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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짜리 인턴'도 등장했다···고용 압박에 공기업 코미디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틀짜리 초단기 공기업 인턴 제도가 등장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2일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인턴 제도 중 하나로 ‘직장체험형 단기 인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1회당 65명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30명을 모집한다.
 
문제는 근무 기간이다. 단기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틀 일정의 인턴이다. 1차 65명은 오는 19일부터, 2차 65명은 20일부터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근무한다. 회사 측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또 다른 인턴 ‘동계 체험형 청년 인턴’의 8주 일정에 비해서도 초단기다. 경북 김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이번에 처음 이틀 근무 일정의 인턴을 도입했다. 일당은 세후 8만원이다. 숙소는 제공하지만 식사비는 각자 부담해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된 35개 공기업의 지난해 정규직 현황 분석 결과 한국전력기술은 평균 급여가 9228만원으로 최상위권이다.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공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회사 측은 근무 기간이 짧긴 하지만 우수 인재 확보 차원으로 마련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채용하려는 인원 수는 많고 기간은 짧은 이번 인턴 제도가 고용 문제를 겪는 정부 주도의 공기업·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확충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해 온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단기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자 실적을 위해 마련했다는 시각이다.
  
환경미화, 자료 정리 … 몇 달, 몇 주짜리 일자리 쏟아내는 공기업
 
한국전력기술 온라인 인턴 채용 공고 캡처 사진.

한국전력기술 온라인 인턴 채용 공고 캡처 사진.

이에 대해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수도권과 타 지역 청년들이 지방에 위치해 잘 모를 수 있는 우리) 회사를 인재들에게 널리 알리고 다수의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인턴 제도”라며 “일자리 실적 점수는 크지 않다”고 했다.
 
인턴 프로그램 자체도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일자리를 직접 체험해 보고 적성에 맞는지를 판단해 본다는 인턴 제도 취지와는 달리 사실상 회사 설명회와 가까워서다.
 
청년들은 공기업의 이틀짜리 초단기 인턴 채용에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주로 보인다. 취업준비생 이준성(29·광주광역시)씨는 “단 이틀 근무하려고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자격증 등 서류까지 준비하라는 것”이라며 “한국전력기술까지 오고 가는 차비가 하루 일당”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일자리 늘리기 차원의 눈속임 아니냐. 좋은 일자리를 약속한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인턴 제도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비용은 줄이면서 마치 일자리는 늘어난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공공기관 등을 통해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상당수가 단기 일자리라 논란이 됐다. 농한기 농촌 생활환경 정비, 전통시장 환경미화 등이다.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5300자리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실이 최근 낸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지난달 사이 공기업 35곳을 비롯한 360곳에 공문을 보내는 등 공공기관 일자리 확충을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초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체험형 인턴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열어 체험형 인턴 채용 확대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고 시상하겠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임대주택 주택관리현황 조사원 100명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이들의 근무 기간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5일까지로 단 30일이다. 임대사업자 자료정비 인력 44명을 뽑는 공고 역시 계약 기간이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2일까지로 30일이다. LH 측은 ‘청와대의 지시와는 무관하며 단기 일자리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인 일자리 사업도 대표적인 일자리 부풀리기 수단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근무 기간은 상대적으로 긴 편이지만, 하루에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공익활동형 기준) 이내(월급 최대 27만원)로 제한돼서다. 정부는 올해 51만여 개에 이어 내년에는 61만여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일선에서는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은 개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노인들이 계속 근무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이종선 부소장은 "단기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해 온 양질의 일자리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며 "고용지표가 좋지 않더라도 (단기간의 성과에 치우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일자리를 차츰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임선영·박진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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