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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북, 동북아 지역 일원 돼야” “제재 완화 가능한 정상회담 돼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대담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은 “북한이 구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비핵화 선언이 진실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삭스 교수는 인천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삭스 교수는 “동북아시아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이며, 그 한가운데에 있는 북한은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국제금융과 거시경제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폴란드·러시아·슬로베니아·에스토니아 등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된 직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국가 정부에 자문했다. 중국·인도 등에도 경제 개혁 관련 조언을 하고 있다. 다음은 대담 요지.
 
▶홍 이사장=“북한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삭스 교수=“정보가 부족하지만,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큰 위기인 것으로 안다. 모든 자원을 군사와 안보에 집중하느라 경제가 취약해져 국민의 기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계획경제라는 점에서 옛 소련과 비슷하다. 정치·사회적으로 시간이 멈춰 있는 세계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 경제 위기는 경제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 상황이 우호적으로 바뀌면 크게 발전할 기회가 실재한다. 생활 수준이 상당히 개선될 가능성이 분명하다. 환상이 아니라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홍 이사장=“전적으로 동의한다. 북한은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부유한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왼쪽)와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북한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9월 방북 때 북한의 경제개발 의지를 봤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왼쪽)와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북한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9월 방북 때 북한의 경제개발 의지를 봤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삭스 교수=“동북아는 기술적 혁신이 집중된 지역이다. 한·중·일 모두 각자 기적을 이뤘다. 북한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이 지역의 일원으로 북한도 합류해야 한다.”
 
▶홍 이사장=“1974년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할 때 조앤 로빈슨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60년대 초반 북한을 다녀와서 쓴 책을 읽었다. 제목이 『코리안 미라클』이었는데,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대동강의 기적을 다룬 책이었다. 당시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2배였다. 1948년 북한의 전력 설비 용량은 한국의 10배였다. 북한도 경제 개발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제프리 삭스. [장진영 기자]

제프리 삭스. [장진영 기자]

▶삭스 교수=“한·중·일 등 주변국이 지지하는 체제(framework)를 만들어 속임수나 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및 개방 문제는 북·미 양자 간 이슈가 아니라 북한과 주변국의 이슈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지역 국가들이 만든 체제를 지지하는 형식이어야 한다.”
 
▶홍 이사장=“중요하고 흥미로운 관점이다. 당신은 아프리카 빈곤 국가, 동유럽 등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국가 정상들과 일을 많이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겠는가.”
 
▶삭스 교수=“동북아라는 유리한 위치를 설명하면서 그의 관심을 끌겠다. 북한의 미래는 동북아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조언하겠다. 체제 문제는 전혀 압박하지 않을 것이다. 상호 교류와 신뢰를 쌓는 오픈 프로세스가 올바른 방향이다.”
 
▶홍 이사장=“한·중·일 간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계획이나 제도를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삭스 교수=“38년간 학자 생활을 하면서 대화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소아과 의사인 아내한테 배웠는데, 훌륭한 의사는 환자를 볼 때 질문을 많이 하고 오래 듣는다. 김 위원장과의 상상 속 만남이 실현되면 솔직히 나는 그가 하는 말을 그냥 들을 것 같다. 그의 걱정이 뭔지, 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등 몇 시간이고 들을 준비가 돼 있다.”
 
▶홍 이사장=“그렇게 접근해야 할 텐데, 현실에서는 협력을 실행하는 게 쉽지 않다.”
 
▶삭스 교수=“맞다. 그놈의 현실!”(웃음)
 
▶홍 이사장=“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가까운 거리에서 김 위원장을 관찰했다. 북측도 이젠 바뀔 준비가 됐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시간과 자원을 경제 개발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지금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이젠 구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비핵화 선언이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이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삭스 교수=“비핵화의 현실적인 측면은 신뢰다. 오로지 요구와 제재만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미국의 생각은 순진한 접근이다. 지난 25년간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역 내 합의다. 북·미 간 합의가 아닌, 한·중·일 그리고 북한이 참여하는 지역 내 합의가 핵심이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장진영 기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장진영 기자]

▶홍 이사장=“군대는 북한에서 지배적인 존재다. 북한이 진로를 변경할 경우 군대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 군부가 가장 큰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당근을 주거나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순조로운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삭스 교수=“군부 소유 기업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없다. 기술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투자·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합작 투자, 부분 민영화, 기술 이전 등 방법은 다양하다. 전환의 정치경제학에서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군 장교들이 시장경제 기업의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유럽, 중국, 옛 소련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랬다.”
 
