연내로 잡은 것은 11월 미 중간선거 이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남북미 정상이 모여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월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본 결과 북한이 11월에 2차 북미정상회담에 걸맞은 비핵화 성과를 내놓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2차회담 시기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뤘으며 이를 다시 마이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내년 1월로 미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다시 내년 1월, 또는 2월로 더 늦췄다.

이처럼 2차 정상회담 시기가 자꾸 늦춰지는 것은 현재 여건에서 북한이 회담을 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제재 완화 내지 해제를 촉구하면서 2차정상회담 개최를 준비하는 실무회담은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고위급회담을 열자는 미국의 제안을 묵살해왔다. 이와관련 미 국무부는 북미간 접촉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미국의 제안을 묵살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때때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북미간 접촉이 어느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진행중인지는 분명하게 밝힌 적은 없다.

이런 정황들을 미뤄볼 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진행 중임을 추정할 수 있다. 신경전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대로 바로 제재 완화가 먼저냐 아니면 실질적 비핵화가 먼저냐는 문제다. 이 점에서 양측은 상대에게 먼저 양보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정상회담 시기를 조금씩 늦추는 것은 북한의 양보없이는 2차회담을 개최할 수 없다는 뜻이며, 북한이 고위급회담 등을 묵살하는 것은 미국의 양보없이 2차회담을 열 생각이 없다는 뜻인 셈이다.

이처럼 양측의 기싸움으로 교착상태가 길어지는 것이 가장 불편한 당사자가 바로 한국 정부다.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을 하루빨리 진전시키길 희망하지만 핵문제 교착으로 한발 자욱도 나아가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하겠다고 설명하고 양해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회담의 '수석협상가'인 문대통령으로선 교착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그 해결책으로 삼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하면 그 자리에서 비핵화를 진전시킬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촉진책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크다. 사상 최초의 일이며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한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은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우선 개최의 필요성과 효과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답방에 나설지 여부다. 지난 11월 3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남북은 2박3일 정상회담 개최로 공감대를 모으고 있으며 14~15일을 기점으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데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13~15일, 14~16일이 하나의 안으로 검토됐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답방 성사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은 너무 잘 안다는 점이다. 사상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그에 걸맞은 파격적 합의가 가능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국의 동의없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경험상 너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다.

둘째 북한은 지금 내년도 국가전략을 짜느라 정신없이 바쁜 시기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북한의 모든 당,정,군 부서들이 올해 사업 내용을 평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다. 김정은 위원장 본인도 내년초에 발표할 신년사의 내용을 한창 가다듬어야 할 때다. 따라서 지금 서울 답방에 나서기가 실질적으로 무리가 많은 것이다. 답방을 통해 상황 변동이 생기면 이를 신년사에 반영하기가 힘들어진다. 2차 북미 정상회담도 같은 의미에서 연내 개최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는 북한만의 특수성이다. 북한의 신년사는 지난 한 해의 국가 사업실적을 종합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새해 국가적으로 추진할 전략과 정책을 공개하는 중요한 계기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모든 당,정,군 조직이 일년 동안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이 완성됐으므로 더이상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은 올 한해 하지 않고 핵무기 대량생산에 매진할 것을 천명했다. 또 핵무기 개발 대신, 경제 발전에 집중할 것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북한은 올 한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한 적이 없고 이를 준비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정비했다. 올 한해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가 군부대가 아닌 경제현장 위주였다는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의 과정들은 신년사에서 제시한 한해 전략을 북한이 거의 오차없이 추진했음을 보여준다.

위 두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떠안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셈이다. 서울 답방에 따른 신변불안의 위험부담이 아니라 내년도 북미, 남북 및 한반도 주변정세를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기 위해 핵문제에서 조금이라도 전략적 양보를 하겠다고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의 그런 결단을 끌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떤 제안을 했는지도 크게 주목된다.

반대로 이런저런 이유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미룬다면 북한이 내년 신년사에서 선보일 전략에서, 적어도 핵문제 만큼은 한국 변수를 크게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 성사 여부는 내년도 한반도 정세의 큰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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