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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믹스로 끼니 때운 경단녀, 최고 사원된 동력 뭘까

기자
이상원 사진 이상원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35)
올해 초 인기가수 아이유가 드라마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연기도 뛰어났지만 내 관심을 끌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극 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역으로 나온 아이유가 회사에서 커피믹스 몇 개를 가져와 끼니를 때우는 장면이었다. 플라스틱 컵에 커피믹스 몇 개를 털어 넣을 때 ‘얼마나 배가 고프면…’ 생각과 함께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윤지원(38) 중소기업개발원(SMBD: Small and Medium Business Development) 대표와의 인터뷰는 아이유의 커피믹스 에피소드가 정서적 공감대를 제공해 줘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중견기업에 경영안정성장과 재무건전성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지만 한때 영업을 위해 방문한 회사에서 제공한 커피믹스로 끼니를 때워야 할 만큼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그게 불과 4년 전 일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윤지원 중소기업개발원 대표가 대한민국소비자대상 '2018 소비자친화경영' 부문에 선정돼 상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이상원]

윤지원 중소기업개발원 대표가 대한민국소비자대상 '2018 소비자친화경영' 부문에 선정돼 상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이상원]

 
커피믹스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힘들었던 이유가 뭔가요?
2009년 결혼하면서 7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2013년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아들과 함께 세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았어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가구와 함께 쫓겨났어요. 남편이 나름대로 해결해 보려고 마지막까지 저에게 비밀로 하다가 한꺼번에 일이 터진 거지요. 먹고 살기 위해 예전 동료가 소개해 준 회사에 취직했죠.
 
절박한 상황이지만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여자가 돈 투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과거 회사 경험이 도움될 수 있는 일 등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놓고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옛 직장 동료가 소개해 준 모 경영지원단에서 중소기업컨설팅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일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한 달은 교육을 받았고, 고객사 계약을 따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요.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남편이 진 빚을 갚아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니까 힘들었지요. 사실 당시에는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여유도 없었어요. 하지만 옛 동료의 소개로 설명을 들어보니까 초기 고비만 잘 넘기면 내 능력으로 비교적 빨리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3년 삼성그룹 공채로 에스원에 입사해 전략영업 업무를 했지요. 그때 건설·설계·보안 등 분야의 기업대표들을 만나면서 전략 프레젠테이션을 해 봤어요.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신입사원 시절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회사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윤지원 대표. 2016년 회사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올해의 최고상’을 수상하는 순간. [사진 이상원]

신입사원 시절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회사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윤지원 대표. 2016년 회사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올해의 최고상’을 수상하는 순간. [사진 이상원]

 
초반 고비는 어떻게 넘기셨어요?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교육을 받았는데 보통 교육생들은 3시까지 그 전날 받은 교육내용을 복습하거나 쉬거나 했어요. 저는 그럴 여유가 없었지요. 전날 교육받은 내용을 활용해 3시까지 회사들을 방문하면서 영업을 해야 했어요. 방문한 회사들에서 주는 커피믹스로 아침, 점심을 때웠지요. 그리고 한 회사 선배에게 한 달 동안만 저녁을 사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한 달 후에는 꼭 계약해서 갚겠다고 했죠.
 
부탁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들어준 그 선배도 참 고맙네요. 그래서 선배와의 약속은 지켰나요?
내 상황이 쉽다 어렵다를 따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요. 가능성이 있으면 무조건 매달려야 했어요. 정말 고마운 선배죠. 약속의 몇 배로 갚아드렸어요. 우선 한 달이 걸리지도 않았죠. 20일 만에 첫 계약을 해 제 수수료의 40%를 드렸어요. 금액으로는 300만원이 넘었죠. 그리고 이후 5개월 동안 파트너로 일했는데 20건 넘게 계약을 따냈어요. 그 선배는 그해 회사 전체 1위에 올랐고요.
 
감이 잘 오지 않아요. 보통 신입사원과 비교해 어느 정도 대단한 성과인지 설명해 주세요.
보통 교육 기간은 공부하면서 지나가고 첫 계약까지 대략 3~4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어요. 저는 교육 동안 그날 배운 내용을 다음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 영업했고 20일 만에 첫 계약을 따냈으니까 흔한 일은 아니죠. 그리고 몇 년 경력사원이 1년에 평균 10~15건만 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저는 신입사원이 5개월 만에 20건 넘게 계약을 했으니까요.
 
윤 대표는 3년 동안 회사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신입 첫해 바로 회사 전체 2위에 오르더니 다음 해부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년 동안 60건 가까이 계약을 체결한 최고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퇴사하기까지 3년 동안 200건 가까이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평균 대비 약 4배 정도의 성과라고 한다.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베풀고 싶어 때때로 중소ㆍ중견기업 대상 경영전략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는 윤지원 대표. [사진 이상원]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베풀고 싶어 때때로 중소ㆍ중견기업 대상 경영전략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는 윤지원 대표. [사진 이상원]

 
그렇게 최고의 위치에서 소위 ‘잘 나갔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회사 내부사정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어요. 그동안 높은 성과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저는 아직도 남편이 진 빚을 갚아야 했고 아이도 키워야 했어요. 2014년 이혼을 하면서 빚과 양육비 부담을 내가 다 졌거든요. 보상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허락되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저는 정말 중견기업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싶은데 만나는 회사들이 ‘보험서비스’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예 뜻이 맞는 몇 분과 함께 독립해 현재의 중소기업개발원을 설립한 것이죠.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창의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제공하니까 고객사 대표들의 만족도도 더욱 높아지고 고객사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서 회사 조직도 확대하면서 4차산업혁명 흐름에 맞게 ICT(Information, Culture, Technology) 관련 고객사 유치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절벽 혹은 밑바닥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룬 셈인데요. 현재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 만한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
조언보다는 응원을 해 드리고 싶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알 수가 없죠. 포기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실력보다는 운이 구해준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었어요.

굳이 도움이 될 만한 내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어려운 상황일수록 주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어요. 미리 알고 한 것이 아니라 하고 나서 알게 되었으니까 경험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급할 때는 약속하고 한숨 돌리면 사소한 것 때문에 마음이 바뀌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저도 많이 당했고요. 결국 위기에 빠뜨리는 것도 사람이고, 구해주는 것도 사람이더라고요.
 

변신에 성공한 지금 새로이 꾸고 있는 꿈이 있다면?
예전에 절박할 때 저를 만난 고객사 대표들이 그랬어요. “계약 안 해주면 바로 한강 다리로 가서 뛰어내릴 것 같았다”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죄송하고 감사하죠. 받은 것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해 중견기업 경영컨설팅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새로운 고용창출에도 관심이 많아요. 어려운 상황에서 기회를 찾다 보니까 기회가 주는 소중함을 알게 됐죠. 현재 컨설턴트 외에도 마케터, 텔레마케터, 영업사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사가 많아지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 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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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