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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퀸, 80년대, 586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관객 500만을 넘겼다. 잘만하면 국내 음악영화 최고 흥행 기록도 세울 기세다. 영화의 흥행과 퀸 열풍은 전 세계적인 것이지만, 본고장인 영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최고 흥행했다.
 

퀸이 불러온 80년대에 대한 추억
이제야 그들의 음악을 제대로 듣다

흥행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숱한 분석이 나왔다. 콘서트장에 와있는 것처럼 영화보다 공연으로 소비된 점, 떼창· 싱어롱 등 놀이문화, 퀸을 듣고 자란 4050의 추억 소비와 2030의 재발견이 맞물렸다. 음악영화의 최대치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실제 퀸이 살아나 공연을 한다고 해도 이처럼 무대의 디테일, 아티스트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실제 공연장에 가면 무대 위 아티스트는 코딱지만 하고 대형 스크린으로나 보일 뿐이다.
 
여러 세대가 즐긴 영화지만, 흥행의 핵은 단연 청년기 퀸을 듣고 자란 4050일 것이다.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 퀸 신드롬의 복판에도 이들 586이 있다. 사실 586에게 퀸은 일종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같은 것이다. 그것도 이중의 길티 플레저다. 당시 퀸은 음악깨나 듣는 사람들에게는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에 못 미치는 하수 밴드였다. 멜로디와 보컬 중심으로 대중성은 높았지만 음악적 평가는 박했다(2000년대 들어 영화와 뮤지컬 ‘맘마미아’로 재조명된 아바에 대한 세평도 비슷했다). 또 라디오에선 퀸이 흘러나오고 청년 대중은 열광했지만, 1980년대 대학과 청년문화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빽판(해적판)을 사 모으고, ‘월간팝송’을 구독하고, AFKN이나 라디오를 찾아 듣다가도 대학에 가면 더는 팝을 듣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엄혹했고, 운동가요 아닌 다른 ‘취향’이나 ‘문화’는 죄악시하던 시대였다. 586의 ‘떼창’은 ‘광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더 이상 팝은 물론이고 음악을 듣지 않게 되었다. 때마침 90년대가 도래하면서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중심은 팝이 아닌 가요(특히 10대 중심 댄스음악)로 넘어갔다. 팝이나 록을 듣는 이들은 소수 마니아 그룹으로 남았다.
 
그간 우리 대중음악에는 몇번의 복고 열풍이 있었다. ‘7080 콘서트’로 대표되는 70~80년대 포크 발라드 음악, 드라마 ‘응팔(응답하라1998)’ 로 상징되는 90년대 음악이 그 주인공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한동안 잊혔던 70~80년대 영미 팝의 시대를 소환했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그 음악을 듣던 젊은, 혹은 어린 나에 대한 기억과 함께다(음악이 불러오는 것은 늘 그 음악을 듣던 시절의 나니까 말이다).
 
길티 플레저여서일까. 퀸을 들었으나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 가사 내용도 잘 몰랐고, 그 숨은 뜻은 더 몰랐다. 정보도 지식도 없었다. 지금에야 프레디 머큐리의 성 정체성, 소수자성이 어떻게 그의 음악과 연계되는지 공감하며 울컥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땐 달랐다.  “우리는 부적응자를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라는 극중 프레디의 말과 함께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퀸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싱어롱 상영관에서 떼창을 하는 586을 볼 때, 엉뚱하게도 나는 한 시대의 불우함이란 단어를 생각하고 있었다. 퀸을 듣던 젊은 날에는 해보지도 못했던 떼창을 30년 세월을 흘려보낸 후 하고 있는 그들은, 어쩌면 정의로웠지만 문화적으로는 불우했던 시절에 대해 뒤늦게 스스로 보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옆자리 희끄무레한 머리의 중년 남자가 젊어서는 잘 못 놀았으니 이제라도 놀아보자, 떼창도 하고, 덕질도 하고, 요즘 애들처럼 다 해보자 다짐이라도 하듯 야광봉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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