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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낮춰 감사패 받은 이해찬···시장은 운다

“자영업자들을 꽃으로 만들어 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민생연석회의 위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편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편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30일 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편 환영식’.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재광 회장은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인사를 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나흘 전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은 “정부 여당이 바뀌니까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대책 마련) 과정도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며 여당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참석 의원들은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이 대표는 “감사패는 처음 받아본다”며 머쓱해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카드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날 감사패 전달식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손뼉 칠 일은 아니라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온다. 가맹점 업주들이 ‘꽃’이 되는 대신 카드업계는 ‘몸짓’으로 전락했다는 취지의 하소연이다. 
 
지난 26일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개편안 [금융위원회]

지난 26일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개편안 [금융위원회]

카드사의 갑질? 누가 수수료 높였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 카드업계의 불만은 크다. 그 원인이 카드사의 ‘갑질’이나 폭리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원으로 1997년 정부와 국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제정해 ‘의무수납제’를 도입한 것을 꼽는다. ‘의무수납제’ 조항이 불편한 현실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가맹점이 모든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세수 확보가 절실했던 정부가 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었다.
 
이듬해 시행된 법 덕분에 카드 결제는 폭증했다. 국내 민간소비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의 비중은 2000년 24%에서 2011년 62%로 늘었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선 가맹점이 취급할 카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해외에선 가게마다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다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카드 수수료율을 평균 0.6% 인하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개편안에 반대하며 당정 협의가 열리는 회의실로 진입하려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들. 임현동 기자

금융위원회는 2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카드 수수료율을 평균 0.6% 인하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개편안에 반대하며 당정 협의가 열리는 회의실로 진입하려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들. 임현동 기자

“반시장적인 법이 시장 원리 작동 막아”
중앙대 박창균 교수(경영학)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무수납제에 대해 “반시장적인 법”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사가 비싼 수수료를 제시할 경우에 가맹점이 그 카드를 취급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자연스레 수수료가 낮아지는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의무수납제 때문에 가맹점이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카드사라도 거절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카드사의 가맹점 유치 경쟁도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매출액이 큰 대형마트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맹점은 대(對) 카드사 협상력을 잃게 됐다. 카드사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높여도 되는 보호막을 정부가 만들어줬으니 수수료는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었고, 카드사 수익도 늘었던 것이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수입 [김대종 교수]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수입 [김대종 교수]

대신 카드사는 카드 이용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마케팅을 펼쳤다. 가맹점 유치에 경쟁이 사라진 대신 카드 이용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출을 늘리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여전법이 제정되면서 카드사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높여 수익을 취했고, 그렇게 얻은 이익의 일부를 카드 이용자에게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2013년 의무수납제의 효과를 분석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의무수납제가 있을 경우에는 부가가치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카드이용자와 카드사업자가 독점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의무수납제가 없을 경우에는 “가맹점의 협상력이 증진돼 신용카드 이용에 따른 부가가치를 카드이용자, 카드사업자, 가맹점이 함께 공유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안에 대한 논의'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무수납제 폐지·부분 폐지·존치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한 발제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안에 대한 논의'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무수납제 폐지·부분 폐지·존치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한 발제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1]

규제의 악순환 부른 의무수납제 
경쟁을 차단해 시장 자율성을 낮추는 의무수납제를 폐기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평가다. 시장에서 카드사 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높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12년 보고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체계 개편방안의 쟁점과 과제’에서 “카드 수납 의무 조항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규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반시장적인 규제를 또 만들었다.
 
2012년 정부와 국회는 여전법을 개정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시장 가격을 정부가 정하도록 한 것이다.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3년 단위로 수수료를 정부가 정하는데, 정권마다 소상공인과 카드사의 눈치를 보고 조금씩 수수료를 내렸다. 이번에 정부가 수수료를 낮춘 것도 여전법 개정안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추이 및 현황: 2012년 이후 [박창균 교수]

가맹점 수수료 추이 및 현황: 2012년 이후 [박창균 교수]

한국에선 알리페이 불가능할까? 
박창균 교수는 정부ㆍ여당의 수수료 인하 대책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대책”이라며 “수수료 조금 낮춰주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의무수납제를 없애거나 완화해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그래야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내려가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비용이 자연스레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의무수납제 폐지를 중장기 과제로 넘겨 책임을 피했다.
 
중국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중앙포토]

중국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중앙포토]

의무수납제가 폐기 또는 완화돼야 알리페이와 같은 싼 수수료의 핀테크(금융기술)가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경영학)는 “핀테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큰 이유가 의무수납제”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관행적으로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가맹점이 모든 카드를 취급해야 하면, 소비자도 굳이 다른 결제 수단을 쓰지 않고 가맹점도 수수료가 싼 결제 수단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알리페이의 수수료는 소상공인의 경우엔 무료고, 대형 마트는 0.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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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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