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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서로 이해하는 건 지는 게 아니다”

강은민씨

강은민씨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 대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린 29일 한·일 정부는 각기 상대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며 충돌했다. 대법원은 이날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30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같은 취지다.
 
정민석씨

정민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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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는 부닥쳤지만 양국의 젊은이들은 입장을 바꿔 상대방을 이해하는 성숙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이 지원하고 3국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생 교류 사업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 현재 동서대에서 유학 중인 야마하라 모에(萌山原·21·여·리츠메이칸대 3년)는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교육의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자기 국가 관점에서만 보는 역사를 교육시키는 게 문제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이른바 ‘자학 사관’을 지양하고 식민지배를 긍정하거나 사실을 누락하는 우익 성향의 교과서 발간이 붐을 이뤘다. 야마하라는 “학교에서 강제징용 같은 역사적 사실은 조금밖에 안 배웠다. 저는 관심이 많아 직접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제 친구들 또래는 배경 지식이 별로 없을 수 있고,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우익들의 의견이 일본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야마하라는 “한국에서는 일본 사람들이 다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데 큰 오해”라며 “나 역시 한국에 오기 전 한국 어르신들은 일본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야마하라 모에

야마하라 모에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쿄대 등에서 수학한 뒤 최근 귀국한 강은민(27·여·서울대 국제대학원)씨는 “한국은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아 지친 것 같은데, 일본에선 한국을 이야기하면 ‘아, 또?’라고 할 정도로 사과 피로증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자금을 더 받아내려고 과거사를 들춘다고 생각하는 게 일본이 가진 가장 큰 오해 같다”면서다. 강씨는 “역사적 맥락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배신이나 패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1기로 수료했던 나가이 코시로(28·컨설턴트)는 “한·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가 너무 자주 반복된다. 한국 정부의 심각성 인식이 부족한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일본 정부도 약간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 현재 일본 리츠메이칸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준성(21·동서대 2년)씨는 “번화가나 관광지에 버젓이 욱일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며 역사 문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은 반일 감정을 앞세워 무조건 일본을 비판해선 안 되고, 일본 역시 제대로 된 교육 등을 통해 역사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노 준코

사노 준코

 

1년간 일본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현재 일본인 유학생들과의 교류를 담당하는 학과 내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민석(25·국민대 4년)씨는 “한국인은 일본 하면 식민지·강제징용 등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지만 보통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한·일 관계의 역사는 그렇게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며 “그들은 주로 경제 교류가 활발한 이후의 한·일 관계를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민간 차원의 교류를 늘려 가며 양국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가이 코시로

나가이 코시로

 
국민대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사노 준코(佐野純子·21·도쿄 쓰다주쿠대 3년)는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에 계신 부모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커지는데 일본인이라 불이익을 당하는 게 없겠느냐’고 걱정하셨다”며 “미디어를 통해 일본 사람들이 알게 되는 한국에 대한 모습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진짜 모습과 다른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노씨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 때문인지 현재 한·일 간 얽혀있는 역시 문제가 사실은 인권 문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준성씨

우준성씨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양금덕(87) 할머니 등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은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1심과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미쓰비시의 강제징용은 당시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에 적극 동참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미쓰비시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정모(95)씨 등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6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확정됐다. 
 
유지혜·이유정·조소희·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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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