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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는 괜찮다'며 사무실서 피는 부장님, 안 괜찮아요."

사무실 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직장 상사의 '흡연 갑질'을 연출한 정부의 금연광고 [보건복지부]

사무실 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직장 상사의 '흡연 갑질'을 연출한 정부의 금연광고 [보건복지부]

직장인 박모(29)씨는 요즘 회사에 출근하기가 괴롭다. 가까운 자리에 앉은 직장상사가 자리에 앉은 채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워서다. 평소 박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건 물론이고 간접흡연 노출도 피한다. 박씨 아버지가 오랫동안 폐암으로 투병해온 탓에 자신도 같은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박씨는 “사무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부장님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더라.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부장님 뭐하시는거에요’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야, 이거는 괜찮아. 냄새도 연기도 안나잖아’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피우는 본인은 모르겠지만 전자 담배 냄새가 정말 역하다. 일반 담배랑 똑같이 해롭다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냐”며 “사무실ㆍ회의실에서 하루 몇번씩 피워대는데, 윗 사람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정말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아이코스ㆍ릴ㆍ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사무실이나 지하철역, 화장실 등 실내는 물론이고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공장소에서도 이러한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 등도 일반 궐련 담배와 같은 담배다. 금연구역에서 이들 전자담배를 피우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단속에서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인데도 일부 흡연자들은 전자담배가 연기나 냄새가 덜하다는 점을 내세워 몰래 피운다. 아파트 베란다는 물론이고 집 안에서 피우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39세 흡연자ㆍ비흡연자 32명을 포커스 그룹 인터뷰한 뒤 낸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이 담겨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담뱃불에 접촉하지 않고, 연기와 냄새가 덜해서 기존에 흡연을 피했던 화장실, 복도ㆍ계단, 베란다, 방 등에서도 흡연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일반 담배보다는 몸에 덜 나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들의 실내 흡연에 한 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흡연자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돌아간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 담배 스틱을 충전식 전자장치에 꽂아 고열로 찐다. 제조회사들은 담뱃잎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담배 보다 몸에 덜 해롭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개월간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분석한 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인체 발암 물질이 검출됐고 타르 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많이 배출됐다”고 발표했다. 인체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란 얘기다. 
 
사무실 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직장 상사의 '흡연 갑질'을 연출한 정부의 금연광고 [보건복지부]

사무실 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직장 상사의 '흡연 갑질'을 연출한 정부의 금연광고 [보건복지부]

일부 발암물질 성분은 일반 담배보다 최대 4.6배 많이 포함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금연학회는 지난 27일 “아이코스에 대한 최신 해외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학회는 아이코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아이코스 성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4개 중 56개 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아이코스에 오히려 더 많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인 부티로락톤(Butyrolactone) 등 3가지 성분은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함유량이 최대 460% 많았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전자담배는 결코 덜 해로운 담배가 아니다. ‘덜 해로운 담배’라는 잘못된 생각이 정부의 금연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흡연자 애인에게 전자담배를 선물한다든가, 전자담배로 갈아탄 흡연자에게 주변에서 ‘냄새 덜 나고 좋더라. 잘했다’식으로 칭찬하기도 한다. 일반 담배와 똑같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실내 등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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