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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 개막…‘4만 달러’ 가는 길은 첩첩산중

올해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및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의 원년이 된다. 1일 기획재정부ㆍ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2만9745달러, 1인당 GDP는 2만9744달러로 3만 달러에 불과 250달러 정도가 모자랐다. 두 지표는 기준이 다르지만, 수치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올해 성장률을 감안할 때 두 지표가 3만1000달러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기재부ㆍ한은의 분석이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급격한 경제 환경의 변화만 없다면, 올해 3만 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의 중요한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간주된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산업 구조가 선진화됐으며, 개인의 삶의 질도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23개국밖에 없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개발을 막 시작할 때인 지난 1963년 100달러를 넘었고,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은 12년. 일본ㆍ독일(5년)ㆍ미국(9년) 등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은 3만 달러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내친김에 4만 달러, 5만 달러를 향해 내달리는 길만이 있는 게 아니어서다. 스페인ㆍ이탈리아ㆍ그리스 등 한국보다 앞서 3만 달러를 넘어선 나라 중에는 ‘후퇴’를 경험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23개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3만 달러 고지를 밟았을 때 ‘잠재 성장률’(그 나라의 가용자원을 모두 투입했을 때에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평균 2.8%다. 한국의 올해 잠재 성장률(2.9%)과 비슷하다. 한국 경제의 현재 기초 체력이 중간은 간다는 얘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은 지난해 GNI 대비 수출입 비율이 84%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뚜렷한 차세대 성장동력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등은 조금씩 주변국에 뒤처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득세로 통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고, ▶내수 위축▶고용시장 불안▶가계부채 급증▶소득 양극화 등 대내적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김민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세계 최하위권의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매우 빠른 속도의 노동력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할 자본 투입과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잠재 성장률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7 국가들 대부분 잠재성장률이 반등한 반면 한국은 하락했다”며 “성장률 둔화 속도를 감안하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진입 시기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만 달러 달성 국가들은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했고 높은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내수 부문이 함께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면서 ▶양호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높은 과학ㆍ기술 인프라 경쟁력▶풍부한 사회적 인프라 및 사회적 자본도 갖췄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은 이들과 비교해 경상수지나 성장률, 연구개발(R&D) 비중 등 외형지표는 양호했다. 그러나 정부 효율성이나 노동생산성ㆍ내수성장률ㆍ투명성ㆍ비즈니스효율성ㆍ출산율 등에선 60~70% 선에 불과했다. 특히 기술인프라, 기술무역수지, 연구원 1인당 특허 등 질적 성과지표가 취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및 기업의 효율성이 앞서고, 투명성이 높으면서 사회갈등 지수가 낮은 국가들은 4만 달러를 달성한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인 스페인ㆍ이탈리아 등은 4만 달러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와 사회적 자본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와 함께 양적 투입 중심의 경제 성장 시스템에서 질적 투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라고 짚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는 점도 문제다. 체감 경기와 밀접한 일자리와 주거 비용, 교육여건, 소득 분배 등이 좀처럼 나아지지 못해서다. 국민소득에서 정부ㆍ기업 몫을 제외한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지난해 1만6573 달러다. 2006년(1만2325달러)에서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GNI의 증가율(43%)을 밑돈다. 국가 경제가 성장해 정부 곳간이 넉넉해지고 기업 실적도 나아졌는데, 가계가 받는 몫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 늘었다는 얘기다. 1인당 GNI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5.7%로 한국과 경제구조가 비슷한 일본ㆍ독일(2014년 기준 약 62%)에 비해 낮다.  
 
여기에 올해 소득 5분위 배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커졌다.(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소득 양극화 수준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 진보가 빠르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분배 악화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한국은 그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문제”라며 “사회 안전망 강화와 함께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기 위한 재정ㆍ세제ㆍ금융 정책이 입체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결국 3만 달러를 넘어 본격적인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우선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들처럼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혁파하고, 고비용ㆍ저효율 산업 구조를 깨야 한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의 원천은 기업”이라며 “기업이 더 많은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력 떨어지는 산업은 정리ㆍ조정해 산업 전반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이 여건과 환경에 따라 인력을 대체할 수 있게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주요 경제 지표 중 유독 노동 유연성만 세계 기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 신규 채용 시 부담이 줄어들면서 전체 고용은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성장의 결실이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나뉘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배근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분배와 성장을 한꺼번에 잡는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며 “평균 임금이 높은 제조업을 살리고, 신성장ㆍ신산업 분야를 키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4인가족이면 12만달러? 1인당 PGDI는 1만6500달러
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지적이 하나 있다. 4인 가족이면 가구 소득이 12만 달러(약 1억3500만원)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가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몫까지 들어있는 국민소득 지표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오해다. 예컨대 국민총소득(GNI)은 한나라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 참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기업 소득과 정부 소득까지 합산된다.
 
가계의 소득만 살피려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지수를 보는 게 더 정확하다. PGDI는 GNI에서 기업과 정부 몫을 뺀 가계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6573달러(약 1850만원)다.
 
그래도 국민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괴리가 나타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민소득 지표가 산술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중위 소득이 정체되고 상위 소득이 크게 올라가면 평균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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