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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퍼스펙티브] “내 자식만은 안 돼” 창업 막는 부모 마음 바꾸려면

‘창업 국가’ 만들기
“교수님, 저는 벤처기업을 세우고 싶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말리세요.”
 
“왜 반대하시는데?”
 
“집안 망할 일 있냐고 하세요.”
 
얼마 전 학생 면담 중 나온 말이다. 그런데 더는 권할 수 없었다. 부모의 만류가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자녀가 한국에서 창업한다고 할까 겁난다. 최근에 어느 강연장에서 질문을 해봤다. 기성세대 30명가량이 있었다.
 
“자녀가 창업하겠다고 할 때 찬성하실 분 손들어 보세요.”
 
손드는 사람이 없었다. 질문을 바꾸어 해봤다.
 
“미국에서 창업한다고 할 때, 찬성하실 분 손들어 보세요.”
 
약 절반이 손들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제도가 바뀌면 창업에 찬성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이다. 왜 이곳에는 수많은 기업이 쓰러지지만, 계속해 새 기업들이 일어나는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첫째, 창업자의 연대 보증을 금지해야 한다. 투자는 융자와 달라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회사가 투자 받을 때 대부분 창업자 보증을 요구한다. 심지어 부동산을 담보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일에 개인이 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제공하면 나중에 회사가 잘 못될 경우 헤어 나오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신용불량자가 돼 일생 재기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술보증기금과 같이 개인 보증을 요구하지 않는 우량 투자도 있으니 그런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받는다 해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의 돈도 함께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창업자의 최선을 요구하기 위함이라 말한다.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패 비용을 창업자가 모두 떠안게 된다. 벤처기업은 미국에서도 약 80%가 실패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는 평균 2.3회 실패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실패 비용을 분산시켜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이다. 주식회사가 실패하면 회사의 실패에서 끝나고 개인은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처벌 조항을 넣어 불법적 보증이나 담보를 없애지 않으면 창업 공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스톡옵션을 활성화해야 한다. 초기 벤처기업은 자금력과 이익 창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재들에게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줄 수 없다. 우수한 직원들에게 적은 연봉을 주는 대신 그 차액을 보상해주는 것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다. 스톡옵션은 일정한 시점에 그 회사의 주식을 과거에 약속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직원은 회사가 성장하여 주식 가치가 오르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으므로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 가치가 오르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스톡옵션 제도에는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 조세특례법 16조-2에는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때 주식을 매입해 생긴 이익이 2000만원 이내이면 면세해 준다. 대기업에서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사람에게는 너무나 작은 유인책이다. 강한 유혹을 느끼게 한도를 5억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소득세법 시행령이다. 38조 1항에는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매입한 시점의 이익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때는 주식을 샀을 뿐 실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장부상 이익일 뿐이다.
 
국내 실업 문제는 중소기업은 구인란, 청년들은 구직난이 특징이다. 주식매수선택권 제도만 정상 작동하게 만들어도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청년 실업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셋째,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지식재산권이 다른 기업에 의해 무단으로 침해당하게 되면 소송을 통해 법정에서 다투게 된다. 특허 소송에서 첫 단계가 특허 침해자가 피해자(특허 보유자)에게 제기하는 특허 무효소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 무효 소송에서 과반수의 특허가 무효가 된다. 특허청에서 발행한 특허증에 분쟁이 생기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말이다. 특허권을 믿고 사업했다가 나중에 그것이 무효가 돼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다. ‘특허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첫 재판에서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정받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두 번째 단계인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된다. 피해자가 침해자에게 청구하는 돈이다. 우리나라 특허 침해 배상 소송의 배상액은 평균 1억원을 넘지 않는다. 그것도 2~3년을 싸운 결과이다. 그러니 탐나는 특허가 있으면 일단 침해하고, 나중에 재판하여 패하면 배상해주는 것이 이익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현재 특허법의 침해 배상 제도는 남의 기술을 훔쳐 사용하다 들키면 원점으로 돌려놓으면 된다는 철학으로 만들어져 있다. 현재 지하철 무임승차 벌금이 요금의 30배이다. 만약 이것을 요금의 100%로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특허법이 그렇게 하고 있다. 특허법 128조는 특허 배상액 기준을 침해액의 100%로 하고 있다. 미국처럼 3배까지로 고쳐서 예방 효과를 가지게 해야 한다. 배상액 기준도 피해자의 손실이 아니라 침해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특허를 침해당하면 거의 망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밤낮으로 기술 개발해도 모자랄 판인데, 2~3년 동안 재판하러 다니면 회사는 거의 황무지가 된다. 남의 기술을 이렇게 쉽게 빼앗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관행을 고치기 위한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런저런 경제 정책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창업 활성화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소비 활성화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모든 정부가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 천문학적 창업 지원금도 뿌린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 이유는 내 자녀에게는 창업을 말리면서 남의 자녀에게만 권하기 때문이다.
 
여건만 만들어지면 창업을 말려도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제도를 풀어야 할까? 당국자의 자녀가 창업한다고 할 때 찬성할 수 있을 정도까지 풀면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인간이 결정하고 실행한다. 나 자신의 마음속에 창업의 두려움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해소해주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두 번이나 파산 경험이 있다고 한다. 창업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를 세우고 접는 일이 일상처럼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문술미래전략 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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