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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면 휴대폰부터 던진다 … 대형사건 스모킹건 된 폰

2017년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원이 경찰에 잡히기 전에 폰부터 던지고 있다. [사진 구로경찰서]

2017년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원이 경찰에 잡히기 전에 폰부터 던지고 있다. [사진 구로경찰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허탕을 쳤다. 이 상황에서 이 지사가 지난 2016년 한 강연에서 “사고를 치면 인생 기록이 다 들어 있는 전화기를 빼앗기면 안 된다”고 한 발언이 재조명됐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불러서 조사하는 것보다 휴대전화 압수에 더욱 관심이 많은 이유는 뭘까. 강구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위치 정보와 메신저 내용까지 볼 수 있고 연결된 서버까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휴대전화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디지털포렌식(forensic)없이는 이젠 수사를 말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포렌식은 원래 시체를 조사해 증거를 찾아 법원에 제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서는 최순실씨의 태블릿PC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가 3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렸다. 검찰은 2016년 10월 정 전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하다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거기서 나온 녹음 파일만 200여개다. 가족에게 “버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처분하지 않고 있다가 검찰 수사관에게 압수당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전직 행정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 직원들이 오면 제일 먼저 동의를 구하고 휴대전화를 제출받는다”며 “휴대전화를 먼저 확보하고 사람을 나중에 조사실로 데려갈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행정관도 “휴대전화 제출은 공포의 대상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29일 디지털포렌식 업체 인섹시큐리티에서 휴대전화 칩이 분해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 29일 디지털포렌식 업체 인섹시큐리티에서 휴대전화 칩이 분해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수사에서 스모킹건이 될 가능성이 큰 휴대전화에서 정보를 빼거나 이를 막는 보안 기술 싸움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유하기도 한다. 디지털포렌식 업체인 인섹시큐리티 문수교 과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구글의 안드로이드폰보다 보안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그것도 2015년 전 이야기”라며 “보안이 강화되면서 이를 뚫는 기술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앱스토어에는 휴대전화 데이터를 지워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고, 포털사이트에는 ‘초기화를 선택한 뒤 빈 용량을 관련 없는 동영상으로 채우라’라는 압수수색 대비 매뉴얼도 올라와 있다.
 
사생활과 관련한 막대한 정보가 저장된 사회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정당하냐는 논란도 나온다. 미국은 2014년 연방대법원에서 영장 없이 압수한 스마트폰 사진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제동을 걸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압수수색을 어디까지 허용할 지 논의가 부족하다”며 “스마트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가 나가는지 지켜볼 수 있는 참여권이 있지만 지루한 과정이라 보통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민상·김기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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