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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갈아타야 유리? 자칫 수수료 폭탄 맞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연 1.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오른 1.75%로 조정했다. 단 0.25%포인트 변화지만 대출 시장에 미칠 파장은 크다. 일회성에 그쳤던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1.25→1.5%)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 정책금리(연 2~2.25%) 수준을 두고 “중립금리 바로 밑에 와 있다”며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을 했지만 금리 인상이라는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이날 0.25%포인트 인상에도 미국 정책금리, 시장금리 수준에 못 미치는 한국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한은이 앞으로 금리 인상 ‘버튼’을 더 누를 가능성은 상존한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섰다. 대출자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창구.[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섰다. 대출자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창구.[연합뉴스]

 
이날 한은의 결정은 ‘기준금리 1%대 시대’가 곧 막을 내린다는 예고 발표와 같다.  
 
시중은행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마자 금리 인상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3일부터 47개 적금과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최고 0.3%포인트 올린다고 이날 발표했다. ‘위비Super 주거래 적금Ⅱ’ 최고 금리는 연 2.4%에서 최고 2.7%로, ‘우리 첫 거래 감사적금’ 이자율은 최고 3.0%에서 3.2%로 각각 조정된다. KB국민·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다음 달 초 예·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안팎 인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 금리다. 기존 대출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올 3분기 1514조원에 이른다. 기준금리로는 0.25%포인트 변화지만 대출 이자에 미칠 영향은 더 크다. 대출 중에서도 주택이란 담보가 있어 상대적으로 이자율 수준이 낮은 주택담보대출마저도 연 4% 문턱을 넘은 지 오래다. 5%를 넘보는 중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 다이어트’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불투명한 미ㆍ중 무역 전쟁, 신흥국 경기 우려 등이 맞물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지금 재테크를 고려하기보다는 대출금, 이자 부담 줄이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 금리에 따라 금리가 오르내리는 변동 금리 대출 상품에서 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건 어떨까. 강지현 KEB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고정 금리로 갈아타기엔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액 자산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3년 고정 금리 대출 상품을 많이 선택했다”고 전했다.  
 
고정 금리 상품은 보통 변동 금리보다 대출시 초기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고정 금리 대출은 이자율 변화에 따른 부담을 고객이 아닌 은행이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Fed의 금리 인상 기조, 미 경기에 대한 엇갈린 전망(단기 호황, 중장기 둔화) 탓에 장ㆍ단기 시장 금리 변동이 커지면서 이런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부 혼합형 대출(3~5년은 고정 금리, 이후 변동 금리)은 변동 금리 대출보다 이자율이 낮게 책정되는 사례까지 생겼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또 보통 주택담보대출은 3년 등 사전에 약정한 기간이 지나기 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타거나 상환을 하면 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기존 대출을 받았을 때와 달라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도 고려해야 한다.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이자 절약분보다 많은 ‘배꼽이 배보다 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당장 변동 금리 대출을 고정 금리로 갈아타기보다는 자신의 상황, 대출 조건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강지현 센터장은 “고액 장기 대출이라면 금리 변화에 따라 고정 금리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출 기간이 짧고 대출액이 많지 않으며 1년 이내에 예금, 주가연계증권(ELS) 만기 등으로 상환할 여유가 있다면 고정 금리보다는 변동 금리를 유지ㆍ선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대출 갈아타기보다 더 중요한 게 ‘빚 다이어트’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가계 이자 부담은 약 2조5000억원 증가한다. 여기에 자영업 대출, 고금리 사채 등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그림자 대출도 문제다.
 
김인응 우리은행 테헤란로금융센터장은 “0.5%포인트만 금리가 올라가도 수조원 경기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쓰지도 않았는데 수조원 가처분소득이 사라지는 결과”라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펀드 등 투자 상품 기대 수익률은 국내외 경기 불안으로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분 정리하고 고금리 대출 상환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한 은행 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투자 전문가들은 펀드 등 투자 상품 기대 수익률은 국내외 경기 불안으로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분 정리하고 고금리 대출 상환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한 은행 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센터장은 “미국ㆍ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주식ㆍ채권ㆍ펀드 등 투자 시장에서도 기대한 만큼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펀드 등 수익률은 더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 부분적으로라도 투자 상품을 정리해 이를 대출 상환에 쓰고, 추세적으로 기다리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자영업자 대출도 부채 시장에 자리 잡은 위험한 ‘뇌관’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이자ㆍ담보 부담이 덜한 법인 대출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자영업자가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돌려막기’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재단 등 금융기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대출 상품의 가입 요건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확인하고 갈아타는 게 필요하다.  
 
김인응 센터장은 가능하다면 “투자 상품을 정리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마이너스 대출, 카드론 등 신용대출부터 줄여야 하며, 여력이 있다면 금리 부담이 덜한 편인 담보부대출로 최대한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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