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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발레리나? 국공립 무용단 정년 연장 논란

고도의 신체적 능력을 요구하는 무용단원에게도 60세 정년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예술가의 정년 법제화는 운동선수가 국가대표를 평생 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과 “60세 정년은 강제적용 사항”이라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 “60세 정년은 강제 사항”
“운동 국가대표 평생 하는 셈” 반론

직업 특수성 고려한 대안 마련 필요
특정 단체 아닌 개개인 권익 보호를

2016년부터 고령자고용촉진법상 60세 정년이 시행되자 서울시무용단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시도립 무용단체의 정년은 자동으로 연장됐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무용단(현행 정년 53세)과 국립발레단(정년제 없음)은 적용 예외 조항인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며 노사 간 타협안을 찾는 중이다. 국립무용단과 발레단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측은 “60세 정년은 강제적용 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젊은 무용수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설립한 지 30년 이상 된 국공립 무용단체들은 고령화가 심각하다. 2017년 전문무용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단체와 독립 무용수 은퇴 시기는 30대 후반이 가장 많은 데 비해 국공립무용단체는 60대(32.5%)가 가장 많다. 서울시무용단의 경우 전체 34명 중 50대가 6명, 40대가 12명으로 평균연령 41세다. 국립무용단은 50명 중 50대 3명, 40대 23명에 평균연령 39세, 서울예술단도 무용단원 17명 중 50대 2명, 40대 8명에 평균연령 40.7세다. 상식적으로 춤을 가장 잘 출 법한 20대는 1~3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는 대부분 공무원 조직에 준하는 인사규정에 따라 전속단원제로 운영된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 재단법인화와 함께 처음 예술노조가 결성됐다. 2003년 탄생한 전국문화예술인노조는 전국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전속단원의 고용이 안정돼 있다는 것은 곧 신입 무용수가 들어오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입을 못 뽑으니 조직은 역삼각형의 기형적 구조가 된다. 간혹 개인 사정으로 퇴단하면 자리가 생기지만 채용 비용 문제로 결원이 3~5명 생길 때까지 충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예술단의 경우 5년 이상 신입 무용단원을 뽑지 못하다가 2016년 악극단원 3명과 함께 1명을 뽑았다. 서울시무용단은 2011년 2명을 뽑은 후 2015년 5명을 뽑았다.
 
고령화의 문제는 제작 비효율성과 직결된다. 무용의 특성상 고령자의 역할이 제한되니 단체에서는 작품 선정부터 난항을 겪어야 하고, 퍼포먼스는 하향 평준화된다. 스타도 없다. 젊은 주인공이 필요하면 객원을 캐스팅해야 하니 제작비도 상승한다. 2016년 서울시무용단은 무용계 대부 국수호가 안무한 ‘신시’를 위해 이정윤·김주원 등 외부 스타를 모셔와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60세 정년’을 못 박는 것은 관객의 외면과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한정호 공연평론가는 "공연이 망해도 국공립이기에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공공성 추구를 근거로 시장경쟁을 벗어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장을 지낸 안호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은 “국공립단체의 단원은 국가를 대표할 만한 기량을 혁신해 가야 한다”며 “예술가의 정년 법제화는 운동선수가 국가대표를 평생 하는 것과 같다. 정부가 직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획일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용수들도 문자 그대로 ‘60세 정년’을 희망하지는 않는다. 급여체계 개편 등 조기 은퇴에 대한 보상체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노조에서 획일적으로 60세 기준을 맞추려고 하는데, 무용단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명예퇴직 등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국립발레단도 명퇴제를 고려 중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광주시립발레단이 지난해, 대전시립무용단이 올해 명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명퇴제 도입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문체부 소속으로 기재부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국립예술단체는 예산 증액이 까다롭다. 민간 무용단과의 형평성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무용수들은 조기 은퇴 보상 체계 원해
 
정년 논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매년 엄격한 오디션을 실시해 기량이 최고치일 때 높은 연봉을 받게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많이 받는 구조에선 고령화될 수밖에 없다. 평가를 거부하고 철밥통만 유지하겠다는 건 예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안호상 원장도 “국가주의적 예술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앙테르미탕처럼 개인적 복지를 보장하는 나라가 예술적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거꾸로 정년 고착화가 옳은 일인지는 결과가 증명할 것이다. 그런 무용 누가 보러 가나. 관객이 오지 않으면 단체는 결국 고사할 것이다. 정책적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대부분 시즌 계약 … 40세 전후 직업 전환
해외 유명 무용단은 대부분 전속단원제가 아니라 시즌 계약제로 운영된다. 명시된 퇴직연령이 있는 경우도 극소수다. 파리오페라 발레단은 42세,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은 41세에 퇴직한다. 영국 로열오페라발레단, 미국의 ABT, 러시아의 볼쇼이와 마린스키 발레단은 정년이 없다. 장르적 특성상 대부분 30대 후반에 스스로 퇴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 내 발레학교와 안무가 전향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직업전환이 용이하다. 미국 ABT의 경우 자체 직업전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개인 스폰서 시스템도 있어 단체를 나와도 경제적 타격이 덜하다. 3000명 이상을 고용 중인 캐나다 민간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의 경우도 2003년 자체 경력개발 프로그램인 ‘크로스로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년 100여 명의 단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한국처럼 단체별이 아니라 배우조합, 음악가조합 등 직업별 노조가 발달해 단체가 아닌 개인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도 구별되는 점이다. 특정 집단의 권익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민간과 프리랜서를 포함해 해당 직업을 가진 전국 모든 예술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포괄적인 성격이다. 프랑스에는 예술계 전 분야에 걸쳐 실업수당을 지원하는 앙테르미탕 제도가 유명하다.
 
유주현 기자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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