▶홍 이사장="우리가 이웃 국가들과 할 수 있는 협력은 북한에 경제개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개방하면 공동으로 체제 안보와 김 위원장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삭스 교수=“경제 체제를 성공적으로 전환한 나라 중 하나가 폴란드다. 폴란드 성공의 핵심 비결은 독일 기업의 투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고, 소득을 늘렸으며, 사실상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냈다. 동북아의 경우에도 한·중·일 기업의 역할이 클 수 있다.”
 
▶홍 이사장="북한은 관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쉽게 수확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삭스 교수=“인적 교류라는 측면, 노동 집약적이라는 관점에서 좋은 접근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수억 명이 있지 않은가. 개방하면 작은 기업들이 생겨날 텐데,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부양책이 될 것이다.”
 
▶홍 이사장="북한은 너무 오래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인적 자원 개발에서 가장 후진적이기도 하다. 북한의 인적 자원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삭스 교수=“대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엔 좋은 대학이 많다. 북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캠퍼스를 설립하고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홍 이사장=“정확한 말씀이다. 60년대에 한국이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진행할 때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경제학자들이 조언해 한국의 통화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이젠 한국인 경제학자, 대기업·중소기업에서 은퇴한 경영자들이 북한에 가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의지만 있으면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의 위치에 있다.”
 
▶삭스 교수=“맞다. 지도에서 가장 활발하고 역동적인 지역을 표시하면 북한이 한·중 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웃 국가들은 세계적인 혁신 허브다. 북한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다.”
 
▶홍 이사장=“교수님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우호적인 것으로 안다. 어떤 맥락인가.”
 
▶삭스 교수="일대일로는 중국이 경제 거인이 되었으므로 아시아 투자를 확장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은 다국적 리더가 되는 과정에 있다. 일본도 40년 전에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다르지만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에서 비슷한 정책을 폈다. 문제는 일대일로를 통해 훌륭한 인프라를 짓고 있느냐다. 그렇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에 석탄 화력 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는데, 끔찍한 아이디어다.”
 
▶홍 이사장=“워싱턴에서는 일대일로를 부정적·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삭스 교수=“일대일로를 중국의 권력 강화 방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관료들은 중국이 미국의 세계 최고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를 계급(hierarchy)으로 보기 때문이다. 세계를 네트워크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세상을 제로섬(zero-sum) 투쟁으로 본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세상을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sum)으로 본다. 더 많은 투자와 무역은 좋은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성공시키기엔 지식과 경험이 너무 없다. 한국·일본이 참여해야 한다.”
 
▶홍 이사장=“문재인 대통령은 9월 말 평양에서 김 위원장의 약속을 이끌어냈다. 미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영변 핵 시설을 해체할 의지를 보였다. 결국 양자 간 균형이 중요하다. 미국은 최대한의 압박을 하고 있다. 평양 입장에서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때까지는 지속되어야 한다. 사전협상과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리=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제프리 삭스 교수는
 
거시경제정책, 지속가능한 개발과 빈곤 국가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경제학자.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코피 아난 사무총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6세 때인 1980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됐고, 29세(1983년)에 테뉴어(종신재직권)를 받았다.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장을 맡아 개발도상국의 거시정책 및 경제개발이론을 연구했다. 2002년 컬럼비아대로 옮겼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폴란드ㆍ러시아ㆍ슬로베니아 등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경제체제를 전환하는 국가들에 자문했다. 볼리비아 대통령 자문역(1986~1990년)을 지내면서 인플레이션을 연 4만%에서 10%대로 끌어내렸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코노미스트’(뉴욕타임스), ‘2000~201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코노미스트 3인'(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저서로 『빈곤의 종말』『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문명의 대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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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