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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어리석은 듯, 양보하며 지내야

나보다 잘난 사람에 불편함 느끼게 마련...나만의 공적이라도 상사·동료와 나눠야

 
그녀는 지난해 말 차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 그녀가 추진한 프로젝트가 업계의 큰 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승진을 예상한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차장 되고 3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해냈다. 여성 최초로 요직 중 요직이라는 인사팀장이 됐다. 인사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채용이다. 최근 팀 전체가 꼬박 3개월을 매달리고 필기와 면접에 수천만원을 투자해 30명을 선발했다. 보름이 지났을 무렵, 한 임원의 호출을 받았다. 갑자기 산하 직원 두 명이 퇴사했다며, 무조건 둘을 더 뽑으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채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뽑는단 말인가. 사실 둘을 뽑던 30명을 뽑던 시간과 비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직속상사인 실장에게 보고했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말도 되지 않는 임원 지시를 번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장은 임원 지시에 따르라고 한다. 중간에 끼어 책임지기 싫었던 게다. 더욱이 자기 라인도 아닌 그녀 편을 들어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고심 끝에 사장을 찾아갔다. 차분하게 보고했고, 결국 전보 조치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고심 끝에 사장 찾아간 후 달라진 상사들
이후 그 임원은 인사팀장을 여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등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그녀가 무능한 인사팀장이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실장도 그녀 때문에 사장에게 체면 구겼다며 기분 상한 표정이 역력하다. 올해 꼭 성공시켜야 할 프로젝트는 물론 자잘한 업무도 실장에게, 또 임원에게 막혀 진행이 안 된다. 그렇다고 일일이 사장을 찾아갈 수도 없다. 이러다간 모든 직원에게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생겼다.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했는데 임원과 실장의 험담 때문인지, 요즘 사장도 그녀를 탐탁히 여기지 않는 듯하다. 그녀는 요즘 함정에 빠졌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회사에 그녀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180도 바뀐 이런 상황이라니,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정말 당황스럽다.
 
회사에서 팀장은 중간관리자로 심장과 같은 존재다. “팀장이 강해야 회사가 강하다.” 팀장은 사람·성과·조직을 관리한다. 팀장은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팀원을 동기부여하고, 열정을 일으키고, 교육과 훈련을 책임진다. 팀장은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 회사는 이익이 있어야 생존한다. 나홀로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팀장은 조직역량을 키워야 한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다 함께 제대로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승리하는 팀은 승리하는 팀원으로 구성된다.
 
회사에서 능력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85%는 인간관계로 만들어진다.” 똑똑한 팀원이라도 성공적인 팀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사에겐 존중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나 없이는 못 살게 만들어야 한다. 부하에겐 존경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신명나게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 동료 간에 인정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언제든지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입사는 IQ지만 승진은 EQ다.” EQ는 감성지수다. 감정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다. 인간관계 능력은 EQ에 비례한다.
 
회사에서 성과가 높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은 정치게임이다.” 유능한 팀원이라도 성공적인 팀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내(社內)에선 라인을 잘 타야 한다. 썩은 줄은 안 되고 튼튼한 줄을 잡아야 한다. 사외(社外)에선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야 한다. 네트워크는 안 되는 일도 되게 한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 판세를 읽고 포석을 둘 수 있어야 한다. “입사는 IQ지만 승진은 PQ다.” PQ는 정치지수이다.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정치력은 PQ에 비례한다. “회사는 사내정치를 부추긴다.” 사내정치는 회사에서 정치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다. 정치력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CEO부터 말단까지 누구도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내정치는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수단이다. 내가 한 일을 지키고 정당한 대가를 얻는 것이다. 나쁜 정치인은 자기 할 일조차 못하고 아부·험담에 익숙하다. 누가 봐도 정치적이다. 좋은 정치인은 기본에 충실하고 모범적이다. 누가 봐도 닮고 싶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최고 정치인은 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다음은 그를 가깝게 여기고 기린다. 다음은 그를 두려워하고, 그 다음은 그를 업신여긴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는 뭔가 잘못 처신하고 있다.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총명할지라도 어리석음으로 몸(身)을 지키고, 공덕을 천하에 떨쳤어도 양보함으로 덕(德)을 지키고, 용기가 세상을 진동시켰어도 두려움으로 힘(力)을 지키라.” 첫째, 어리석은 듯이 살자. 그녀는 너무 똑똑하다. 똑똑한 것이 함정에 빠진 이유다. 누구나 능력을 돋보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보다 잘난 것을 불편해 한다. 누구나 역량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보다 못난 것을 편안해 한다. 누구나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난 체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현대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때로는 똑똑한 것을 숨기고, 어리석은 듯이 보이는 게 필요하다. “대지약우(大智若愚), 커다란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너무 겁이 없어도 화 불러
둘째, 양보하면서 살자. 그녀는 혼자 잘 나간다. 잘 나가는 것이 함정에 빠진 이유다. 누구나 승진을 원한다. 혼자 승진하는 것은 구설수의 대상이 된다. 누구나 상 받기를 원한다. 혼자 상 받는 것은 험담의 대상이 된다. 누구나 탁월한 성과를 기대한다. 혼자 성과를 내는 것은 왕따로 가는 지름길이다. 상사도 챙기자. 나의 공로라도 넘겨야 한다. 부하도 챙기자. 나의 공적을 나눠야 한다. 동료도 챙기자. 손해 보더라도 주어야 한다. “난득호도(難得糊途), 바보인 척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셋째, 두려운 듯이 살자. 그녀는 너무 겁이 없다. 겁이 없는 것이 함정에 빠진 이유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자. 한 번 돌아보아 과거를 점검하자. 생각나는 대로 하지 말자. 한 번 멈추어 현재를 살피자. 원하는 대로 하지 말자. 한 번 바라보아 미래를 기획하자. 함정에 빠진 것이라도 조용히 견디자. 찻잔 속 태풍처럼 쉬이 지나갈 것이다. 험한 표정이라도 못 본 척 하자. 눈앞에 떨어지는 낙엽이라고 생각하자. 나쁜 소문이라도 못 들은 체 하자. 귀가에 스치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자. “화광동진(和光同塵), 광채를 드러내지 말고 세상과 어울려 지내라.”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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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