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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청년이여, 야망을 버려라?

양선희 선임기자

양선희 선임기자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내 젊은 시절엔 TV 코미디 프로에서도 이 말을 외쳤다. 더 야망을 가지고, 더 눈높이를 높이고, 더 발전하라고 청년들을 부추겼다. 그러나 지금, 불과 사반세기 만에 세태는 돌변했다. 청년실업률이 나날이 높아지는 신기록행진이 거듭되자 청년들에게 왜 눈높이를 낮추지 않느냐며 타박한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취업 기피로 구인난을 겪는다고, 3D업종엔 외국인 노동자가 넘친다고, 취업한 청년도 조기에 퇴직한다고 욕을 한다. 이 시대는 청년들에게 야망을 버리고 더 낮아지라고 강요한다. 어느덧 우리 사회는 청년의 꿈을 억압하는 쪽으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안다. 청년기 직업 선택이 개인의 전체 인생노정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 이 시기 직업 선택이 평생의 수익과 안정과 삶의 형태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는 걸 말이다. 청년기의 직업은 탐색과 투자의 과정이다.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에선 청년기 일의 경험이란 숙련에 이르기 위한 투자이며, 이 시기에 축적된 숙련도 등이 평생의 수익을 발생시킨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요즘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가 욕먹을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하게 임금부터 생각해보자. 1995~2015년까지 청년층 임금 구조를 분석한 최근 KDI보고서(최경수·김정호)를 보면 지난 20년 간 상위 임금을 받는 직업일수록 상승폭이 커서 상위 5%에서는 90% 정도 임금이 늘었지만, 중간 분위 이하에서는 50%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1980년대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질 임금 상승 추이 그래프만 봐도 그 격차가 30년 사이 얼마나 커졌는지 한눈에 보인다. 투자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에 하는 것이지 쪼그라들 게 뻔한 데 하는 게 아니다.
 
청년의 조기 퇴직도 그렇다. 내 경우도 대학 전공에 따라 선택했던 첫 직업은 2년 만에 접었다. 그러곤 완전히 다른 직종인 언론계로 옮겨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나은 직장 혹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청년 직장인들의 빈번한 이직은 청년기 직업 선택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직장탐색이론(job search theory)에선 청년기에 자신에게 보다 더 잘 맞는 직업으로 옮기거나 조건이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경력형성’의 과정으로 본다. 청년기에 최적의 일자리를 찾는 투자를 게을리하면 평생을 불만 속에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본다. 한국의 청년 취업은 사무직이나 생산직에 입사해 경력을 쌓은 뒤 여러 직업으로 분산되는 구조를 수십년간 고수한다. 기술 혁신에 따라 고전적 일자리가 확확 줄고, 다양한 직종이 새로 생기는 와중에도 그렇다. 혹시 동질적 인간형만 길러내는 교육이 문제는 아닐까.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를 보면 한국 청년(25~34세) 평균 역량은 중상위권이다. 그러나 상위 1% 역량은 33개국 중 최하위권, 하위 1%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청년의 역량이 이처럼 동질적이다 보니 일자리도 최상위와 최하위권으로 갈 인력은 부족하고 중간 수준 일자리에만 붐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젊은이의 삶을 재단하려 든다. 우리 세대는 국가·사회·조직 발전에 온몸을 던져 헌신하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라는 성화 속에서 젊은 시절을 남용했다. 지금 젊은 세대는 꿈꾸지 말라고 강요당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등 각종 고용정책을 쏟아붓는 데에만 몰두한다. 그러나 지금 청년 취업 문제는 단순히 고용시장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답이 안 나올 거다. 동질적 인간형만 길러내는 교육, 청년들의 고충에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세대 간의 몰이해, 인간보다 기능과 효율을 따지는 기업문화 등 얽히고설킨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어른들도 이젠 청년기의 특수성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양선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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