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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의 검사각설] 순한 사람들의 역습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검사)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검사)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 도시에서 약국을 하는 내 친구는 토요일 밤에만 만날 수 있다. 그 시간을 빼고는 하루도 쉬지 않고 약국을 지킨다. 오가는 사람이 뜸한 늦은 밤이지만 취객 한 명이라도 더 맞이하기 위해 자리를 지킨다. 기다리는 동안 친구는 머나먼 남쪽 바다나 강남 한복판에서 약국을 여는 꿈을 꾼다. 하지만 순하고 요령 없는 친구에겐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친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약효가 없다고 소리치고 신고해 문을 닫게 해주겠다며 악다구니 부리는 일은 예사라고 했다. 나라의 힘센 기관 사람들도 잊을 만하면 찾아와 무서운 말을 해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무서운데, 범죄자들만 상대하는 검사는 얼마나 힘드냐고 걱정해준다. 하지만 친구의 걱정과 달리 검사실은 평온하다. 무서운 중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흉악한 사기꾼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검사실에서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사실 검사들과 직접 상대하는 역할은 변호사들이 담당하는데, 우리 형사 변호사 대부분은 그 어느 나라 변호사보다 격식 있고 전문적이다. 그래서 밖에서 염려해주는 것과 달리 검사실은 우리가 매일 맞이해야 하는 도로들이나 인터넷보다는 평온하다. 몇몇 운전자들의 무례와 위협으로 신경질에 가득 찬 도로를 보더라도, 예전에 한 번씩은 해봤을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난도질당하는 인터넷상의 희생양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검사각설 12/03

검사각설 12/03

친구는 자신도 서민일 텐데 왜 나라의 힘센 기관들은 여전히 무섭고, 그 작은 약국 하나 없애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나는 친구에게 서민이나 국민은 이론적 개념이자 상상 속의 존재들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해준다. 서민이나 국민은 자기의 잔학함과 오만함을 마취시키기 위해 남용하는 마약 같은 것이니 그런 말에 속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사회에서 배제되어 가는 건 순한 사람들부터다. 하이에크가 말하길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은 과학 지식과 현장 지식이라고 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닦은 지식이 현장 지식이라고 했다. 현장 지식이 지금처럼 괄시받고, 의미마저 사라지면 지금의 권력과 그것의 재생산 구조에 대해 폭력적인 반응이 나오게 될 것이다.  
 
김웅 대검찰찰청 미래기획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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