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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격' 논란…AP "낮췄다" 靑 "아니다"

백악관, '한미정상회담, 약식으로 실시' 발표→AP, "공식회담 취소" 보도→ AP, "회담 격 낮췄다" 보도→샌더스 대변인, "취소 아니다" 트위터.
 
29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싸고 두시간 남짓 동안 벌어진 혼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

 
발단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의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 샌더스 대변인은 에어포스원이 오전 11시50분 이륙한지 얼마 안 돼 동행 기자들에게 G20 기간 중 예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면서 "터키, 한국과는 공식 양자회담(formal bilaterals)이 아닌 '풀 어사이드'(pull-asides)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풀 어사이드'는 각종 의전이 수반되는 형식이 아니라 회담장을 빠져나와 회담장 옆에서 갖는 약식회담을 뜻한다. 주로 G20 같은 다자회의에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접촉하는 회담이다.  
 
문제는 샌더스의 발언을 AP통신이 오후 12시28분 '백악관, 터키·한국과의 공식회담 취소했다(canceled); 대신 트럼프 (양국)지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이야기 나누기로(Trump will instead speak informally with leaders)'란 속보를 내보내면서다. 
 
사실상 정상 간 회담이 취소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AP는 17분 후인 오후 12시45분 추가 기사에서 '취소'란 단어를 빼면서 "샌더스 대변인은 왜 (한국·터키와의) 회담들이 격하(downgraded)됐는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도 긴박하게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행기자들에 "백악관이 통역만 대동한 정상 간 1:1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우린 1대 1 단독이 훨씬 좋기 때문에 시간·장소·형식 등을 논의 중"이라며 "(정상회담의 '급'이) 격하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풀 어사이드'를 '격하'로 해석하는 일부 외신 보도가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미 백악관이 밝힌 '풀 어사이드'를, AP는 '격하된 회담'으로, 청와대는 '통역만 대동한 단독회담'으로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샌더스 대변인은 오후 2시 16분 자신의 트위터에 "명확히 하자면, 한국·터키와의 회담은 여전히 예정돼 있으며, 취소된 게 아니다(still on the schedule and have not been canceled)"란 글을 올렸다. '회담은 살아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한미정상회담을 '풀 어사이드'란 방식으로 한다고 발표했는가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일반적으로 G20 같은 주요국 정상이 다수 모이는 회의는 경호·의전 등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회담장 옆에서 '풀 어사이드'로 열린다. 또 '풀 어사이드'도 엄연한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굳이 '풀 어사이드'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왜 굳이 '러시아 취소, 한국·터키 풀 어사이드'란 발표를 내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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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소된 대외적인 이유로 지난 25일 러시아 해양경비대가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으로 나포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푸틴과의 만남을 피하려 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통화하는 모습.[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통화하는 모습.[백악관]

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각종 증거를 내놓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공식 회담을 하는 것 또한 '사우디와의 결속'을 강조하는 트럼프로선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제는 왜 한국과의 정상회담이 이런 '이유있는' 국가와 함께 약식으로 치뤄지는 것으로 발표가 됐는가 하는 점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발표에서 미·일 양자, 미·일·인도 간 3자 정상회담은 정식 회담 형태로 열리는 것을 재확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연합뉴스]

 
이 같은 논란에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회담 시간 상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즉 애초부터 한국과 터키는 G20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완전한 양자 회담(full bilateral meeting)'을 하기 힘들어 '풀 어사이드'로 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풀 어사이드의 경우 회담 시간이 30분 내외인 경우가 많다.
 
그 경우 AP의 "회담 급이 격하된 것"이란 보도도 틀렸고, "1대 1이 훨씬 더 좋아서"란 청와대의 설명도 틀린 셈이다.
 
미 싱크탱크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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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