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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석기시대의 컴백’을 보며, 나는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라는 대담한 선언에 한층 공감하게 됐다. 우리 손에 장착된 것처럼 맨날 들려있던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어 늘 연결돼 있던 네트워크로부터 강제 분리되고, 우리 뇌의 기억력 장치를 분담·대체해주던 인터넷검색·내비게이션 기능 등등이 마비되자, 우리는 마치 기능장애가 온 사이보그처럼 갈팡질팡했다.
 
사이보그(cyborg)는 ‘cybernetic organism’의 준말로, 한마디로 유기체와 기계가 결합된 존재를 말한다. 몇 년 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라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디지털 분신이 있고 인터넷 검색 등으로 무슨 질문에든 답할 수 있으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머스크는 실제로 인간 뇌와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한 연구 법인 ‘뉴럴링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머스크 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선구적인 인물로 이미 1985년에 ‘사이보그 선언문’을 발표한 미국의 페미니즘 과학철학자 도나 해러웨이가 있다. 어렵기로 소문난 이 에세이를 단순 요약하면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이며, 또 사이보그가 되자’이다. 해러웨이는 디스토피아 SF영화들과 달리 사이보그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그 까닭은 그간의 성별·인종 등의 차별적인 경계와 구분을 초월하며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선언문’은 포스트휴머니즘(전통적 ‘인간다움’에 대한 사상을 넘어서는 이론)의 고전으로 여겨지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그 지나친 낙관성은 반박되곤 했다. 미국 문화비평가 앤 발사모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간의 몸이 재구성될 수 있으나, 테크놀로지에 권력과 사회문화적 역학관계가 개입하면서 도리어 종래의 구분과 차별이 공고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연 KT 화재를 계기로 재조명된 ‘초연결사회’의 여러 단면 중에, 취약계층이 IT에 소외됨으로써 더욱 취약해지는 상황을 보면 이것이 기우가 아니다. 또한 KT 화재처럼 네트워크에 물리적 위기가 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기술의 진화를 막을 수 없고, 자진해서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우리가 이미 사이보그임을 자각하고 어떤 사이보그로 인류 스스로를 설계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수밖에.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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