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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수정·이전 권리 떳떳이 요구하자

구글·페이스북이 나 몰래 수집한 개인정보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프라이버시 17세기 만들어진 개념
섞여 살던 중세에는 존재하지 않아

비밀 없는 포스트 프라이버시 시대
정보 공개 혜택 찾는 게 현명한 선택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지음
홍지영 옮김
사계절출판사
 
우리가 휴대전화를 쓰지 않을 때도 구글은 마이크로폰으로 주변의 말을 듣고 있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올해 초 세계적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올린 이 영상의 제목은 ‘Is Google always listening: Live Test(구글은 항상 듣고 있을까: 라이브 테스트)’로 주장은 이렇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강아지 장난감’을 인터넷으로 검색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친구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당시 그의 휴대전화는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화 이후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해 보면 강아지 장난감에 대한 광고가 뜬다는 것이다. 즉 화면이 꺼진 휴대전화에서도 구글이 마이크로폰 기능을 활성화시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는 말이다.
 
구글로 주변 맛집, 날씨, 상품 정보 등을 음성 검색할 때, 사람이 한 말 중 키워드가 될 만한 것들이 걸러져 보관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구글 관계자는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키워드만 보관하며 키워드가 특정되지 않은 음성 정보는 폐기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유튜버 주장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도시 괴담이라는 부정 반응과 나도 겪어봤다는 긍정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 주장은 개인 정보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데이터 기업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현대 대중의 불안감을 드러낸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의 개인정보가 웹사이트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고 있고 수집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옷을 검색하고 나면 옷 광고가 끊임없이 뜨고, 유튜브에서 고양이 동영상을 한번 보고 나면 피드에 고양이 관련 영상이 줄줄이 뜨는 세상이다.
 
밤말도, 낮말도 스마트폰이 엿들어 더 이상 사생활이 없는 포스트 프라이버시 시대다. 과감한 공개, 떳떳한 권리 주장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중앙포토]

밤말도, 낮말도 스마트폰이 엿들어 더 이상 사생활이 없는 포스트 프라이버시 시대다. 과감한 공개, 떳떳한 권리 주장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중앙포토]

아마 지금 시대의 인터넷은 인류의 역대 발명품 중 전지(全知)하다는 측면에서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며, 누구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인터넷은 이미 알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터넷을 활용하는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는 당신을 당신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 그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개인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해낸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일을 더 잘해낸다.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정보에 놀란 사람들, 특히 사생활 침해에 민감한 유럽 시민들은, 꾸준히 개인 정보 수집을 통제하는 법률을 요구해 왔다. 이런 요청에 따라 올해 5월 25일 유럽 개인정보 보호법(GDPR)이 시행됐다. 유럽 시민의 개인 정보를 사용자들이 요청·삭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정·처리제한 요청 권리까지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용자 권리를 크게 강화한 법률이다.
 
이런 법률이 개인들의 불안감까지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이, 단지 그런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 수밖에 없는 게 소셜 미디어 시대의 사람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출간한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에서 저자인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개인 정보가 투명하게 열린 세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와이겐드의 주장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그는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은 발명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류의 가치 체계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혹은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에 의해 만든 개념이기 때문이다. 성안의 넓은 공간에 뒤섞여 잠자던 중세 유럽 귀족 아이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없었지만, 각자의 방을 소유하기 시작한 근대 유럽 사회엔 프라이버시가 필요했다. 그래서 17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더 나아가 자신의 관심사와 관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내용까지 공유되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열리면서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는 환상에 가까운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와이겐드는 더 이상 데이터를 가두고 꼭꼭 숨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으니 자신을 거짓없이 드러내고 데이터가 주는 혜택을 누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수많은 시민의 우려에 근거가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사람들은 정보가 많은 자가 적은 자를 지배하지는 않을지, 내가 원치 않는 정보가 허락도 없이 알려지지는 않을지, 해가 되는 정보가 인터넷 세계를 영원히 떠돌면서 고통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현실적으로 데이터 수집의 오용을 방지할 방법은 암호화, 사회 규범, 규제·법률,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는 공유 목적의 데이터엔 적절치 못하고, 사회 규범은 범죄자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며, 규제와 법률은 기술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무리가 있다.
 
그래서 와이겐드가 제안하는 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권리 주장이다. 그 핵심은 투명성과 주체성이다. 개인이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곳을 들여다볼 권리를 요구하고(투명성), 데이터를 스스로 수정할 권리와 감출 권리 그리고 데이터 처리를 실험할 수 있는 권리와 다른 곳으로 옮길 권리를 주장하는 것(주체성)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 권리는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와이겐드도 무엇이 공정하고 불공정한지를 선택하는 것, 또한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데이터가 없던 무지(無知)의 상태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런 바에야 더 적극적으로 권리의 행사와 제대로 된 데이터 시대를 위한 방편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는 게 와이겐드가 다년간 데이터 업계에서 일하며 얻은 통찰의 결론이다. 시민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번뜩이는 해결책을 생각했던 독자들에게 다소 맥빠지는 결론일 수 있겠다. 하지만 아마존의 수석과학자이자 알리바바·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세계경제포럼과 함께 일한 데이터 과학의 세계적 전문가가 쓴 책답게 매우 상세한 사례와 깊은 통찰이 이를 벌충해준다.
 
이 책은 데이터 과학 분야를 공학적이기보다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이들에게 역사적·철학적 가이드가 돼 준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데이터 솔루션과 규제 방식을 고민할 법한 기업인, 정부 관료에게는 필수 교양서적으로 꼽을 만하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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