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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른 척 해도 관심이 가는 게 사랑이야” 두 가수 깜짝 첫 만남

지난달 30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처음 만난 가수 이용과 알바노 카리시. [사진 이성인 작가]

지난달 30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처음 만난 가수 이용과 알바노 카리시. [사진 이성인 작가]

‘사랑이란~ 왠지 모른 척 해도 관심이 있는 게 사랑이야’ ‘펠리치타(Felicità)~’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가수 이용(61)이 기타를 꺼내 들고 번안곡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1983)의 첫 소절을 부르자 이탈리아 원곡 ‘펠리치타’(1982)를 부른 가수 알바노 카리시(75)가 이탈리아어로 이어 불렀다. 뜻밖의 귀 호강에 술렁이던 레스토랑엔 이내 스페인어·프랑스어 등 각기 다른 언어로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노래를 완성해나갔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간중간에는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를 잇는 통역이 필요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그 어떤 통역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로 ‘행복’을 뜻하는 노래를 부른 두 사람은 ‘끝없이 그대를 위한 사랑을 가진 게 행복이야’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게 행복이야’ 등 두 언어의 노랫말 뜻을 맞춰보며 신기해했다.
 
이번 만남은 알바노 카리시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 러시아 공연을 앞두고 지인 방문차 한국에 들른 알바노는 “이탈리아 TV나 라디오에서도 종종 ‘펠리치타’ 한국어 버전이 흘러나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며 “그동안 히트곡들이 다양한 언어로 리메이크됐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해 신기했다”고 밝혔다. 한국방문이 처음인 그는 사전에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움을 청해 이용을 수소문했다.
 
1965년 데뷔한 알바노 카리시는 75년 미국 배우 로미나 파워와 결혼 후 부부 듀엣을 결성했다. 특히 82년 산레모 가요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펠리치타’와 84년 우승한 ‘씨 사라(Ci sarà)’는 이탈리아는 물론 스위스·독일·프랑스 차트를 휩쓸며 유럽 전역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로미나 파워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 타이론 파워와 린다 크리스티안의 딸. 99년 알바노와 이혼한 뒤에도 함께 투어 무대에 오르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두 가수는 서로 앨범에 사인해서 건네면서도 상대방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이용이 “난 37년간 노래하며 총 13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선배님은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알바노는 “클래식과 CCM 앨범을 포함하면 모두 45장”이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81년 ‘국풍 81’에서 ‘바람이려오’로 우승하며 데뷔한 이용은 “나도 가요제 출신이고 기독교 신자인 데다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했는데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는 이용과 알바노 카리시. [사진 스튜디오 산소]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는 이용과 알바노 카리시. [사진 스튜디오 산소]

합을 맞춰 본 이들은 내친김에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2일 서울 동대문의 한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이틀 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펠리치타’를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로 번갈아가며 불렀다. 이용은 “당시 지구레코드에서 이탈리아 곡인데 목소리가 잘 맞을 것 같다며 추천해줘서 허윤정씨와 함께 불렀는데, 35년이 지나 알바노와 같이 이 노래를 부른다니 꿈만 같다”며 “한 소절씩이라도 바꿔 불러보기 위해 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내년 상반기 합동 콘서트 계획까지 세웠다. 내년 5월 서울에서 먼저 공연을 하고, 6월 이탈리아로 건너갈 계획이다. 이용은 “나도 이탈리아 공연은 처음이고 알바노도 일본·중국에선 몇 차례 했지만 한국 공연은 처음”이라며 “아이돌 음악이 해외로 널리 뻗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번 기회에 각국의 성인 음악 교류를 확대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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