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열심히 책 읽으면 매출 늘어”

책 읽는 마을 (16) 이랜드 그룹
이랜드 그룹은 초창기부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랜드 그룹의 독서꾼들. 앞줄 왼쪽부터 장은미·이승미·김하늘씨, 뒷줄 왼쪽부터 윤종훈·한우석·이재욱·김대로·이승현씨. [사진 이랜드그룹]

이랜드 그룹은 초창기부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랜드 그룹의 독서꾼들. 앞줄 왼쪽부터 장은미·이승미·김하늘씨, 뒷줄 왼쪽부터 윤종훈·한우석·이재욱·김대로·이승현씨. [사진 이랜드그룹]

전략기획실 같은 곳에 배치되면 신입사원 6개월간 3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승진 필기시험에 회사에서 제시한 필독서에 관한 문제가 나온다. 핵심인재 육성 시스템(KRS) 트랙에 해당되는 직원은 후배 직원과 책을 함께 읽고 그 안에 업무에 적용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이런 강제적인 프로그램만 있는 건 아니다. 한 달에 세 권씩 정해주는 추천도서는 안 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열심히 읽고 독후감을 써내 우수작으로 뽑히면 5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는다. 한 직원은 “승진이나 이동 인사 때 책을 선물하는 문화도 있다”고 귀띔했다.

옷가게서 대기업으로 급속 성장
중국 근무자 관련 책 100권 읽어

 
이랜드 그룹의 독서경영 내용이다. 1980년 이대 앞 두 평 넓이 옷가게로 출발해 한 해 매출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급속성장한 ‘이랜드 스토리’는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성공신화다. 설립 직후부터 단단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는 점도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달 27일 이랜드 그룹의 서울 본사를 찾았다. 이 회사의 독서 DNA를 엿볼 작정이었다. 그룹 인재원의 한우석 팀장은 창업주 박성수 회장에 관한 ‘신비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서울대 건축공학과 시절 희귀병을 앓아 2년간 병상 신세일 때 무려 3000권의 책을 읽었고, 그게 거름이 돼 거대기업을 일궜다는 얘기였다.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 같은 느낌이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은 독서에 관한 한 할 말이 많은 이들이었다.
 
NC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의 독서경영팀 이재욱(34) 팀장. 이 회사는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독서 관련 팀을 따로 운영한다. 최고 경영자와 직접 소통해 사원들의 독서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팀장은 “집에 TV가 없다”고 했다. 선배들의 충고를 따른 결과다. 맡은 일이 특별한 탓도 있지만 입사 후 7년째 매주 한 권 이상, 한 해 평균 50~70권의 책을 읽어왔다고 했다. 온라인 구입해 집으로 배달되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한 번은 여섯 살짜리 아이가 “아빠는 낭비가 심하다”고 불평해 나누게 된 대화를 녹음해두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NC백화점 광주광역시 충장로 이승현(35) 지점장은 독서가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브랜드 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기만 할 게 아니라 유통사가 주도적으로 입점 아이템을 선정하자는 『세븐일레븐의 유통혁명』의 사례를 현장에서 써먹었더니 성과가 생기더라는 것. 창고에 틀어박혀 있던 아동복 브랜드 리틀브랜을 매장에 전진 배치한 결과 10월 한 달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고 소개했다.
 
근사한 성과만 독서의 미덕은 아니다. 생활의 변화를 증언하는 직원이 많았다.
 
채널팀(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김대로(29) 대리는 6월 독후감 상을 받았다. “생각만 하던 독서를 입사 후 실천하다 보니 출근해 일하고 밥 먹고 퇴근하는 반복에서 벗어나 뭔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아동상품 기획을 하는 이승미(39) 팀장 역시 “책 읽는 시간은 업무와 집안일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입사 후 읽은 가장 인상 깊은 책을 묻자 서너 명이 TED 스타 앤절라 더크워스의 자기계발서 『그릿』을 꼽았다.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이라는 부제에서 성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책이다. 확실한 독서 동기(강제 프로그램)를 제시하되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한 여유 공간에서 직원들이 스스로와 회사를 위해 도움이 되는 독서를 찾아 한다는 느낌이었다.
 
이랜드는 국내 다른 유통기업들이 쓴맛을 본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드문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근무를 나가는 경영자들은 파견 전 100권의 중국 관련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사의 성장 비결에서 독서를 빼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책 읽는 마을’은 제보를 받습니다. 중앙선데이편집국(02-6416-3850) e메일(you.hyunji@joongang.co.kr) 또는 2018 책의 해 e메일(bookyear2018@gmail.com)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